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간첩 99명 체포' 주장한 윤석열 측 “단순 인용” 말바꿔
윤갑근 “의혹이 있다는 것이지 사실이라고 변론하지 않아” "스카이데일리 보도내용 밝히려는 계엄이 국헌 문란이냐" 변론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선거관리위원회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를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 측이 ‘그런 의혹이 있다고 인용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은 2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취재진들로부터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았다.
기자협회보 기자는 “재판 초기에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근거로 수원연수원에 간첩 99명을 잡았다며 변론 때 말씀하신 게 있다. 최근 그 보도가 거의 허구로 드러났다”며 “입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기사를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며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이지 사실이라거나 그것을 특별히 비상계엄과 연결해 변론하지 않았다고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이를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며 스카이데일리의 해당 보도를 인용해왔다. 지난달 16일 열린 제2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수원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들 90명이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며 “그걸 밝히기 위한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이고 퇴직해야 할 사유라는 것은 극히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스카이데일리가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를 보도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많은 시민들이 어떤 것을 주장하고 있었는지,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업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며 매달리고 있는지 어느 메이저 언론, 레거시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부정선거를 언론에서 음모론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취재해서 많이 보도해 줬으면 사태가 이렇게는 안 됐을 것”이라며 “제도권 안에서 해결이 안 되니 남은 건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관위와 주한미군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20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유포해 부정선거 의혹을 증폭시킴으로써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며 스카이데일리와 기자를 명예훼손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주한미군은 같은 날 공식 SNS에 “한국 매체(스카이데일리) 기사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기술과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계속해서 중국인의 선거 개입설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열린 제7차 변론기일에서 배 변호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을 향해 “수원연수원 제2생활관이 외국인 공동주거 주택으로 등기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기획하기 위해 중국인 해커들의 숙소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 사무총장은 “그 건물은 최초에 농어촌공사 건물이었다”며 “공사가 건물을 지었을 때 개발도상국 농어촌 후계자를 데리고 와 교육시키는 시설로 썼다. 그래서 외국인 숙소로 등록됐던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같은 날 차 변호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국내 체류 중국인이 96만여 명”이라며 “이렇게 중국인이 많다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기사의 취재원 중 한 명이 극우 유튜버 ‘캡틴 코리아’로 밝혀졌다. 이 극우 유튜버는 지난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제의 보도에 관여했다며 “제가 불러주는 대로 기자가 기사를 쓰면, 제가 교정을 봤다”고 주장했다.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18일 중앙일보에 ‘캡틴 코리아’가 자신의 취재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현직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과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지 취재원들이 참여해 첩보를 선별·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3일 이 기자를 출국금지하고 지난 4일 공무집행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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