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 주주 비밀계약 점입가경 "OBS회장이 실소유주"
이기우 경인방송 대표 "백성학 회장이 주주 간 계약한 것" '실소유주였나' 질문에 "맞다"…소유·겸영 위반 의혹 더해져 논란 예상되자 "실소유주 아닌 것으로 수정하겠다" 말 바꿔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기우 경인방송 대표가 주주 비밀계약 의혹과 관련해 OBS의 최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경인방송 실소유주였다고 말했다. 백성학 회장의 지분을 조동성 회장·민천기 부회장·권혁철 전 대표가 사들이면서 주주 비밀계약서 의혹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방송법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다른 지상파사업자의 주식 7%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경인방송 허가부터 최대주주 변경, 재허가에 이르기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소유·겸영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경인방송 측은 '백성학 회장이 실소유주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20일 이기우 경인방송 대표는 주주 비밀계약 의혹에 대해 실체를 밝히고 방송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인천시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인방송 '주주 간 비밀계약서' 의혹은 지난 2021년 조동성 회장, 민천기 부회장, 권혁철 전 대표 등이 경인방송을 인수하면서 주주 지분율을 거짓으로 꾸며 방통위 최다액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통과했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912단독(부장판사 반정우)은 '주주 비밀계약서' 효력을 인정했다.
방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이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 경인방송은 방통위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 당시 조동성 회장 38.05%, 민천기 부회장 32.99%, 권혁철 대표 1.46% 지분율로 승인 받았다.
그러나 비밀계약서상 조동성 회장 지분은 36.25%, 민천기 부회장 20.14%, 권혁철 전 대표는 16.11%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 권혁철 전 대표와 최대주주 조동성 회장 지분은 52.36%로 방송법상 기준인 40%를 초과한다. 비밀계약서에 방통위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통과한 이후 권혁철 전 대표의 지분을 복원시키는 계획이 적시됐다. 조동성 회장의 지분 1.8%, 민천기 부회장의 지분 12.85%를 권혁철 전 대표에게 무상으로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소송은 권혁철 전 대표가 비밀계약서에 따라 요청한 주식 이전을 조동성 회장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기우 "대주주 백성학 OBS 회장"… 실소유주 여부 묻자 "맞다"
이기우 대표는 기자들에게 주주 계약서 체결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백성학 회장을 거론했다. 이기우 대표는 "2021년 OBS 백성학 회장이 (경인방송)대주주로 있다가 대주주가 바뀌는 틈을 타 주주 간 계약서, 주주 간 추가 합의서라는 걸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우 대표는 "백성학 회장과 조동성·민천기, 이렇게 주주가 바뀌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이기우 대표는 '백성학 회장이 경인방송 실수유주였고 지분을 매각한 당사자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맞다. 이름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오랫동안 했다"고 했다. 백성학 회장이 차명주식을 통해 경인방송을 지배했다는 얘기다. 이기우 대표는 '백성학 회장이 경인방송 실소유주였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실소유주였다"고 답했다. 이기우 대표는 '백성학 회장이 경인방송 실소유주였고 OBS와 경인방송이라는 지상파방송 2개를 전부 최대주주로 갖고 있던 사람이 맞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예"라고 했다.
방송법 제8조 제8항은 '지상파사업자는 시장점유율·사업자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다른 지상파사업을 겸영하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4조(소유제한의 범위)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TV·라디오)는 다른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7%를 초과해 겸영할 수 없다. 이기우 대표가 백성학 회장의 경인방송 차명주식 존재를 공식 확인한 만큼, 경인방송은 방통위에서 허가 받을 때부터 허위 지분 구조로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성학 회장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경인방송 관계자가 이기우 대표의 발언을 수정하고 나섰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대표 말씀 중 수정할 부분이 있다. 백성학 회장이 직접 경인방송 주식을 소유한 게 아니고, 그 주식을 소유한 분이 친구분"이라며 "(백성학 회장은)대리인이다. 실소유주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기우 대표는 "실소유주 그 부분은 제가 수정하겠다"면서 "실질적으로 우리가 그렇게 알고 있지만, 실소유주냐 아니냐를 내게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디어스가 입수한 경인방송 주주 비밀계약 효력 다툼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비밀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한 핵심 근거는 증인 백성학 회장의 증언과 물증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동성·민천기·권혁철에게 주식을 판 사람은 백성학 회장이다. 백성학 회장은 경인방송에 지분이 전혀 없지만 대주주의 주식 판매, 판매 방식을 결정했다.
