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헌재 흔들기의 끝은 '윤석열 하야' 카드
양상훈 주필 "미국 닉슨, 하야 뒤 정치적으로 사면받아" 탄핵심판 막바지, 사설에선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 윤석열, 계엄군 막은 시민을 '폭행 가해자'로 둔갑 동아일보 "위헌·불법 계엄 사태 본질 흐리려는 구차한 변명" 한겨레, 국힘 헌재 공격에 "탄핵 불복 분위기 미리 조성하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조선일보가 윤 대통령 '하야' 카드를 꺼내들었다. '꼭 탄핵밖에 없냐'는 것으로 헌법재판소 흔들기로 해석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나는 동안 형사·사법체계를 부정하며 남 탓을 해왔다. 현재 윤 대통령의 헌재 변론은 계엄군을 막아낸 시민들을 폭행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헌재 공격, '내란 프레임' 운운 등으로 위헌·불법한 계엄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여론을 조성,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 <탄핵 對 기각 두 선택지밖에 없나>에서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탄핵 찬반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고 목소리가 더 격앙돼 가는 것을 보면서 탄핵 심판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가슴을 누른다"며 대통령 하야를 거론했다.
양 주필은 "미국에선 그 후 네 번 대통령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탄핵으로 이어진 일은 없다. 세 번은 상원에서 부결됐고 닉슨은 의회 표결 전에 사임했다"며 "미국은 대통령 탄핵 논란을 모두 정치적으로 수습한 것이다. (중략)닉슨은 그야말로 온갖 불법을 다 저지른 사람이었지만 하야 뒤 정치적으로 사면받았다"고 했다.
양 주필은 "대통령 탄핵과 같은 거대한 정치 문제를 재판관 8명이 떠안았다"며 "이 사태는 법 조항 위반 판단을 떠나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수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했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은 국가에 큰 실책을 저질렀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길이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 아니면 저것'밖에 없는 것은 법의 영역이고 또 다른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라고 했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이 먼저 책임을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과정은 다르나 결과는 같을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에 열린 자세로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내란 규명' 시늉만 한 헌재>(1면), <‘내란 형사재판’ 검찰 증인은 520명, 尹탄핵심판은 14명으로 끝>(3면), <[사설]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 등의 기사와 사설을 썼다. 헌재가 13일 예정된 8차 변론으로 탄핵심판 주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기로 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헌재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의 헌법침해 행위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로 정의된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징계의 성격이 강하다.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적법·불법을 판결할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 헌재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해 '파면'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헌재를 항의 방문해 "헌법재판관 임의로 법을 해석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인치에 불과하다"(권성동 원내대표)고 했다.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동의 없이 조서를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했는데, 헌재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법 제40조 1항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은 죄의 유무를 확정 짓는 형사재판과 성격이 다르다.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헌재를 그만 흔들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일보는 사설 <탄핵심판에 검찰조서 증거 채택 시비… 尹·여당 무리하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이 연일 헌법재판소의 '편파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거친 공격을 일삼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앞장서 헌법기관 신뢰도를 떨어뜨리자, 국론 분열은 더 심각해지는 중"이라며 "유·무죄와 적정 형량을 정하는 형사재판과, 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은 목적과 입증의 수준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헌법재판 성격에 맞는지 아닌지(준용 여부)는 온전히 헌재가 판단할 몫이다. 앞선 사건에서도 적용된 원칙이라, 윤 대통령 사건에서 증거 능력을 부정하면 오히려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서를 무시하라는 주장은 결국 내란 사건 1심 선고 때까지 헌재 결론을 내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헌재는 법원의 부속기관이 아니고, 자체적으로 증거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보유한 기관이다. 헌재 결론이 늘어지는 동안 야기될 혼란과 불확실성은 또 어쩌란 얘기인가"라며 "억지 공격을 반복하며 헌재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은 헌법기관의 신뢰를 걸고 벌이는 엄청난 도박과도 같다. 누가 정권을 잡든 큰 부작용을 몰고 올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국힘의 도넘는 헌재 공격, 법치주의 근간 흔든다>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두고 미리 불복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게 돼 있지만, 그게 피청구인의 주장을 무한정 들어주라는 뜻이 아니라는 건 박근혜 탄핵소추단장이었던 권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탄핵에 무조건 반대하는 극렬 지지층 눈치 보기에 급급한 탓이다. 하지만 극단 세력에 아첨하느라 헌법이 규정한 최종 심판 기구의 정당성마저 부정해서야 민주주의 정당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궁예 관심법 재판”(김기현 의원), “헌재는 헌법도망소”(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일부 헌법재판관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인사들의 헌재 공격 발언을 전하며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 뒤에도 혼란과 갈등이 계속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헌재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어진 윤 대통령이 쏟아낸 궤변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시민이 軍 폭행” “박수 한번 안 쳐” “열띤 국무회의” “쪽지만 얼핏”>에서 "윤 대통령이 그간 ‘경고성 계엄’이니 ‘내란 프레임’이니 온갖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하더니 이젠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친 군대의 국민 대의기관 유린 행위를 막아선 시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며 "윤 대통령은 '군인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현명한 대처 덕분이었다. 자칫 유혈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 내용도 그대로 실행되지 않아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 지시 자체를 부인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국회 연설 때 야당이 박수 한번 안 쳤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린 데 대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은 늘 칭찬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기 마련이고, 그게 대통령직의 무게다. 대통령이 박수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 의식 못지않다"며 "1987년 민주화 이래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할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궤변과 억지 주장을 펴며 모든 책임을 미뤄왔다"며 "현란한 법 기술에다 교묘한 증언 기술까지 얹어 위헌·불법 계엄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더욱 구차해질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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