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정지환 KBS감사 임명 무효 소송…더구나 코바코 이사 재직 중

박찬욱 감사, '정지환 감사 임명 무효' 가처분·본안 소송 "비정상적 상태 2인체제 방통위, KBS이사·감사 선임" 정지환, 아직 감사 임명 안 돼…코바코 비상임이사 재직 중 방통위 '공영방송 알박기 속도전' 논란 거세질 듯

2025-03-0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정지환 KBS 감사 임명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접수됐다. 가처분 신청인은 박찬욱 현 KBS 감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방통위원 2인의 KBS 감사 임명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국회 여야가 추천해 구성하는 5인 합의제 기구다. 

방통위는 '정지환 감사 임기'에 대한 미디어스 질문에 "행정처리 후 위원장이 임명하면 임기가 시작된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임명 전인 내정자 신분이라는 의미로, 정지환 감사 내정자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비상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방송법과 KBS 정관은 감사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정지환 감사 내정자는 방통위 의결 하루 전날 코바코에 사표를 제출, 현재까지 면직 처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개의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고 KBS 신임 감사 임명 안건을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방통위는 보도자료에서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가 임명 제청한 KBS 감사를 임명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의결한 KBS 신임 감사 내정자는 과거 KBS에서 중징계를 받은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이다.

4일 미디어스 확인 결과, 박찬욱 현 KBS 감사는 방통위를 상대로 법원에 정지환 KBS 감사 임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아울러 방통위의 정지환 KBS 감사 임명에 대한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박찬욱 감사는 방통위 2인 체제를 근간으로 한 KBS 이사회의 감사 후보자 임명 제청과 방통위의 임명은 현행 방통위설치법과 방송법에 맞지 않는 위법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욱 감사는 소장에서 "임기가 도래한 감사에 대한 개임 절차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원고 역시 그것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법하게 방통위가 구성되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합의제 기구의 실질적 토론을 통해, 순리에 맞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위법한 방식으로 감사가 교체될 경우 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제도적 완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사후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가 파행적으로 구성·운영됐다며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은 '적법한 주체'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2인 체제 방통위가 KBS 이사회를 구성하고, KBS 이사회가 KBS 감사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고, 2인 체제 방통위가 KBS 감사를 임명하는 일련의 위법 행위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KBS 신임 감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KBS 신임 감사는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이다 (사진=KBS 보도화면,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박찬욱 감사는 "주지하는 것처럼 방통위는 방통위설치법에 따라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KBS,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방문진), EBS의 이사 및 감사의 임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며 "그런데 2023년 초부터 방통위는 이러한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구성되고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사는 "2023년 8월 김현·김효재 두 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고 1~2인의 위원만 남은 상황에서 방문진 이사 해임, YTN 매각, KBS 이사 선임과 같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이라는 유일한 목표를 위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며 "이로써 법률로 다원주의적 구성원리가 부여된 방통위는 대통령이 임명한 2인 또는 1인, 심지어 0인으로 구성·운영되는 심각한 비정상적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했다. 

박찬욱 감사는 KBS 이사회 역시 감사 후보를 임명 제청할 '적법한 주체'가 아니라고 했다. 박찬욱 감사는 "KBS 이사회의 감사 후보 제청 의결은 2024년 12월 11일 이루어졌고, 이 의결의 주체가 된 이사회는 2024년 7월 31일 방통위의 추천 의결과 대통령의 임명 처분으로 이사가 된 권순범, 류현순, 서기석, 이건, 이인철, 허엽, 황성욱이 포함되어 있고, 그 인원 수가 이사회 전체(11인)의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7월 31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2인 체제 의결을 통해 KBS 이사 후보자 11인 중 7인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나머지 4인 이사는 임기가 만료된 야권 KBS 이사들 중 일부를 선택해 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박찬욱 감사는 "KBS 이사 후보를 추천한 방통위의 의결은 2인 위원만으로 진행돼 적법한 의결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고, 11인 이사를 공모해 놓고 자의적으로 7인에 대해서만 후임자를 선정해 추천함으로써 기형적이고 불안한 이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정지환, 코바코 이사 재직 중… 방통위 '공영방송 알박기 속도전' 논란

4일 미디어스 확인 결과, 정지환 KBS 감사 내정자는 코바코 비상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지환 내정자가 코바코에 사표를 제출한 시점은 지난 2월 27일이다. 방통위가 KBS 감사 임명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은 2월 26일, 안건을 처리한 시점은 2월 28일이다. 코바코 비상임 이사의 임면권을 가진 정부부처는 기획재정부로 4일 오후까지 코바코 비상임 이사 사표는 처리되지 않았다. 

코바코 홈페이지 갈무리

방통위는 2월 28일 보도자료에서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가 임명 제청한 KBS 감사를 임명함'이라고 밝혔다. 이날 KBS 신임 감사의 임기 시작·종료일을 알려달라는 미디어스 질의에 방통위 관계자는 "임명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오늘 의결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적 처리 후 위원장이 임명하면 그때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임기는 시작 후 3년"이라고 말했다.

4일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들은 정지환 감사 임명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지환 감사 임명 안건을 담당한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은 코바코 비상임 이사를 KBS 감사에 임명을 할 수 있느냐는 미디어스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방송법과 방통위 인가를 통해 규정된 KBS 정관은 '공사의 사장·부사장·본부장·감사 및 직원은 그 직무 이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코바코는 K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2024년 12월 11일 KBS 제1095차 임시이사회 의사록 갈무리

이 같은 문제는 KBS 이사회의 감사 후보자 면접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여권 성향의 류현순 이사는 당시 정지환 감사 후보자에게 "지금 코바코에서 이사 하고 계시지 않나. 만약 감사가 된다면 병행이 가능한 직군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지환 후보자는 "그건 당장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KBS 이사회가 KBS 신임 감사를 임명제청 한 이후에도 정지환 감사는 코바코 비상임이사직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2인 체제 방통위가 '공영방송 알박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KBS 감사 임명 안건이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 안건으로 추가된 2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위원 3인 이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안 공포 여부 절차만 남은 가운데 2인 체제 방통위는 정지환 KBS 감사 임명 안건을 의결했다.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에서는 '공영방송 알박기'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