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방송작가, 최근 근무 '1년 미만' 66%…왜?
한빛센터 방송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발표 40% 계약서 미작성…비자발적 퇴사, 일반 노동자 8배 "계약서 '기획료 조항' 신설…예술인 고용보험 현실화해야"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40%의 예능 방송작가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받지 못하는 위법적 상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권 침해로 인한 비자발적 퇴사’가 전체 산업 종사자 대비 8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예능 방송작가가 66%에 달했다. ‘시즌제’ 영향으로 방송 작가 계약서에 ‘기획료 조항’을 신설해 계약 기간을 기획 기간부터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예능방송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예능방송작가의 노동권 어떻게 보호할까>에서 발제를 맡은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은 예능프로그램 작가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17일까지 예능 프로그램 작가 186명을 대상으로 ▲계약서 작성 여부 ▲임금 및 노동시간 ▲업무 지시 방식 ▲부당한 경험 등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32.6세이며, 경력은 평균 8,85년으로 대다수가 2030 여성이다.
의무 사항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근무했다는 응답률이 36.8%(68명)에 달했다. 방송작가표준계약서는 25.3%(47명), 근로계약서 21.0%(39명), 용역/위임/위탁계약은 17.2%(32명)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계약서를 교부 받지 못했다는 응답률은 36.6%다. 한빛센터는 ‘계약서 작성 의무 위반이 42.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근무기간’을 조사한 결과 ‘1년 미만’이라는 응답률이 66.1%로 집계됐으며 ‘2년 미만’으로 확대하면 81.7%에 달했다. 응답자 과반이 ‘7개월 이하’ 단기 계약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62.4%는 현재 일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를 그만 둔 이유를 묻는 질문에 48.3%는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이 종료돼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발적 퇴사’ 비율은 14.7%에 불과했으며 ‘노동권 침해로 인한 비자발적 퇴사’ 11.2%, ‘하차 통보’ 8.2%의 순을 나타냈다. 한빛센터는 방송작가들의 ‘노동권 침해로 인한 비자발적 퇴사’ 비율이 전체 노동시장과 비교해 2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계약해지’ 비율도 약 8배 높다고 한다.
평균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방송작가들은 하루 평균 9.4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75.8%가 8시간 이상 근무 중이라고 답했다.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53.8 시간으로 응답자의 43.0%가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는 평균 2.2일이다.
방송작가는 방송이 결방되는 경우 원고료를 받지 못한다. 예능 방송작가들의 평균 주당 원고료는 77.0만 원으로, 한 달로 환산하면 335.0만 원이다. 평균 시간당 소득은 18,499원이며 12,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은 38.7%다. 한빛센터는 “사회보험부담분 10.6%와 퇴직금 8.3%를 합친 18.9%가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 평균 월 소득은 281.7만 원, 시간당 소득은 15,559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약 유형, 경력, 근무 채널에 따라 노동환경이 달랐다. 계약 유형별로 보면 근로계약을 한 경우 계약 기간이 가장 길었으며 계약서 교부 의무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 상대적으로 더 짧은 계약기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근무 채널별로 보면 지상파·종편 근무자들의 계약 기간이 가장 길었으며, 유튜브 등은 계약 기간도 짧고 주당 원고료도 낮았다. 경력 기간별로 보면 5년 미만인 경우, 계약한 근무 기간은 평균 8.8개월로 단기 고용으로 인한 고용 불안이 심각했다.
예능 방송작가들의 업무는 ▲기획회의 26.9% ▲출연자 섭외 23.1% ▲촬영구성안 작성 21.5% ▲제작 회의 15.1% ▲기획안 작성 및 수정 6.5% 순으로 조사됐다. 시간 비중이 높은 수행 업무는 ▲출연자 섭외 54.3% ▲제작 회의 54.3% ▲촬영구성안 작성 48.9% ▲기획 회의 48.4% 등으로 집계됐다. 고연차일수록 '기획 회의' 비중이 높았으며 5년 차 미만은 촬영 현장 관리, 현장 진행 준비 업무 비중이 높았다.
업무 지시 및 결정 주체를 물은 결과 메인작가가 72.6%로 가장 높았으며 제작총괄PD 69.9%, 총괄 이외의 PD 20.4%, 제작사 대표 17.2% 순으로 조사됐다. 한빛센터는 “방송작가의 사용종속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높은 종속성을 보였다”면서 “고정된 회의 등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재택 중에도 업무 지시가 오면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종속률은 ‘방송작가표준집필계약’ 작성자, 지상파·종편·케이블 방송작가 등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박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예능작가 계약 종료 사유 1위가 ‘프로그램 제작 종료’인데, 현재 예능 프로그램은 레귤러가 아닌 시즌제 위주로 제작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뿐 아니라 OTT, 유튜브로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예능작가들의 고용불안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시즌제 프로그램 확산에 따른 추가적인 문제로 대표적인 것 ‘기획료’”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서와 예술인고용보험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작가 지필 계약서에 ‘기획료 조항’을 신설해 계약 기간을 기획 기간부터 책정해야 하고, 예술인고용보험 기준을 6개월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예술인 고용보험은 ‘9개월 이상 근무’를 구직 급여 기본요건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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