EBS 부서장들까지 '이진숙 알박기' 출근저지 투쟁 동참

이진숙이 사랑하는 신동호, 이틀째 출근 실패 신동호 "업무방해·명예훼손 좌시 않겠다" 엄포 구성원 "불법 선임된 사장이 직원들 업무방해" "공영방송에 불법 낙하산 정치인 자리는 없다"

2025-03-28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진숙)의 '위법적 알박기'로 비판 받는 신동호 EBS 사장이 구성원들에게 가로막혀 이틀째 출근에 실패했다. 신 사장은 "업무방해·명예훼손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EBS 구성원들은 진짜 EBS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가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신 사장은 28일 오전 8시 56경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에 관용차를 타고 도착해 언론노조, EBS지부, EBS 부서장들의 출근저지 투쟁에 직면했다. 부서장 등 52명의 보직 간부가 방통위의 신 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들 중 센터장·본부장·국장 등 부서장 14명이 먼저 신 사장 출근저지 투쟁 현장에 합류했다. 부장급 이상 보직 간부들도 다음주 출근저지 투쟁에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BS 노사가 합심해 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상황이다.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힌 신동호 EBS 사장 (사진=미디어스)

EBS 구성원들은 '방통위 불법 인사 철회하라' '위법으로부터 EBS 지켜내자' '위법 절차 동조세력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신 사장을 규탄했다. 구성원들은 "아이들이 지켜보는데 위법한 사장이 EBS에 올 수가 있나"라며 "이진숙의 알박기 신동호는 자격 없다. 자격 미달 신동호는 집에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구성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출마하러 가라"며 "정치인이 공영방송에 있을 자리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EBS는 MBC에서 잘리고 오는 곳이 아니다. EBS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영방송"이라며 "불법 낙하산을 거부한다"고 했다. 

MBC 선후배 사이인 이 위원장과 신 사장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현재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신 사장은 MBC 아나운서 국장 재직 당시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전력을 갖고 있다.

신 사장은 "업무방해 중단하라"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불법적인 업무방해, 이런 물리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는 용납할 수 없다"며 "명백한 업무방해를 그만하라"고 했다. 이에 구성원들은 "어느 위력이 있었나. 위력은 없다"며 "불법 선임된 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구성원들 업무방해 하지 말고, 직원들 취재·제작할 수 있게 빨리 돌아가라"고 맞섰다.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힌 신동호 EBS 사장 (사진=미디어스)

결국 신 사장은 약 30분 간 대치 끝에 발길을 돌렸다. 어제(2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신 사장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비서진에 "업무는 봐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27일 출근 실패 후 EBS 사옥 주변 한 호텔 카페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사장은 업무용 노트북을 지급받아 업무 결재를 할 수 있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명예훼손·업무방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 사장 발언에 대해 "억지"라고 잘라 말했다. 김 지부장은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적법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이 왔을 때 우리가 부당하게 업무방해를 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결난 2인 체제 방통위 의결 절차로 선임된 사장이 업무방해죄를 논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노조는 적법 절차에 의해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신 사장이 EBS 업무를 시작할 경우 회사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지부장은 "불법적인 사장이 EBS 업무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보직자가 전부 사퇴 의사를 내놓은 상황이다. 신 사장이 보직 사퇴 등 인사를 처리하게 되면 EBS는 업무가 전부 중단·마비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전례를 보면 새 사장이 오더라도 3개월 정도는 업무 파악을 한 뒤 보직 간부를 배치한다"며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전면적으로 사퇴 의사를 발표했기 때문에 보직 간부 전원을 사임시켜야 한다. 이런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게 선임된 사장이 EBS를 망치는 패악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28일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구성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발길을 돌려 관용차에 탑승 중인 신동호 EBS 사장(사진=미디어스)

한편, 신 사장은 '4월 3일 이사회 개최 요청'을 이사회사무국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EBS 이사회 규정상 사장·감사가 이사회 개최를 요청하면 이사장은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사장이 이사회 개최를 요청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로 신 사장이 이사회 참석을 명분으로 사내에 발을 들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저지하려는 EBS 구성원들과 신 사장의 대치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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