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노사 '계엄보도' 논의에 "면피용" 비판 나오는 이유
'기계적 균형-편향적 보도' 주제로 노사 편집위 개최 노조 "정치권·비평지가 비판했는데 사측 입장은" 질문 사측 "국내외 가리지 않고 충실하게 적극·신속 보도" 내부에선 '노조는 문제없다 생각하나' '회사에 알리바이 만들어주나' 언론·시민단체, '내란 혐의자 받아쓰기' '계엄군 실탄 없었다' 보도 비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김현태)가 자사의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 보도에 대한 외부 비판이 제기되자 사측에 해명을 위한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연합뉴스는 언론노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더불어민주당 등으로부터 내란죄 혐의자 발언 무검증·받아쓰기, '계엄군 실탄 없었다' 오보 논란 등으로 비판 받았다.
연합뉴스 노사는 편집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편집규약을 체결, 공정 보도 등 편집 관련 제반사항을 편집위에서 논의한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자사 보도를 감시하기 위한 조직인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를 두고 있다. 공보위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불공정 보도 사례를 지목하면 편집위에서 노사가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편집위 회의 주요 내용은 노사 협의를 거쳐 회사 내부에 공개된다.
"엄중한 사안에 질문이 이게 뭐냐"
최근 연합뉴스 사내게시판에 지난 1월 14일 열린 노사 편집위 정기회의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공보위를 개최하지 않다가 지난 1월 8일 2개월여 만에 개최했다. 연합뉴스지부는 기존 공보위 간사가 보직발령으로 공석이 됐고, 이후 간사를 임명하지 못해 일정 기간 공보위를 개최하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편집위에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서는 전성훈 공보위 간사, 고병준 사무처장, 전명훈 정책기획실장이 참석했다. 사측에서는 심인성 편집총국장, 류지복 정치 담당 부국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부 정치권, 언론 비평지 등이 연합뉴스의 보도를 비판했다"며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다 결과적으로 편향적 보도를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측 입장은?"이라고 질문했다.
연합뉴스 사측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기사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아 기사를 충실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기계적 균형 추구, 편향적 보도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사측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국내 정치권 상황과 정부, 검찰, 경찰, 공수처, 법원, 헌법재판소, 시민단체의 입장 등을 신속하고도 다양하게 다뤄왔다. 아울러 해외 교민들의 목소리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반응 역시 신속하게 보도했다"며 "국내외 가리지 않고 관련 기사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 자체에 연합뉴스의 지향점과 가치가 담겨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측은 "뉴스통신사의 특성상 각 당사자의 입장은 다뤄줄 수밖에 없으며 각각의 입장을 별개로 다룬 뒤 필요시 묶어 와이드하게 종합적으로 처리한다"며 "정치, 사회, 국제 등 모든 부서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을 감안해 어느 때보다 관련 기사를 공정하게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측은 "비판적 시각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선임기자들이 배치된 콘텐츠융합실에서 사안을 잘 짚어갈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팩트체크부 역시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게시판에선 면피용 편집위가 열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A 조합원은 "공보위의 비상계엄 기사 공정보도 감시는 이것으로 끝이냐"며 "노조의 질문을 보면 노조와 공보위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 '외부', '일부 정치권'이 불공정하다고들 하니까 그냥 놔두긴 뭐하고, 그래서 면피용 근거라도 남겨놓자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A 조합원은 "민감한 계엄·탄핵 기사가 쏟아지는데도 두 달 넘게 공보위 안 열리다 겨우 열렸는데, 사측에 해명의 기회를 주려는 공보위인 것 같다"고 했다.
B 조합원은 "비상계엄 사태라는 엄중한 사안에 대해 노조의 질문 내용이 이게 뭔가. 공보위를 왜 한 건가"라며 "공보위는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부 정치권과 언론비평지만 연합뉴스 보도를 비판했다는 이야기인가. '노조는 계엄 이후 연합뉴스 기사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외부에서 그런 지적이 있으니 이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명을 하고 넘어가시지요'라는 취지에서 회사에 알리바이 만들어 드리려고 공보위 개최한 건가"라고 했다.
B 조합원은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다 결과적으로 편향적 보도를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는 노조의 질문에 대해 "내란을 지지하거나 동조할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고 균형을 추구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결과적으로 편향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의미이지 않나. 그것도 '취지로 읽힌다'라는 이중 간접표현을 사용했다"며 "만에 하나라도 윗분들 신경 안 건드리려고 작정을 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B 조합원은 '사측입장은'이라는 노조 질문에 대해서도 "외부 입장에 대해 저희들이 해명의 장을 마련해 드릴 테니 하고 싶은 말씀 마음대로 하시라는 충심을 드러낸 건가"라고 꼬집었다.
