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사주 양심고백' 닷새 만에 등장한 류희림 '입꾹닫'

방심위, 위원장실 찾은 기자들에 "업무 방해죄" 운운 류희림 "조사 진행 중인 사항, 언급 부적절" 한 줄 입장 권익위, 방심위에 '셀프 재조사 요구' 방심위 노조 "권익위, 왜 조사 책임 또 떠넘기나"

2025-03-10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내부 직원의 양심고백 이후 닷새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들은 입장을 묻기 위해 류 위원장을 찾았으나 방통심의위는 '업무 방해죄'를 운운하며 퇴거를 요구했다. 이후 류 위원장은 “경찰의 수사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재조사 요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한 줄짜리 입장을 취재진에 전해왔다. 

3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일 류 위원장은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 앞서 일부 출입기자들은 홍보팀을 통해 류 위원장에게 장경식 전 종편보도채널팀장(현 강원사무소장)의 양심고백에 대한 사실관계와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통신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민원사주 의혹 양심고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5일 장 전 팀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류 위원장에게 본인이 직접 ‘동생의 민원 신청이 담긴 보고서를 보고했다'고 양심고백했다. 또 장 전 팀장은 권익위에서 허위 진술을 한 뒤 류 위원장으로부터 ’고맙다‘ ’잘챙겨주겠다‘ ’미안하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과방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류 위원장은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지난 6일 예정된 실·국장 회의를 취소하고 휴가를 냈으며 이튿날에는 ’병가‘를 냈다. 

방통심의위 회의장 촬영 시간 도중 MBC 기자가 류 위원장에게 ‘장 전 팀장의 양심고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가 퇴장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류 위원장은 “안건 상정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은 답변할 수 없다”면서 “규칙에 따라 의사 진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로 판단해 퇴장을 명한다”고 했다. 이현주 사무총장과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MBC 기자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전체회의 종료 후 일부 출입기자들은 류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위원장실로 향했다. 그러자 이현주 사무총장은 “이 공간은 취재 공간이 아니라.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고 퇴거를 요구했다. 기자들이 ‘류 위원장이 답변을 주지 않아 찾아온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그거는 알아서 하시고, (답이 없다고) 무조건 들어오면 안 된다”며 사무처 직원들에게 퇴거 조치를 지시했다. 방통심의위 운영지원팀 비상계획관은 “업무공간에 오셔서 이렇게 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류 위원장은 홍보팀을 통해 “경찰의 수사와 권익위의 재조사 요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취재진에 전해왔다. 

"거짓 진술했더니 류희림이 '고맙다' 했다"‥방심위 간부의 폭로 (3월 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권익위는 이날 오전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민원사주’ 의혹 사건 이의신청을 검토한 결과 방통심의위에 재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민원사주 의혹’ 양심고백을 거론하며 ▲방통심의위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추가 조사·확인 필요성 인정된다 ▲방통심의위가 조사기관으로서 류 위원장과 참고인들 간 대질조사 등 별도의 조사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권익위가 조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권익위의 무책임한 태도에 다시 한번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만약 이번 재조사 요구에도 방심위가 같은 결론을 내놓는다면, 권익위는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할 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아마도 류희림 씨는 본인의 최측근인 박종현 감사실장에게 또 다시 조사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류희림 면죄부 발행에 대한 보은 인사로 최근 1급 승진을 거머쥔 박 실장이 류희림을 제대로 조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박 실장이 또 다시 조사에 나선다면 사건 은폐의 공범에게 다시 조사를 맡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이 10일 방통심의위 사무실 안에서 '류희림 사퇴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방통심의위지부는 “왜 또 한 번 조사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인가. 권익위는 직접 조사에 착수하여, 대질조사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조사를 면밀히 진행해야 한다”면서 “장 전 팀장의 양심고백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권익위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스러운 역사가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전체회의 전후로 회의장 앞에서 '류희림 사퇴 촉구' 피케팅을 진행했다. 

지난 2023년 12월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권익위에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류 위원장의 진술과 참고인들간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민원사주 의혹’ 사건을 방통심의위에 이송했다. 방통심의위 감사실은 지난달 7일 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회신했고 결국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민원사주 의혹' 셀프 감사를 주도한 감사실장이 1급으로, 위원장 부속실장이 3급으로 승진해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는 “부역자에 대한 포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방통심의위에 재조사를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 권익위는 재조사할 권한이 없는 것인지를 묻는 미디어스 질문에 대해 “오늘 처리한 안건은 방통심의위 조사 결과 및 이에 대한 신고자 이의신청과 관련해 방통심의위의 조사 결과가 충분했는지를 검토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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