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석방은 국힘 악재" 분석 나오는 이유
조기대선 간 보던 국힘 주자, 윤석열 석방 '환영' 당내에서 "보수에 안 좋다" "이재명에게는 좋다" 한국일보 "윤석열, 여권 중도확장성 가로막는 족쇄" 한겨레 "윤석열·극우당심에 인질로 붙잡힌 국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는 국민의힘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본격화될 경우, 여권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당내 경선을 의식해야 하는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환영하며 수사기관 때리기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예방에 나서고 탄핵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관저로 복귀했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 '시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의자·피고인 인권 보호를 위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을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에 적용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 하루 만에 즉시항고를 포기, 석방 지휘에 나섰다. 법원과 검찰이 왜 하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인권친화적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 퍼지고 있다.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은 10일 칼럼에서 "5100만분의 1 ‘법아귀’ 주인공 된 윤 대통령"이라고 잘라 말했다. 천광암 주간은 "책임 소재를 떠나, 하나 분명한 사실은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중대한 혐의를 받으면서도 5100만 우리 국민 중 어느 누구도 누리지 못한 ‘특별한 방어권’을 적용받게 됐다는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절차’를 놓고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이제는 ‘실체’를 말할 때"라고 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즉시항고 여부를 두고 대검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대립했다는 검찰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동수 전 부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은 늘 외관상 의견대립이 있는 것처럼 쇼를 한다"며 "현재 대검 지휘부인 부장들이 어떤 사람인지, 특수본의 구성이 어떤지 안다. 검사들의 면면은 재직 시절 행동대장으로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을 잡아가는 과정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동수 전 부장은 "특수본은 기본적으로 즉시항고장을 내면 된다. 본래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이라는 것을 본인들도 안다"며 "이것(석방지휘)은 검찰총장의 위법부당한 지시이기 때문에 검사로서 소신을 발휘해야 됐다"고 비판했다.
석방된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앞을 걸으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웃어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잘 싸워줘서 고맙다"고 격려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기현·박대출·박상웅·서명옥·이철규·임종득·유상범·윤상현·정점식·조배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들 역시 일제히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윤상현, 김기현 등 친윤계 의원들은 구속취소 결정을 두고 탄핵소추안 각하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는 9일 밤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예방했다.
10일 경향신문은 기사 <조기 대선 간보던 국민의힘…다시 커진 ‘윤심’에 복잡한 셈법>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당 후보로 낙점되면 대선에서 불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당분간 불구속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로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석방된 윤 대통령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면 이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보수 전체로 보면 별로 안 좋다"며 "윤 대통령 성격상 탄핵되면 장외 정치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비윤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 석방은)당에는 악재"라며 "윤심 후보가 되면 우리 당은 선거에서 무조건 진다. 비상계엄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이 활동하면 (중도층이)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대표에게는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기사 <尹 석방에 與 붙잡는 '관저 정치'... 당장 '결집'해도 결국 '역풍' 불가피>에서 "체포 이전 극에 달했던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노골적으로 재현된다면 보수층과 여당에 미치는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특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바뀔 경우 여권 주자의 중도 확장성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된 순간 이미 관저 정치는 시작됐다. 당장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여세를 몰아 그간 진행된 수사가 불법이라고 거칠게 지적하며 '탄핵 반대' 여론전의 고삐를 죄고 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아직 움직임이 가시화하진 않았지만, 관저로 예방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분위기에 비춰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은 필요했다고 말했던 정치인들도 눈치를 보며 한남동을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공수처가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체포하려 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다만 윤 대통령이 헌재 선고 전에 무리하게 움직일 경우 자칫 헌재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역풍을 자초하는 격"이라고 했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윤 대통령에게 인질로 붙잡힌 꼴이다. 이대로 질질 끌려가면 윤 대통령과 함께 몰락할 것"이라며 "벗어나는 길은 하나뿐이다. 윤 대통령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성한용 기자는 10일 칼럼 <풀려난 윤석열 주먹 불끈…대선 ‘간’ 보던 국힘이 살길은>에서 윤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조기대선 국면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성한용 기자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 전광훈 목사와 포옹을 할 수 있다. 전매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할 수 있다"며 "대선후보 경선에도 개입할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하고 사면을 약속하는 주자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고 했다.
성한용 기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윤 대통령을 철저히 예우하는 이유는 지지도가 너무 낮고, 극우화하는 당심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한용 기자는 "3월7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35%, 김문수 10%, 한동훈 6%, 홍준표 5%, 오세훈 4%, 이준석·조국 1%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국민의힘 네 사람 지지도를 다 합쳐도 25%에 불과하다"며 "거기다가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중략)바로 이 부분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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