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출신 YTN시청자위원, 극우지지자 피한 기자에 "줄행랑" 혐오 발언
석우석, 시청자위서 유튜브 영상 틀고 "비굴하게 도망가" MBC기자에 "아버지 아니었으면 먼저 나서서 밟지 않았을까" YTN지부 "극우 세력 자인, 사측은 문제적 발언 감추는 방식으로 비호" "'최대주주는 주인' 전무이사, ‘사주의 언론 철학' 보도본부장 모두 자격없다"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보수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 YTN 시청자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의 위협을 피한 기자에 대해 “비굴하게 도망치는 모습” “도망간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YTN 기자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자신이 윤석열을 지키려는 극우 세력을 자인한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지난 1월 23일 정기 시청자위원회에서 한 시청자위원이 YTN 기자가 극우 집회에서 위협을 받고 자리 피하는 동영상을 틀면서 ‘비굴하게 도망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줄행랑’이라는 경멸적 표현도 썼고, MBC 기자를 두고서는 자신이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먼저 나서서 밟아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섬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탄했다.
YTN 홈페이지에 공개된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석우석 위원은 “서부지법 앞에서 제가 경험한 사실을 잠깐 소개하겠다”면서 “눈앞에 M(BC) 방송사 기자가 나타나 카메라를 드는 순간 성난 시민들이 달려들어 기자를 향해 물리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중략) 제가 그 기자에게 소리쳐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고, 다행히 그 기자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는데, 저도 본의 아니게 YTN을 비롯한 뉴스에 또 등장한 장면이 연출될 뻔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우석 위원은 “기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제가 저 청년 같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아마 먼저 나서서 밟아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면서 “그만큼 우리 언론사들이 편파 왜곡, 가짜뉴스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석우석 위원은 “한남동에서는 제가 YTN 기자도 삼각대를 뺏기려고 할 때 제가 YTN 시청자위원이지 않나,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면서 “M(BC) 방송사는 진짜 로고만 보면 우파 쪽 시민들이 아예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을 한 시청자위원은 공언련 대외협력 단장 출신 석우석 씨다. 석우석 위원은 올바른광고문화운동본부 대외협력 위원장으로 YTN 시청자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석우석 위원은 지난해 KBS 아트홀에서 열린 보수성향 언론단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주최한 ‘2회 대한민국언론대상’에서 이영풍 전 KBS 기자와 함께 ‘언론자유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김백 YTN 사장은 공언련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YTN지부는 “사측은 위협을 받고 현장을 이탈한 기자를 '도망쳤다'고 표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감을 나타내자, 석우석 씨는 ‘피한다’는 말로 속기록에 적어 달라며 자신의 발언을 순화하려 했고 실제로 공개된 속기록에는 관련 발언이 대부분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개된 시청자위 회의록에는 YTN지부가 지적한 내용이 삭제돼 있다. 미디어스 취재에 따르면 비공개 속기록에 “YTN 기자가 비굴하게 도망가는 모습” “줄행랑치는 모습” 외에 “도망갔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담겨 있었다.
YTN지부는 “시청자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부여한 의무 사항으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면서 “방통위 설치법이 규정한 전문 분야에 극우세력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TN지부는 "YTN 기자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자신이 윤석열 지키려는 극우세력임을 자인한 석우석 씨는 YTN 시청자위원 자격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얘기"라면서 "사측은 해촉은커녕 문제의 발언을 감추는 방식으로 김백 사장과 ‘공언련 동문’ 격인 석우석 씨를 비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원배 전무이사는 “지난해 2월 7일 자로 민영화됐다.(중략) 지금 등기부상 주인은 유진ENT고, 유진그룹이 이제 주인 기업”이라면서 “2022년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우리 회사 보도가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서 13건의 징계를 했는데, 그 대선 보도가 저희 민영화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무이사는 “당시 대선 보도에서 문제가 됐던 불공정 지적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업부서, 간부들이 유념을 하고 있다”면서 “석우석 위원이 재생한 영상은 1월 2일 한남동 관저 앞 집회 상황인데, 저 영상으로 인해 지금 보도가 마치 불공정한 것처럼 일반인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했다.
YTN지부는 김 전무이사의 발언과 관련해 “유진그룹을 YTN 주인이라고 하면 구성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주인’은 상하 관계를 내포한 표현”이라며 “김 전무이사는 우리를 유진그룹의 발아래 두고 싶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YTN지부는 “YTN 민영화의 결정적인 이유가 2022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공기업이 불필요한 자산을 파는 것일 뿐 언론 장악은 아니라던 윤석열 정권의 주장이 거짓말임을 시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YTN지부는 “김종균 보도본부장은 YTN 보도에 ‘기계적 중립’이 중요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더니, ‘사주의 언론 철학이 반영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면서 “30년 YTN 역사에서 유진그룹이 이름을 올린 건 고작 1년이다. 레미콘 사업이 주력인 유진그룹의 언론 철학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유진그룹 앞세워 자리 보전하려는 자들에게 언론 철학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라고 지적했다.
YTN지부는 “‘사주의 언론 철학’ 운운하는 보도본부장이나, 최대주주를 주인으로 표현하는 전무이사나 모두 자격 없고, 시청자위원 석우석 씨도 자격 없다”며 “회사는 석우석 씨를 당장 해촉하라”고 촉구했다. YTN지부는 “우리는 주인 모시고 싶지 않다. 조합원들은 하루하루 현장에서 땀 흘려 싸우고 있다. 우리가 YTN의 주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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