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5·18단체 '윤석열 구속 취소' 비판 입틀막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 공문에 성명 원본 요구 "5·18 정신 유린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보훈부 "통상 업무…대통령실과 논의한 적 없다"

2025-03-10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국가보훈부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비판’ 성명서를 발표한 5·18민주화운동단체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적 압력’이라는 논란이 거세지자 보훈부는 “관리·감독 기관의 통상적 업무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7일 보훈부는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유공자유족회·공로자회 등 3단체에 <5.18 민주단체의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 재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5·18민주화운동단체들은 공동 성명에서 “검찰이 끝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석방했다.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폭거이며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는 반역 행위”라고 비판했다.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9동) 외벽에 국가보훈부 출범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훈부는 ‘5.18 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63조(정치활동 등의 금지)와 3단체 정관 등을 제시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 조항은 “보훈단체는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 혹은 반대하거나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 지역구의 양부남·민형배·박균택·조인철·안도걸·전진숙·정준호·정진욱 더불어민주당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군부의 계엄을 직접 경험한 5·18 단체의 규탄성명 발표는 당연한 것”이라며 “보훈부가 이들의 정당한 비판을 문제 삼은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기관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훈부에 “5·18 단체에 대한 정치적 압력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했다.

광주광역시는 8일 입장문을 내고 “5·18 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하고 5·18정신을 유린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보훈부는 부당한 압력행사를 공식 사과하고 5·18 공법 3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적극 보장하라”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SNS에 "보훈부가 윤석열 구속취소를 비판한 5·18 단체를 정치적 중립의무 운운하며 야밤에 전화를 걸어 압박했다니 그 시대착오와 판단 착오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이 관련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보훈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는 8일 기사 <구속 취소 비판, 용산서 난리” 보훈부, 한밤중 518단체 ‘압박 공문’>에서 “늦은 밤까지 이어진 수차례 전화·공문 발송 등 이례적인 업무 연락 과정에서 보훈부는 ‘용산 대통령실’을 거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연합뉴스에 “성명 발표 전부터 보훈부에서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연락이 왔다”며 “성명 발표 후에도 밤늦게까지 원문을 요구하는 등 단체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훈부는 9일 설명자료를 내어 “국가보훈부의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 안내’ 공문 발송은 관리·감독기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현행 법령상 ‘보훈단체의 정치활동 등의 금지’는 모든 보훈단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성명서 요청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5·18단체와 소통하였으며, 대통령실을 포함한 어떤 기관과도 이번 사안에 대해 사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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