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사무처, 방문진·KBS이사 면접심사 폐기 '총대 메'

이진숙·김태규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속기록' 면접절차 공고하고 "안 하는 것으로 하겠다" 보고 전례없는 '이사 지원자 중 감사 뽑기'…김태규, 방문진 감사 추천 1시간 9분동안 83명 심사·투표로 일부 이사 선임

2025-02-1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공지됐던 면접 절차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는 방통위 사무처 보고에 따라 폐기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K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방통위는 1시간 9분 만에 83명의 후보자 심사와 선임 투표를 완료됐다. 2인의 의견이 일치할 때까지 선임 투표가 반복됐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은 0.0001%의 확률은 꼬집었다.  

지난해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부위원장)을 임명했다. 두 위원은 취임 당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KBS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이 임명됐고, KBS 이사 11명 중 7명이 윤 대통령에게 추천됐다. 일부 이사만 선임한 방통위는 기존 공영방송 이사를 '전임자' '후임자'로 특정해 자리를 비워야 할 이사와 임기만료 이후에도 잔류할 이사를 임의로 정했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그동안 정치권 나눠먹기 관행에 따라 방문진 여야 6 대 3, KBS 이사회 여야 7 대 4 구도로 선출됐다. 

지난해 8월 14일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13일 국회 과방위원장 최민희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7월 31일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방통위 사무처는 "KBS·방문진·EBS 임원 선임계획에 기재된 '서류전형 후 필요시 면접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진숙 위원장은 "면접은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고, 김태규 부위원장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공고 제2024-86호 '한국방송공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모집 공고' 문건을 보면 "서류전형 후 필요시 면접 실시"이라고 적시돼 있다. 방통위 사무처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결론을 정해 보고하고, 두 위원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면접 절차가 폐기된 것이다. 지난 2021년 방통위는 서류전형 후 비공개 면접을 실시했다. 비공개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해 접수된 국민의견을 면접 질문으로 활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2024-86호 공고 '한국방송공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모집 공고(안)' 갈무리

방통위 사무처가 어떤 권한과 근거로 '면접 절차를 폐기하겠다' 보고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9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면접을 할지 말지는 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사무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방통위는 면접 절차가 폐기됐다는 사실을 지원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면접실시 가능성을 공고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자들 일정 조율 등을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라도 '면접은 없다' 보내줬어야 한다. 면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으면 다들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민간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했다가는 그 회사 블라인드(내부 익명 게시판)에 '사람들 물 먹이냐' 올라가고 난리가 난다. 방통위는 왜 이렇게 일처리를 하냐"고 비판했다. 

2021년 방문진 이사에 임명된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방위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과거 자신의 면접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박선아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었음에도 지원자 모두 방통위에 출석해 화상면접을 봤다"며 "1인 당 20~30분이 소요됐다. 방통위원들은 각 집무실에서 화상면접에 접속해 모두가 제게 질문했다"고 말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독단적 방문진 이사 임명의 위법성 검토' 자료에서 "면접은 이사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심사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실질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방통위원장은 1일차에 면접대상자를 선정해 개별 통보하고, 그 다음날 면접을 실시한 후 결과를 집계해 의결할 수 있었다"며 "당초부터 위원장이나 정부여당은 면접을 실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보여진다. 미리 임명·추천 이사들을 정해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김태규, 이사 지원자 중 MBC 출신 감사 추천 

2인 체제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6명을 선임하면서 동시에 이사 지원자인 성보영 전 MBC C&I 부사장(쿠무다SV 대표)를 방문진 감사로 임명했다. 2024년 7월 31일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방통위 사무처가 방문진 이사 선임과 동시에 감사를 뽑자고 보고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방문진 감사 선임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공모 절차로 진행하지 않고 상임위원 간 협의하고 의결을 통해 임명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해당 분야의 특성이라든가 행정처리능력 등을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진숙 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에게 의견을 물었고, 김태규 부위원장은 "사무처에서 제안한 선임 방안대로 처리되는 것에 동의한다. 감사 선임도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 김태규 부위원장이 성보영 전 부사장을 방문진 감사로 추천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MBC C&I 부사장을 하고, 또 일반 사기업체 대표이사로도 재직한 경력이 있다"며 "방송사 임원으로, 또 일반 기업체 경영자로 경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감사로서의 업무도 충분히 잘 소화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저도 동의한다"며 "성보영을 방문진 감사로 임명하도록 하겠다. 가결되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7월 31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인을 임명하면서 이사 지원자인 성보영 씨를 감사로 임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방송문화진흥회 홈페이지 갈무리)

방통위 사무처는 방문진·KBS 이사 지원자들의 당적 보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결격사유가 없다는 검증결과를 보고했다. 방문진법 제8조, 방송법 제48조는 '정당법에 따른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방문진·KBS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방통위 사무처는 민주당, 국민의힘의 당적 조회를 회신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방통위 사무처는 "결격사유 확인방법은 지원자가 제출한 결격사유 확인서를 기본적으로 하고, 법 조항별로 정당 등 외부기간에 의뢰해 추가로 확인하였다"며 "확인 결과 결격사유에 위반되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지원자 말만 믿고 결격사유 검증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지원자 1명당 1분도 채 안 되는 심사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투표를 통해 2표를 획득한 후보자를 공방송 이사로 선임했다. 한 번의 투표로 두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일치하는 명단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를 진행했다는 게 지금까지의 방통위의 설명이었다. 방통위는 두 위원이 의견이 불일치해도 아무런 의견 조율 없이 투표만 반복했으며 약 7~8차례 투표 끝에 명단이 다 나오지 않아 일부만 임명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2인 체제에서 31명의 방문진 후보자 중 6명을 동일하게 투표로 선임할 확률은 0.000136%라고 계산한 바 있다.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방통위는 83명의 지원자를 심사하고 이사를 선임하는 데 약 1시간을 할애했다. 2024년 7월 31일 17시 32분 투표를 시작해 18시 41분까지 투표를 반복했다. 1시간 9분 동안 83명의 지원자를 심사해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을 선임했다. 

KBS·MBC 사옥

방통위 사무처는 "2표를 득표한 자가 3회 연속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당일 투표절차를 종료하고 나머지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이사 임명에 관해서는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방문진법과 방송법 어디에도 없는 초유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이다. 

실제 과정을 보면 1·2·3차 투표 때 선임 이사들이 정해지고 4·5·6차 투표는 2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투표가 종결되는 패턴이 나타난다. 방문진 이사 선임을 위한 투표에서 2득표자는 1차 4명, 2차 1명, 3차 1명이다. KBS 이사 선임을 위한 투표에서 2득표자는 1차 5명, 2차 1명, 3차 1명이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일부 이사만 선임하였기 때문에 기존 이사들 중 '전임자'가 될 이사들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임자도 투표로 뽑혔는데, 이 투표는 단 1차로 종결됐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지목한 '전임자'가 한 번에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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