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탄핵심판서 돌아온 이진숙, 심의·의결 강행 "헌재가 2인 체제 방통위 적법성 인정" 주장 법원 압박 "방문진 후임 이사 효력정지 풀어라" 2인 체제 의결 적법성 여부는 법원 판단 몫 '방통위설치법 저해' 위법 판단 잇따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위원장이 복귀한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 심의·의결을 다시 시작했다. '헌법재판소가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 심의·의결이다. 법원에서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다.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 여부는 헌재가 아닌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12일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25·2026년도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 재허가 세부계획안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 등 2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방통위설치법상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운영되는 합의제 행정기구다. 상임위원 5인은 대통령 2인, 여당 1인, 야당 2인 추천으로 임명된다. 정치적 다원성을 반영하라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지명·임명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방통위는 지난 2023년 8월 이후 1년 반이 되도록 2명의 상임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가 탄핵(소추로 업무정지)됐던 6개월은 상임위원 1명뿐으로 주요 업무가 마비됐다"며 "국회에 다시 한 번 요청한다. 2인 체제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해도 5명이 머리를 맞대고 방송통신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한시바삐 5인 체제를 복원해 줄 것을 민주당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2인 체제 의결을 진행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난번 위원장께서 명확하게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인 체제 적법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진숙 위원장의 주장일 뿐이다. 지난달 23일 이진숙 위원장은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의견이 4 대 4 동수로 갈려 기각이 결정되자 "이번에 헌재가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었다. 2인 체제는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어깃장을 놔서 위원을 임명하지 않을 때 행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며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2명의 위원만으로도 행정부에서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헌재가 했다"고 말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 결정을 고리로 대법원 판결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의결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 임명은 법원에서 효력이 정지됐으며 방통위의 항고·재항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은 헌재가 2인 체제 방통위의 적법성을 인정했다며 대법원에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를 해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후임으로 선정된 이사들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대법원이 관련 사건에 대해 조속히 선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다시 강조한다. 후임으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대법원이 관련 사건에 대해 조속히 선고해주시길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은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방통위설치법의 입법목적을 저해하고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헌재는 이진숙 위원장 파면 여부를 두고 판단한 것이지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적법하다' 결정한 것이 아니다. 이는 법원이 판결해야 할 문제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배제' 보도와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 인용에 대한 방통위의 법정제재를 취소한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일 이진숙위원장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2인 체제 방통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확인된 것만 3건이다' '취임 당일 KBS·방문진 이사 교체를 통해 공영방송 장악 의도 위험을 무릅쓴 것이란 평가가 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2인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 거부에서 비롯됐다. 지난 2023년 3월 30일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됐다. 이 시기에 맞춰 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현 국회 과방위원장)을 국회 본회의를 거쳐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을 하지 않았다. 결격사유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저희 지도부(국민의힘)가 국회 추천 3명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쪽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개월 넘도록 임명을 거부하자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방통위원 지명·임명권은 곧바로 행사했다. 지난 2023년 4월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대통령 몫 김창룡 방통위원이 퇴임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인 변호사를 대통령 몫 방통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5월 30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리, 방통위 여야 구도를 2대 1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야당은 방통위 회의 소집 권한을 상실했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현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3인 체제에서 회의 소집과 의결을 강행했다. 방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기형적 구조에서 주요안건을 의결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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