C 조합원은 "면죄부용 공보위인가. 기계적 중립을 핑계로 편파보도를 한다고 안팎에서 비판받는 연합뉴스의 계엄·탄핵 기사에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준 셈인 공보위와 노조는 해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1보-종합-종합2보로 김용현 주장 이어 받아쓰기"
지난달 6일 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언론자유는 내란범의 흉기가 아니라 국민과 민주주의의 도구이다'라는 제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검증과 반론 없는 경마 보도'의 한 사례로 연합뉴스 보도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26일 연합뉴스는 <김용현측 "포고령 초안에 '통행금지' 포함… 尹이 삭제지시">, <김용현측 "포고령 초안에 '통행금지' 포함… 尹이 삭제지시"(종합)>, <김용현측 "김 전 장관, 한 총리에게 먼저 '계엄 건의' 보고"(종합2보)>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연합뉴스도 김용현 쪽 변호인단 주장을 받아쓰는 데 머물렀다. 특히 '종합'과 '종합2보'로 이어 쓰며 김용현 쪽 일방 주장이 늘어 '윤석열의 통행금지 삭제 지시'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며 "'국회 경고 차원 계엄'을 '(국방부)장관이 대비하고 보좌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다는 주장까지 그대로 전해 종합2보로 이어 쓴 까닭이 무색했다. 편집 책임자 게이트키핑 결여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큰 물리적 충돌 없었다' '실탄지급 없었다' 보도…"내란 물타기 기사"
민변은 지난해 12월 19일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내란혐의 물타기 기사를 규탄하며 추가 정정 보도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변은 <계엄군, 무장했지만 소극적 움직임…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12월 4일), <국회 출동 계엄군 공포탄·모의탄 소지…실탄 지급은 없었다>(12월 4일) 기사를 문제적 보도로 꼽았다.
민변은 연합뉴스가 '계엄 선포 전부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막기 위해 병력을 준비시켜야 했지만, 계엄 선포 이후에야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본회의 개최를 막지 못했다'는 안보전문기자 출신 인사의 설명을 인용한 데 대해 "국회에 병력을 준비시키지 않은 것이 문제였고 계엄을 선포하기 전이라도 국회에 병력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취지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인용"이라고 했다. 민변은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비상계엄을 준비 안 된 어설픈 계엄으로 규정하여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추단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실탄 지급은 없었다'는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 "제목부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기술하면서 '탄창 박스는 공포탄과 모의탄이 담긴 박스로 추정된다'는 근거 없는 기자 개인의 추정을 보도했다(17:55 최초보도)"며 "국회 경내 진입한 계엄군에 실탄이 지급되었다는 제보가 보도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실탄 지급의 제보를 번복하는 내용을 개인의 추정을 기초로 단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하고, 의도적으로 내란행위의 불법성을 축소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지난 14일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전사·수방사·정보사 등 계엄군이 동원한 탄약은 총 20만 4329발이다. 6만 5230발이 주둔지 외부로 반출되었고, 나머지 13만 9099발은 주둔지 내부에 보관되거나 차량에 적재됐다. 주둔지 외부로 반출된 6만 5230발 중 실탄은 5만 1935발이다. 계엄군 동원 탄약에는 실탄 뿐 아니라 40mm 고폭탄, C-4 폭약, 크레모아, 섬광폭음 수류탄, 할로 포인트(HP)형 슬러그탄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민변은 연합뉴스 <고개숙인 유인촌 “계엄은 잘못된 것…한예종 폐쇄관여 안해”(종합)>(12월 18일) 보도에 대해 "계엄 관련 조치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의 경과와 문제점을 축소하고 있다"며 "밤늦게 학교에서 학업과 과제를 수행하던 학생들이 아무 이유도 모른 채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던 점에 대한 사태 파악과 그 문제점에 대한 기술은 전혀 없이 오로지 학생들의 안위를 염려해 한 조치라는 문체부 당직자 해명만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지난 1월 18일 성명 <언론은 형사 사법 체계를 부정하는 윤석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에서 연합뉴스 기사 <"불법영장" vs "현행범 체포"…尹 체포시도 1시간 넘게 대치>(1월 15일)를 지적했다. 기사에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예외 조항이 없다. 모든 행위는 불법이고 내란에 해당한다"는 윤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의 발언이 실렸다.
민변은 "윤석열이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자행하고, 이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음은 온 국민이 지켜본 공지의 사실이고, 이에 따라 법원에서 적법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하였다는 것이 진실"이라며 "체포영장이 불법적으로 발부되었다거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내란이고 쿠데타라는 윤 측의 주장은 법리에도,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방적인 강변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 황대일 사장, 심인성 편집총국장, 정열 감사실장을 긴급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유정 의원은 "(연합뉴스 보도는)내란 상황에 대해 진실을 은폐·미화하고, 허위뉴스를 통해 민주주의에 중대한 도전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며 "언론의 필수적인 견제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행동이다. 우리 위원회가 이런 행태를 죄시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이런 시국에 특정 언론사의 최고 책임자나 보도 책임자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한편으로는 언론 줄 세우기의 하나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더 큰 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연합뉴스가 잘못된 보도가 있다면 일단 절차에 따라 우리가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무차별적으로 특정 몇 개의 기사를 가지고 책임자를 불러 따지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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