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 보도본부 '계약직 직장 내 괴롭힘' 감사 결과 뭉개나

방송지원직 A 씨, 2022년 9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감사실, 작년 말 '직장 내 괴롭힘 요건 모두 충족' 결론 "'동료직원 울렸다' 음해·모함… 폭언·욕설도 반복" 사비로 진행한 심리상담 내용 KBS로 유출

2025-02-0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보도본부에서 계약직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KBS 감사실은 감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고 후 2년 만이다.

그러나 신고인은 감사실 감사결과가 나온 지 4개월이 됐으나 KBS 차원의 조치가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KBS는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KBS 보도본부의 <뉴스9>는 MBC 비정규직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리포트하고 있다. 하지만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 방송지원직으로 근무하던 A 씨는 팀장급 기자 B 씨로부터 음해·모함·폭언·욕설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또 A 씨는 KBS 외부 심리상담센터에 사비로 진행한 상담내역이 KBS 보도본부로 유출돼 곤경을 겪었다는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2024년 10월 감사실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요건 모두 충족" 

KBS 감사실은 지난해 10월 30일자로 A 씨에게 '보도본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 결과 통지서를 발송했다. 조사 결과는 '신고인이 제시한 신고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KBS 감사실은 "피신고인은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 등 '지위의 우위' 내지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에서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고(①),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한 행위 중 일부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②), 신고인은 피고신고인의 행위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판단된다(③)"며 "직장 내 괴롭힘은 위 세 가지(①, ②, ③) 행위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성립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안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했다. 

A 씨는 감사결과를 통지받은 이후 4개월째 B 씨에 대한 KBS의 후속 조치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는 사건처리 경과를 묻는 미디어스 질문에 "개인 인사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관련 절차는 종결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KBS 감사실이 계약직 A 씨에게 통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결과

"동료 직원 울렸다고 허위사실 유포·보고"

A 씨는 방송지원직으로 KBS에서 약 1년 8개월 동안 일했으며 2022년 9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2022년 5월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B 씨가 자신을 동료를 괴롭힌 인물로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A 씨는 자신과 같은 직무 동료인 C 씨로부터 'A가 C를 울렸다'는 B 씨의 주장을 듣게 됐다. 이후 A 씨는 B 씨로부터 "애들 갈구지마" "군대처럼 하지마"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A 씨는 B 씨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4차례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A 씨는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일을 더 잘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이후 B 씨가 'A가 C를 울렸다'고 상급자인 부장급 인사 D 씨에게 허위보고한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이 같은 내용을 D 씨로부터 우연히 듣게 됐다. 

A 씨는 KBS 감사실에 "본인은 근무하며 어느 누구도 울린 사실이 없다. 울었으면 운 당사자가 있어야 하는데, 지목받은 당사자가 전혀 아니라고 함에도 B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서장에게 허위보고를 한 점을 D에게 직접 들었다"며 "하지만 B는 한 번도 본인과 면담 및 대화, 소통을 한 적이 없다. B의 허위보고와 허위사실 유포로 본인은 이 사실을 직접 알기 전까지 팀에서 매우 불편함을 겪었고, 인지한 뒤에도 근거 없는 루머로 고통 받았다"고 했다. 

"퇴근 후 전화해 '새끼' 폭언·욕설" 

신고 내용 중 하나는 폭언이다. A 씨는 2022년 6월 말, B 씨가 퇴근 이후 전화를 걸어 통화 내내 고압적인 태도와 목소리로 폭언을 했다고 신고했다. B 씨가 자신의 말만 하고 끊는 방식으로 3차례 전화를 걸어왔으며 각 통화에서 '~새끼'라고 3차례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다. 

A 씨는 통화내용은 업무 관련 지적이었다고 했다. 인터뷰 촬영 일정과 관련해 기자, VJ와 조율하였는데 A 씨가 일정과 시간을 정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고 한다. A 씨는 기자로부터 언제 시간이 괜찮냐는 연락을 받고 조율에 임했을 뿐이라고 했다. A 씨는 ▲급하지 않은 상황에 퇴근 이후 연락해 꾸짖은 점 ▲꾸짖은 내용이 방송 제작에 어떠한 지장이나 문제를 초래하지 않았음에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 점 ▲B 씨 주장의 근거를 동료 2인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A 씨는 B 씨와 통화한 다음 날 B 씨에게 찾아가 '왜 욕설과 폭언을 하느냐'고 정식으로 항의했다. A 씨는 '제가 기자에게 언제 와라, 언제 된다 안 된다 한 적이 없는데 왜 자꾸 욕설과 폭언을 하나'라고 하자, B 씨는 '그게 무슨 욕이고 폭언이야'라고 했다. A 씨가 '제가 B에게 새끼라고 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항의하자 B 씨는 '언성을 좀 낮춰'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부장급 인사 D 씨는 '지금 좀 심하다. 이런 식으로 와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A 씨가 D 씨에게 '죄송하다'고 하자 B 씨는 '좀 적당히 하자. 이 새끼가 쳐 돌았나'라고 했다. A 씨가 다시 '욕하지 말아달라'고 하자 B 씨는 '미안해, 미안하니까 가'라고 했다.

A 씨는 사과를 받고 오해를 풀러 간 자리에서 B 씨로부터 오히려 '그게 욕이냐' '이 새끼가 쳐 돌았나'라고 더 심한 폭언과 욕설, 비아냥을 들었다. A 씨는 이후 퇴사 때까지 B 씨가 인사를 받지 않고,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보고도 받지 않으며 자신을 무시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비로 받은 심리상담 내용 KBS로 유출

2022년 KBS 보도본부에서는 기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KBS는 모 심리상담센터를 지정해 보도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A 씨는 사비로 모 심리상담센터에 심리 상담을 신청했다. 심리 상담은 3년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시되고 있어 계약직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A 씨는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상담으로 비밀 유지를 심리상담자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A 씨는 상담내용이 KBS 보도본부로 유출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는 당시 KBS 보도본부가 자신의 상담 내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 KBS 관계자가 A 씨에게 상담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해왔다. KBS 관련 부서도 A 씨에게 전화를 해왔다. A 씨는 "관계자가 연락해 왔고, 며칠 뒤 식사자리에서 상담 내용을 물었다"며 "관계자는 걱정 어린 질문을 했지만 그 모든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말아야 할 개인정보였다"고 했다.

상담사는 A 씨가 항의하자 뒤늦게 실수로 상담 정보를 유출했다고 인정했다. 상담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KBS로 전달한 상담 내용은 A 씨의 이름을 제외한 핵심 내용들이었다. '계약직' '여러 차례에 걸친 비방·폭언·무시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 '스트레스 극심할 때는 자해를 시도할 수 있다' '계약 만료 시점까지 팀장이 더 괴롭히지 않는다면 성실히 근무한 후 떠나고 싶다' '팀 내 갈등 중재와 같은 적극적인 도움을 회사에 요청하고 있다' '조직 차원에서의 관심 주의, 일정 기간의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사유됨' 등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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