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들 "국장단, 윤석열 ‘결사옹위' 첨병"

기자협회 "유튜버 의혹제기 받아쓰는 스피커 됐다" 막내 기수 "'매일신문·스카이데일리밖에 안 본다' 응원 허탈" 48기 "기자들 자율성 심각하게 침해…편향 보도 중단하라"

2025-02-10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구지역 보수언론 매일신문 기자들이 “편집국이 반민주적 계엄에 동조, 옹호한다”고 규탄했다. 막내 기자들은 “매일신문이랑 스카이데일리밖에 안 본다”는 한남동 집회에서 접한 응원이 1년의 매일신문 생활을 울적하게 되돌아보게 만들었다고 허탈해했다.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는 10일 발표한 <민주주의 실종된 보수 언론사, 독자 신뢰 포기한 편파신 매일신문> 성명에서 편집국 종합데스크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해프닝'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 CI

매일신문지회는 “상식 있는 보수 언론이라면 자유민주주의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의 정당성 설득에 지면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거나, 시비를 가리지 못할 만큼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규칙을 무시한 채 목표만을 이루려는 반민주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편집국은 이런 반민주적 계엄에 동조하고 이를 옹호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자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주장한다”며 “‘대한민국 보수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라던 매일신문의 가치에 반하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신문지회는 편집국 내의 절차적 정당성·민주주의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불통과 독선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가 커지던 수년 새 매일신문도 윤 대통령 심기를 지키려는 듯 구성원과의 불통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지회에 따르면 편집국 내에서 ▲객관·이성적 분석 기사·발제 실종 ▲논평에 가까운 기사 지시 ▲탄핵 찬성 측 의혹제기·반론 지면 제외 ▲야당의 입법 폭주로 비상계엄 사안 희석 ▲탄핵 찬성 주장 보도 최소화 ▲부정선거론 미포함 이유로 기획기사 연재 중단 ▲기사화 지시성 ‘보수 유튜브’ 공유 등의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매일신문지회는 “편집국은 보도 과정과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대내외 심의기구의 지적도 잇따라 묵살했다”면서 “그 사이 매일신문은 윤 대통령 ‘결사옹위의 첨병’이 됐다. 군소 매체, 유튜버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사실관계 검증도 없이 받아쓰는 스피커가 됐다. 부정선거론을 비중있게 다루며 시민 간 불필요한 다툼을 조장했고, 개인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쳐 허위보도에 앞장섰다”고 토로했다.

매일신문지회는 “매일신문이 특정 정당을 날세워 비판하던 지점이 바로 ‘내로남불’”이라며 “돌이켜 보라. 윤 대통령 관련 보도에 윤 측과 반대 측에 항상 같은 잣대를 들이댔나, 지역 여론을 호도하지는 않았나, ‘지역 보수 오피니언 리더 취재원’을 핑계로 대통령 기관지를 자처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10일 매일신문사에 게시된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의 성명서 (사진=독자제공)

매일신문지회는 “편파 언론이 줄 수 있는 믿음은 신뢰가 아닌 맹목”이라며 “팬덤 신문에 어떤 정보 가치가 있고, 얼마나 확장성이 있나. 추종의 대상과 추종자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 미래도 소멸함이 자명하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권력만을 편드는 언론에 어떤 독자가, 시민이 의지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매일신문지회는 국장단에 대해 “당장 불통과 독선을 벗고 구성원 앞에 서서 소통하고 설득하라”며 “79년 역사의 정론 매일신문 보도를 망치고 구성원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책임을 묻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매일신문지회는 “국장단의 ‘지역민 정치 성향을 고려해 편파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상당히 무책임하다”며 “490만 대구경북 지역민의 정치적 판단 역량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막내 기수 60기부터 10여년차 48기 기자들의 성명이 이어졌다. 막내 기수인 60기 기자들은 “‘매일신문이랑 스카이데일리밖에 안 봐’ 한남동 집회를 취재하다 들은 응원 한마디, 어느새 1년을 채운 매일신문 생활을 울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60기 기자들은 “입사 이래로 매일신문은 언제나 투쟁적이었다”면서 “지금의 매일신문은 여당을 비판하기는커녕 함께 음모론을 공론장에 불러들이고 장외투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60기 기자들은 “다음 공채에는 편향된 생각을 가진 지원자들만 몰려들지도 모른다”면서 “그렇게 진실 대신 의견만 좇다 침몰해버릴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48기 기자들은 “특정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변하거나 검증 없는 정보를 전달하는 등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 기사는 특정 입장을 옹호해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피니언 지면은 일부 세력에 치우친 논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납득하기 힘든 ‘온라인 기사 삭제 및 배치 요구’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기자들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48기 기자들은 “매일신문이 편향된 보도를 중단하고, 공정성을 회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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