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쇄투쟁'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불법은 윤석열·명태균이 저질러"

유최안 전 부지회장 "명태균 보고서, 생각만해도 치가 떨려" "플랫폼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노란봉투법 필요"

2025-02-21     노하연 기자

[미디어스=노하연 기자] 2022년 7월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보고서가 지난 18일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합법적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피해액을 4,994억 원으로 과장하는 등 왜곡된 정보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전 부지회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얼마전 공개된 명태균 보고서를 보니 그 내용에 파업 피해액을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조선업이 붕괴된다’ 등 거짓과 왜곡들로 가득 차 있었다”며 “대통령이라는 자가 사실확인도 안하고 비선을 통해 거짓보고서 한 장 받아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2월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생중계 갈무리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28명은 2022년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 인정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 투쟁을 벌이다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그해 7월 임금 4.5% 인상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사측은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47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작년 10월 뉴스토마토 보도로 명 씨가 당시 대우조선해양 간부들의 안내를 받고 파업 현장을 시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 26일 민주당은 ▲조선소 거기 문제가 심각하다. 저번주에 대통령한테 내가 보고를 했다 ▲내가 보고하고 나서 한덕수 총리가 긴급 소집한 거 아냐. 그러고 또 다시 보고를 했다. 강경 진압하라고 말한 명 씨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유 전 부지회장은 “이런 사람들이 적어놓은 보고서가 정상적일 리가 없지 않냐”며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폭력 진압할 거라고 위협한 게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치가 떨린다. 근데 요즘에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나와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지 않냐. 그러다 보니 파업 당시에도 그 사람의 상태가 지금하고 똑같았구나 생각이 들어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 

지난 19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김진오 판사는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유 전 부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간부·조합원 20명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은 이들이 집회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업무방해 및 공동감금을 한 혐의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부지회장은 “원청이 일방적으로 기성금을 삭감해 하청업체가 폐업을 한다. 그래서 수억원의 임금, 퇴직금, 4대 보험료가 체불돼 지급 요구를 하는 하청노동자에게 법원은 공동감금으로 처벌한다”며 “임금을 떼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다시 묻게 된다”고 말했다. 파업 당시 하청노동자들이 원청노동자와 3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 게 공동 감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7월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연합뉴스

또한 법원은 피고인들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부지회장은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을 통해서 원청과 하청 간의 직접 교섭을 보장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개정이 없으면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떤 정당성을 가지든 그것과 무관하게 법원에서는 불법적인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지회장은 “조선하청지회가 그동안 임금체불이라든지 4대보험 체납,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고, 그 공익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청과의 교섭이 열리지 않아서 결국 불법으로 낙인이 찍히고 유죄로 인정받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하청노동자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권리가 없다.

노조법을 개정해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지게 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무리한 손해배상 소송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2023년 11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유 전 부지회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선하청지회와 원청이 교섭을 하지 않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라고 판결이 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청은 하청과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중요한 사실은 당시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등이 파업에 불법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았나. 그런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고, 이런 부분까지 같이 따져 봐야 파업의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하는 민주노총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들 (서울=연합뉴스)

유 전 부지회장은 포괄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부지회장은 “작년에 통과되었던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은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권리는 보장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 아직까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우리 같은 하청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들도 자신의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부지회장은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면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도 많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9일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어 “하청노동자 목소리는 듣지 않고 탄압으로 일관한 원청은 명태균에게 거짓·과장 보고를 하고, 윤석열은 명태균 말에 따라 공권력 투입을 검토했다”며 “명태균 파업 개입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불법은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것”이라며 “윤석열이 두 번이나 반헌법적 거부권을 행사한 노조법 2·3조를 반드시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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