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해설서엔 '일 단위로 계산'…검찰, 2년 전엔 '즉시항고'
지귀연 참여 형소법 해설서에 '日(일) 단위로 구속기간 계산' 적시 지귀연, 한겨레에 "이번에 처음으로 문제제기…답 줘야하는 상황" SBS "'위헌 소지' 이유로 즉시항고 않은 검찰, 2년 전에 즉시항고" 법원·검찰 내부, '윤석열 구속취소' 비판 목소리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지귀연 재판관이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 ‘日(일) 단위로 구속기간을 계산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구속기간 계산은 일(日)이 아닌 시간’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또 '위헌 소지'를 이유로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이 불과 2년 전에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겨레 단독 <지귀연 해설서엔 “구속기간 ‘날’로 계산”…71년 만에 ‘윤석열 예외’>에 따르면 2022년 10월 한국사법행정학회가 발간한 ‘주석 형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 제66조 ‘기간의 계산’ 조항 주석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주석서는 노태악 대법관이 편집대표를 맡았고, 지귀연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형사재판 실무에 밝은 현직 판사 17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주석서는 “일(日)을 단위로 하는 기간에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재정신청기간, 상소제기기간 등이 있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적용한다고 적시했다. 주석서는 시간 단위 계산이 적용되는 기간으로 “체포기간,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현행범인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구속통지기간” 등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시간 단위가 적용되는 여러 구금 관련 기간을 명시하면서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근거가 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구속기간 해설은 최승원 부산고법(창원재판부) 판사(현 서울고법 판사)가 맡았다”면서 “지 부장판사는 재심 관련 집필을 맡았지만, 공동 주석서는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내용도 상호 감수 등을 한다”고 전했다.
지 부장판사는 ‘주석서 발간 이후 구속기간 판단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한겨레 질문에 “그동안 구속기간 계산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부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며 공적 비판과 논의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위헌 소지’를 이유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는 심우정 검찰총장의 입장과 달리 검찰은 비교적 최근 유사한 사건에 즉시항고를 했던 것 나타났다.
10일 SBS는 [단독] 기사 <위헌 소지라더니…2년 전엔 '구속취소 즉시항고'>에서 “공동공갈 혐의로 함께 구속된 피고인 2명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을 하자, 2023년 9월에 당시 울산지검 박 모 검사가 2건에 대해 즉시항고했다”고 보도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즉시항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 헌법재판소가 '인신구속에 관한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취지로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을 위헌 결정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SBS는 “실제로 헌재는 유신 체제에서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과 함께 도입된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이 위헌이라고 지난 2012년 6월 결정했다”면서 “검찰은 적어도 2012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의 위헌 소지가 확인된 셈이니,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서 즉시항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불과 2년 전에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은 '2년 전과 판단이 달라진 이유'와 관련해 SBS에 "일선에서 즉시항고를 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건수가 많지 않아 검찰 차원의 업무 방침이나 판단 기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SBS는 "그러나 이번 사례가 확인되면서 과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사건이 아니었어도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했겠느냐는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법원과 검찰의 판단을 두고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이번 결정은 법리적,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종래의 선례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윤 대통령 구속기간 판단’과 관련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시간 즉,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만일 이번 결정대로 수사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의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 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고검 박철완 검사는 9일 이프로스에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도록 지휘한 근거 등을 취합해 공식적으로 공유해달라면서 “당장 이번 사건과 결정을 계기로 많은 구속 피고인과 피의자들이 동종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명확한 입장과 논리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도 “지금부터 윤 대통령 본안 재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구속 기간 불산입 기준’을 ‘날’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결정에 따라 ‘시’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사람의 인신 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뭐가 맞는지 바로 옆에 있는 동료 검사들하고도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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