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진숙 공영방송 알박기에 "탄핵 정국에 몽니"
2인 방통위, 이진숙의 MBC·미통당 후배 신동호 사장 임명 한겨레,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이진숙 영상 보도 조선일보, '야당 줄탄핵' 비판 이진숙 소환…위법 논란엔 침묵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임 EBS 사장 선임안 의결을 강행하자 '법을 무시하는 공영방송 장악 폭주'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 '윤석열의 부하들' 중 가장 황당한 일을 벌이는 인물로 이진숙 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 줄탄핵'을 비판하며 이 위원장을 대표 사례로 거론해 온 조선일보는 2인 체제 방통위의 EBS 사장 선임 위법성을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고위공직자의 위법적 행위에 침묵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에는 '무고죄'를 운운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EBS 사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MBC 출신인 신 씨의 인맥으로 같은 MBC 출신인 이 위원장,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거론된다. 이 위원장과 신 씨는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EBS 사장 선임 과정에 이 위원장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며 기피신청서를 접수했지만 방통위는 '기피신청권 남용'이라며 각하했다.
27일 한겨레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릴 만큼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던 인물을 EBS 사장에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됐다.
이 위원장은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 영상을 왜 비공개 처리했느냐는 한겨레 질문에 "후배들에 대해 언급할 때 '사랑하는 후배 OOO' '좋아하는 후배 △△△' 등으로 표현한다"며 "다만 신동호 (EBS 사장)지원자가 8명의 지원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들어 있어 이런 시빗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비공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민경욱 전 의원이 지원했다 해도 페이스북 글 비공개 처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최근 SNS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민경욱 전 의원에게 MBC 지배구조 교체를 위한 방안을 요청했다.
27일 한국일보는 사설 <2인 체제로 EBS 사장 선임한 이진숙 방통위...법 무시하나>에서 "2인 체제의 안건 심사·의결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사법부 판결이 잇달아 나왔는데도 무시한 것"이라며 "이 위원장은 법·절차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략)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마당에 몽니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 추천 몫 상임위원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인사 등을 밀어붙인 사례가 빈발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대법원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고, 서울행정법원은 MBC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방송계엔 진작부터 신 씨 내정설이 파다했다.(중략) 신 씨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아나운서 탄압으로 MBC에서 6개월 정직을 받은 전력도 있다"며 "이러니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방통위는 EBS 사장 인선을 즉각 취소하고 2인 체제가 해소될 때까지 일체의 위법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썼다.
같은 날 이충재 전 한국일보 주필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윤석열 부하들' 돌아오자 벌어진 일>에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들이 탄핵 기각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탄핵 기각 후 가장 거침없이 행보를 재개한 사람은 이진숙"이라고 했다. 이 전 주필은 "그는 복귀 일성으로 '2인 체제에서 할 일이 많다'고 하더니 곧바로 EBS 사장 임명에 나섰다.(중략)더 기가 막힌 건 EBS 사장에 이진숙가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신동호 현 EBS 이사를 선임한 행위"라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고 했다.
이 전 주필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감사해달라는 국회의 요구안을 사실상 기각했다며 "감사원은 국회 감사 요구에 지난해 11월 일주일간 실지감사만 했다가 감사원장이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동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주필은 "이런 퇴행적인 현상은 윤석열이 어처구니없이 풀려나고 헌재의 윤석열 탄핵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법원과 헌재가 탄핵 반대 세력의 불순하고 정략적인 주장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윤석열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직자로서 임무보다는 인사권자만 쳐다보는 이들의 관료적 행태도 문제지만 이런 빌미를 주고 있는 헌재의 무책임한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위법·자격’ 시비 EBS 사장 임명, 2인 방통위 폭주 규탄한다>에서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소추 기각으로 2인 체제 방통위를 인정받은 것처럼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가 파면 요건을 엄격히 적용했을 뿐, 2인 체제 위법성에 대한 의견은 4 대 4로 팽팽히 갈렸다"며 "2인 체제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신 사장 임명 역시 송사로 번질 태세다. 김유열 전 EBS 사장과 EBS 이사 5명은 방통위를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사장 임명 취소 소송 제기를 예고했고, EBS 노조도 신 사장 출근 저지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법률을 무시하고, 반대 목소리는 입틀막하고, 권력을 남용하며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왔다. 윤석열 탄핵 정국에도, 방통위가 그 위법적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인 체제 방통위의 신동호 EBS 사장 선임을 지면에 단신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신동호 EBS 신임 사장>에서 신 씨의 이력과 EBS 사장 임기를 짧게 서술했다. 중앙일보(<이진숙, EBS 사장에 신동호 전 아나 임명…노조 "출근저지 불사">), 동아일보(<방통위, EBS사장 신동호 임명… EBS, 집단 반발>)와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 위원장의 위법적 행위에 눈을 감은 채 '야당 줄탄핵'만 비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 <‘줄탄핵’ 사과 대신 韓 대행 ‘재탄핵’ 위협>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돼 174일간 쫓겨나 있었다. 그 사이 방통위 업무는 마비되다시피 했다"고 썼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 사유는 2인 체제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으로, 대법원에서 위법성이 인정돼 효력이 정지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3년간 30회 연쇄 탄핵, 이것은 내란 아닌가>에서 방통위 이동관 전 위원장, 이 위원장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정을 마비시키고 사법 기능까지 방해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무고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 25일 사설 <민주당 정략 탄핵들 전부 기각, 무고죄 처벌감이다>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소추가 기각된 이 위원장을 비난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 아니라면 무고죄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 견해도 있다"고 썼다.
그러나 형법상 무고죄는 '형사·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자'에게 적용된다. 헌법재판관 전원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는 법 위반행위 재발을 예방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국회의 행위로,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헌법재판관 8인의 공통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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