판결문에 2021년 1월 16일 백성학 회장과 권혁철 전 대표가 나눈 대화내용이 적시됐다. 백성학 회장은 권혁철 대표에게 ▲두 사람(조동성·민천기)이 사가는 거는 대금은 72.5%를 내고 사가는 건데, 실제로는 3명(조동성·민천기·권혁철)이다 ▲그러니까 70억의 돈을 가져오는 거는 그 두 사람이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당신(권혁철)은 공로주를 몇 %를 받는 거야 ▲1단계 70억에 72.5%를 다 사가는 거야 두 사람이 등의 말을 했다.
미디어스는 1심 판결 이후인 지난달 17일 방통위에 판결문상 드러난 백성학 회장의 경인방송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다. 방통위는 "백모 씨가 실소유주라는 전제로 한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어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성학 회장은 권혁철 전 대표가 차후 증여받을 지분의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백성학 회장은 1년 후 16% 지분을 받기로 되어있다는 권혁철 전 대표의 말에 '가지는 건 당연한 것', '그간 공로로 가질 만하지'라고 했다. 재판부는 "실제 지급되는 매매대금은 70억 원이고 매매 대상 주식 중 일부는 원고(권혁철)의 공로에 대한 보상이라는 전제에서 백성학과 권혁철이 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백성학 회장은 재판부에 "매매 대상 주식의 가치가 90억 원인데 매매계약은 70억 원에 체결했다"고 증언했다.
이기우 대표는 조동성 회장이 권혁철 전 대표로부터 사기를 당해 주식 양도 내용이 담긴 비밀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경인방송 주식 매매대금 90억 원 중 권혁철 전 대표가 매도인에게 20억 원을 지급한다고 믿고 주식 무상 양도를 약속했는데, 권혁철 전 대표가 2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경인방송은 기자 간담회 보도자료를 통해 "권혁철은 부담해야 할 금액 20억 원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지분 16.11%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16.11%는 권혁철의 20억 원 투자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권혁철은 2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없으며, 권혁철은 공로주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매수자와 매도자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1심 판결, 백성학 회장의 법원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최대주주 변경 심사 때 비밀계약서 제출했나' 묻자 "답변할 필요 없다"
미디어스는 이기우 대표에게 2021년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신청할 때 방통위에 비밀계약서 문제로 향후 지배구조에 대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지 질문했다.
이에 이기우 대표는 "그 부분은 제가 답변할 필요가 없다"며 "저는 2023년 11월 취임했기 때문에 그 앞에 이루어진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고 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2023년 12월 재허가 심사 때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청문 절차를 밟았다고 답변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만약 당시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방통위가)재허가를 해 주겠나"라고 했다. 이기우 대표는 "방통위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재)허가를 해줄 수 있나"라고 했다. 그러나 2023년 재허가 심사 당시 이미 비밀계약서 의혹이 공론화돼 방통위는 경인방송을 재허가하면서 '최다액출자자가 참여한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해 중대한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재허가를 취소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기우 대표는 '2021년 최대주주 변경승인 신청 때 비밀계약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방통위를 기망했다는 점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된다. 기망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기우 대표는 주주 계약서에 당사자 간 비밀 유지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과 경인방송은 뒤늦게 계약서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황효진 전 경인방송 감사(현 인천시 정무부시장)는 조동성·권혁철·민천기의 계획과 관련해 주식 거래와 세금 문제를 검토했다고 증언했다. 황효진 전 감사는 ▲매매 대상 주식 가치를 90억 원으로 확정한 후 그 중 20억 원 상당 주식이 권혁철의 공로에 따른 것이고 매수인들이 매도인 측에 70억 원을 지급하면 된다는 전제에서 계산했다 ▲권혁철·조동성 등에게 매매 대상 주식의 실질거래가격이 90억 원인 것을 전제로 해서 1차로 70억 원의 거래대금을 지급해 주식을 조동성과 민천기에게 이전하고 2차로 1년 후 조동성과 민천기가 권혁철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황효진 전 감사는 '실제 현금이 지급되지 않은 20억 원과 관련해 증여세 컨설팅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조동성과 민천기가 1년 후 권혁철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명의신탁을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비밀계약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기우 대표는 황효진 전 감사가 경인방송측으로서 주주 간 계약 내용을 검토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검토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황효진 전 감사에게)내용증명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그 내용증명을 보면 경인방송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고 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일반 회사의 경우에도 주주 간 계약서는 권리 의무 관계를 정한 문서이기 때문에 다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문서상 지분과 실제 지분을 다르게 구성하는 일을 '통상적'인 일로 설명한 것이다.
한편, 경인방송은 권혁철 전 대표가 승소해 비밀계약서의 효력이 인정되고 16.11%의 지분을 가져간다고 해도 방송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혁철 전 대표는 2023년 3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2024년 1월 재허가를 받을 당시에는 권혁철 전 대표에게 주식이 양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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