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가 부족하지만 괜찮아
[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내가 이룬 작은 성취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기
[미디어스=김담이 칼럼] 요즘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을 내달리는 자동차 같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에 비하면 사람들의 생활 속도와 생체 속도는 태엽이 풀린 시계처럼 느리다. 사람들이 아무리 헐떡거리며 뛰어도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아침에 눈떠 보면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쏟아지고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습득하는가, 못하는가에 따라 공부하고 일하는데 능률과 효율이 달라진다. AI(인공지능)의 등장만 보아도 그렇다. AI의 등장은 놀라움을 넘어 혁명적이다. AI의 등장은 인간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압축해서 단시간에 익히고 응용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혁신적 기술과 쏟아지는 정보에 치여 사는 현대인의 정신적 피로감과 좌절감은 크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의 기능도 다 사용할 줄 모르는데 세상은 나보다 만 걸음쯤 앞서 있는 것 같다. 미래 사회는 더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반해 인간의 발걸음은 나무늘보만큼 늦지만 새롭게 출현하는 혁신적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빈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는 많고 정보를 선별하고 습득하기도 전에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든, 적응하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치닫는 일은 같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로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정신병원은 그리 낯설지 않다. 내가 젊을 때는 정신병원 하면 모두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생각했다. 정신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도 정신병원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가족 중 누가 정신병원에 다니면 꼭꼭 숨겨야만 하는 일로 생각했다.
요즘은 정신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 거부감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원이라는 노골적인 명칭보다 정신건강의학, 마음 상담 등 명칭도 다양하며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내가 정한 나의 사회적 기준이 높고, 평가는 박하다.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에 관한 자학이 크다.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고 사람들도, 사회도 싫어진다.
그런데 참 얄궂게도 인생은 길고 내가 사는 동안 실패는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획하고 실행해 실현하려고 마음먹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년 새해를 맞으면 새로운 계획은 세우고 실행하고 실현하려고 결심하지만 12월을 맞아 되돌아보면 실행조차 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 계획 중 절반만 이루어도 성공한 한 해이다.
새해가 되면 SNS에는 계획에 관한 이야기와 성공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실패할 수 없을 치밀한 계획부터 굳은 결심을 보이는 계획까지 수많은 계획이 쏟아진다. 올해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계획했지만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다 시작도 해보지 못할 때도 있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러므로 계획을 세웠지만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하여도 자책하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계획한 일을 실행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아주 훌륭하다. 사람들은 내가 세운 계획이 10가지인데 8가지, 10가지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세운 10가지 계획 중 5가지만 실현해도 정말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7가지 반을 이루었다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25%가 부족하지만 괜찮다. 2가지 반은 이루지 못했지만 2가지 반 중에 반은 끝까지 못 갔지만 반은 해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7가지나 계획을 실현했다. 이루지 못한 25%에 집중해 실망하고 자책하기보다 내가 이룬 75%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쏟아지는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급변하는 기술에 휩쓸리지 않도록, 25% 부족하지만 사랑스러운 나를 아끼며 칭찬하며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
김담이,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 『올해의 5학년』 출간. 2024년 11월, 소설집 『경수주의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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