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불방도 모자라 3·1절 다큐 욕보이는 KBS

KBS, "3·1절 다큐 수작이라 '추적60분' 순연 결정" 해명 3·1절 다큐 PD "27일 오후 7시 입고했는데 보지도 않고 평가" "입고도 안 된 다큐가 '추적60분' 시간대에…어이가 없어"

2025-02-28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편성 삭제 사태에 대해 "순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1절 기획 다큐멘터리가 수작이어서 <추적 60분>을 뒤로 미루고 대체 편성하게 됐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3·1절 기획 다큐를 제작한 KBS PD가 "당황스럽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다큐 제작 PD는 프로그램 입고를 27일 저녁 7시에 했는데 사측이 대체 무엇을 보고 '수작'이라고 평가, <추적 60분> 편성을 삭제하고 3·1절 다큐를 대체 편성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KBS 사측이 <추적60분> 편성 삭제 사실을 KBS 내부에 공지한 시각은 27일 오후 5시 44분으로 확인된다. 다큐 제작 PD가 밝힌 바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30분 이전에 KBS 사측은 <추적 60분> 편성 삭제를 결정했다. 

28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이 유튜브에 공개한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예고편

27일 KBS <추적 60분> 제작진은 사내게시판에 "내일(28일) 방송 예정이던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편이 편성에서 삭제됐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대체 편성된 <3·1절 기획 다큐온>으로 외주제작 프로그램이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경영진으로부터 ▲3월 1일 방송 예정이던 3‧1절 특집 다큐멘터리가 너무 잘 만들어져 하루 앞당겨 편성하고 싶다 ▲토요일(3월 1일)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여의도에 예정되어 있어 <추적 60분>을 방송하면 집회 세력을 자극해 KBS가 서울서부지법과 같은 물리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등의 사유를 전달 받았다. 

28일 극우 세력이 두려워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냐는 비판이 안팎에서 일자 KBS는 <‘추적 60분’ 편성 순연에 대한 KBS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KBS는 "내일 3·1절을 앞두고 오늘 밤 10시, <다큐온 3·1절 기획-잊혀진 독립운동가 태극기>를 편성했다"며 "태극기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태극기가 걸어온 항일 독립 운동사를 담아낸 수작"이라고 했다. 

KBS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극기를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을 남겼던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 1945년 조국 광복의 날에 광화문을 물들였던 태극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형태의 태극기를 돌아보며 시청자들에게 3·1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에 따라 2025년 2월 28일 밤 10시 편성된 <추적 60분>의 편성은 순연되었다"고 했다. 

이에 다큐를 제작한 KBS PD A 씨는 사내에 <다큐온 3·1절 기획 '수작' 다큐 프로듀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회사의 입장을 보았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아쉬움이 항상 남는데 '수작'이라고 회사에서 인정해 줘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도대체 오후 7시경에 입고된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고 평가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A 씨는 "<다큐온 3·1절 기획>은 3월 1일 경축식 바로 뒤인 오전 11시 방송예정이었다. <추적 60분>의 정확한 연기사유와 제작진의 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편성(국)에서 금요일 추적 시간에 낼 수 있냐고 연락이 왔을 때, 당연히 우려를 표했다"며 "방송효과도 3.1절 경축식 직후에 나가는 것이 좋고, 시간관계상 원고의 시제('오늘')를 고칠 수 없다, 사정이 있다면 다른 다큐로 대체하는 게 어떠냐 등등이 제가 전한 말"이라고 밝혔다. 

KBS 사내게시판 KOBIS에 게재된 KBS 1TV 편성변경 공지. KBS 사측이 28일 방송 예정인 '추적 60분' 편성을 삭제한다고 내부에 공지한 시각은 27일 오후 5시 44분이다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A 씨는 "하지만 편성(국)에서는 <다큐온 3·1절 기획>이어야 한다, 시제는 하루 전날이니 크게 이상하지 않을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편성에서 처리하겠다는 말로 설득(?)했다"며 "추적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저는 외주PD와 고민 끝에 원래 방송시간대에 방송은 꼭 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편성(국)에서 3.1 예정됐던 시간에 재방송을 하겠다고 해서 제안을 수용했다. 아마 이때가 목요일(27일) 오후 4시 30분경이었다"고 했다. KBS 사측이 사내게시판에 <추적 60분> 편성삭제 사실을 공지한 시각은 27일 오후 5시 44분이다. 

A 씨는 "이후 이곳저곳에서 <추적 60분> 사태를 알려주었고, 심지어 입고도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아주 잘 만들어져서' 추적 시간대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혹 누가 그런 보고('수작')를 했고 (사측이)믿었다면, <추적 60분> 제작진의 보고와 의견은 왜 믿지 않는 것인가"라고 했다. 

A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리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동료 PD들에게, 그리고 시청자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저는 사측의 해명과 그간의 사정을 알고서는 결코 <추적 60분> 편성 순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아직 늦지 않았다. <추적 60분>과 <다큐온 3·1절 기획>이 '수작'이든 아니든 원래 편성 시간에 나가는 것이 순리"라며 "공영방송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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