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출 늪에 빠진 국민의힘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국민의힘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국면이다. 보수진영 내에서 조기 대선을 대비해 ‘피벗(pivot)’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한 탓에,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당원 및 지지층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이런 식이면 진영 전체의 붕괴가 불가피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의 갈팡질팡 답변을 보라.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분명히 잘못됐다. 과도한 조치였다”, “앞서 있었던 민주당의 무도한 행태들을 감안하더라도 비상계엄으로 거기에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였다”고 했다. 또, 국회에 군인을 보낸 것과 정치 활동 일반을 제한한 포고령 등에 대해서도 “국회에 (군대를) 보내는 거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주고 있는 만큼 국회 활동에 제약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발언대로면 윤석열 대통령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두는 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 “한동훈 전 대표가 저랑 똑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텐데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최근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하야론’에 대한 생각도 밝혔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기서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입장이 중요하지 않다. 이 점을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애초 하야론이 왜 제기가 되었는지를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
하야론은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중대결심을 언급하면서 다른 맥락에서 부풀려진 차원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애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 등으로 제기되었다. 그 핵심은 이대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보수 유권자층이 분열된 상태로 조기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 리스크를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으로 최소화 해달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선택하면 보수 유권자층이 탄핵의 정당성을 두고 분열할 일은 없게 되지 않겠는가.
어디까지나 보수 진영 내에서의 논리만 생각해본다면 하야는 생각해볼 만한 해법일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진영 전체에 대한 그 정도의 정치적 책임감이 있는 인사였다면 탄핵심판을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끌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상대로 윤석열 대통령 측은 하야는 전혀 고려해본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니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긍정적인 뉘앙스를 줄 수 있는 언급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태세 전환용으로 밑밥을 깔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아스팔트 보수의 분열이다. 최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흐름인 광화문파와 상대적으로 주류개신교계에 가까운 여의도파의 분열이 화제가 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도시인 광주에서 굳이 불법적 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집회를 여는 만행을 저지른 쪽은 여의도파이다.
그런데 이 여의도파를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상식적인 분파인 양 분칠을 하는 시도가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스팔트 보수의 분열을 전광훈 목사와의 거리두기가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과연 양쪽 집회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성향이 광화문파, 여의도파로 정확하게 갈리겠는가? 양쪽 모두 대한민국은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가 필요한 나라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세전환을 위한 소극적인 시도조차도 강성 보수 지치층의 반발을 살만한 정세인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니 또 한쪽에서는 의원 40여 명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항의 방문을 가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은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에 뒤늦게 속도를 낼 분위기다. 명태균 씨 측은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간 대화를 복기해 공개했다. 명태균 씨에게 김상민 검사의 공천을 요구한 것에 대해 명태균 씨가 이러면 선거 진다고 반발하자, 김건희 여사가 오히려 보수정당 역사 최다 의석으로 승리한다는 이철규 윤한홍 의원의 전망을 전하며 반박을 하더라는 내용이다. 수사를 원리원칙대로 하면 지난 총선 공천 과정을 다 뜯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명태균 특검을 기를 쓰고 막아야 할텐데, 이런 식이면 태세 전환 등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어떤 슬로건으로 임해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을 구출하겠습니다' 이상의 구호가 가능할까? 그러한 구호로 치르는 대선은 어떤 의미로 역사에 남을까?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대선 이후 보수 정치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겠는가? 그것을 알면서 이러는 것인지 몰라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미래가 없어 보인다는 말 외에는 더할 말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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