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이제는 국가전략산업이다
[기고] 김진규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미디어스=김진규 칼럼] 최근 콘텐츠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요즈음의 최대 화두인 AI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콘텐츠산업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 플랫폼이 성장하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세계 콘텐츠산업은 향후 연평균 4.5%씩 성장해, 2027년 3조 3,5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규모는 2022년 역대 최고치인 151조 원을 달성하였고, 수출액은 132억 달러를 달성하여 100억 달러 규모의 2차전지 해외 수출액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였다. 이와 같은 콘텐츠산업은 한류 초기 드라마, 음악을 넘어 영화, 게임, 웹툰 등 K-콘텐츠 전 장르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 확산과 함께 다수의 성공 사례를 창출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K-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1은 공개 후 28일간 16억 5천만 시청 시간으로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최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포함 6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또한 K-영화 '기생충'의 경우, 2019년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2억 5,75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한국 영화 최초로 만장일치 수상하였다. 또한 1929년에 처음 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관왕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K-음악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은 미국의 빌보드 핫 100에서 6곡 연속 1위를 기록하며 K-POP 그룹 최초로 미국 메인 차트를 석권하였고,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2020년과 2021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입증하였다. 이 외에도 K-게임, K-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 사례를 다수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성공 사례를 창출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에 힘입은 C-콘텐츠(중국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 시장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C-게임산업은 창의력 및 기술력의 부족으로 한국 콘텐츠에 뒤져 있었다. 하지만 약 6억 명의 게이머를 보유한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의 탄탄한 내수기반이 글로벌 확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또한 대형 게임사의 막대한 자본력과 첨단기술은 고품질 게임 개발과 글로벌 확장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 예로 중국의 대형 게임사 중 하나인 텐센트는 세계적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미국의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게임 개발사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은 글로벌 AAA급 게임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창출한 바 있다. 이는 고전 소설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2024년 8월에 출시되어 출시 3일 만에 1,000만 장, 한 달 만에 2,0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약 7억 3,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뿐 아니다. '너자 2'는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고대 신화 영웅 너자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 코믹한 캐릭터로 중국 전통의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5년 1월 개봉 3주 만에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등극하며, 총수익 16억 9,900만 달러(2조 4,500억 원)을 기록,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미국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16억 9,800만 달러)과 월트 디즈니의 '겨울왕국'(14억 5,300만 달러)을 제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또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116개 상영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총 700개 상영관에서 상영하며, 개봉 첫 주말 약 1,000만 달러의 해외 박스 오피스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영화 배급 사상 최대 규모로 중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과 창의력이 글로벌 수준까지 성장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처럼 중국은 전기자동차, 드론, AI 등의 첨단 IT 산업뿐만 아니라 콘텐츠산업 분야에서도 탄탄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의 부상은 실제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OTT 경쟁 심화, AI 시대 도래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등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1월 'K-만화·웹툰, K-콘텐츠 차세대 주자 글로벌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하에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으며, 2024년 5월에는 게임산업 제2 도약을 위한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6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하에 범부처 차원에서 차 콘텐츠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 콘텐츠산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글로벌 콘텐츠 4대 강국 도약'을 2027년의 비전으로 선포했다. 이를 위해 2027년 매출액 200조 원, 수출액 250억 달러를 목표로 'K-콘텐츠 국가전략산업 육성', '콘텐츠 기업 성장 통한 일자리 창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주류 문화로 도약', '주요 장르 집중 지원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 등 4대 전략과 함께 14개 세부 추진 과제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콘텐츠산업 육성 정책 수립 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고 있으나, 콘텐츠산업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위상을 고려할 때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콘텐츠산업은 2차 전지를 뛰어넘는 수출액 달성으로 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서 산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K-드라마, K-영화, K-음악 등의 K-콘텐츠를 소비하는 세계인은 한글을 배우고, 우리나라 상품을 구매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사랑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브랜드 제고 산업'이자 세계인의 마음을 대한민국으로 향하도록 만드는 '마법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강력한 지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여 수립하고 발표한 콘텐츠산업 육성 정책이 체계적으로 실행되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인정하는 글로벌 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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