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윤석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독재정권 때도 없던 일"

"발상만으로 언론자유 짓밟는 반헌법적 조치" 언론은 초갑? "밑도 끝도 없는 언론 피해망상" 윤석열 '경고성 계엄' 허무는 언론사 봉쇄 시도 경향신문 "단전단수 지시야말로 나치나 벌일 짓"

2025-02-0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를 봉쇄하고 물과 전기를 끊어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되자 보수언론에서도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초유의 반헌법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정반대의 수사결과와 고위공직자 증언이 쌓이는 형국이다. 추가 수사를 통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의 전모를 밝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 2022년 11월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8시 20분~10시 사이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가 소집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24:00경 A신문, B신문, C방송, D방송, E방송, 여론조사F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줬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 등으로 알려져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34분경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의 조치상황을 확인한 다음, 밤 11시 37분경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00경 A신문, B신문, C방송, D방송, E방송, 여론조사F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라고 지시했다. 허석곤 청장은 이상민 장관의 지시사항을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했고, 이영팔 차장은 밤 11시 40분경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 반복해 요청했다. 허성곤 청장은 황기석 본부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나'라고 확인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언론사 봉쇄·단전·단수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을 하지 않았고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소장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엉터리 투표지가 많아서" 선관위에 군을 보냈다고 했다. 헌법기관에 군을 투입시킨 일을 인정하면서까지 장외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동아일보는 사설<“尹 신문·방송사 단전단수 지시”… 언론 봉쇄 계획 전모 밝혀야>에서 "윤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까지 세웠다는 사실은 지난달 소방청장의 국회 증언을 통해 그 일단이 드러났으나 검찰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방청 일선까지 지시가 내려갔음이 확인됐다"며 "언론사 봉쇄와 단전·단수는 비록 그 지시가 실행되지는 않았다지만 그 발상만으로도 언론 자유를 짓밟는 초유의 반헌법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언론을 사전 검열하긴 했지만 물과 전기를 끊어 기능을 아예 마비시키는 일은 없었다"며 "언론을 두고도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超甲)'이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다. 취임 이래 언론을 무시하던 불통의 비뚤어진 언론관에다 밑도 끝도 없는 '언론 피해망상'까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언론사 봉쇄 시도는 군 국회 투입과 마찬가지로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허무는 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물·전기 끊어" "병력 1000명" 말했다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尹>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군과 공무원 조직에 국회의원 체포와 언론사 단수·단전 등 온갖 불법 지시를 내렸다는 관계자 진술이 쏟아지고 있다"며 현재 '내란 우두머리'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 혐의를 받는 인물들만 정반대의 진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물론 공소장이나 관계자 진술도 '일방 주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헌재 결정과 법원 판결을 통해 증명돼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유독 윤석열 대통령(수괴 혐의)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주요임무 종사 혐의)만 정반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 명령 없이 할 수 없는 행위(회기 중 국회 강제 진입)를 한 군 관계자들이 일관된 상황을 증언하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최상목 대행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일보는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추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하지만, 이미 윤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기소된 상황이라 같은 혐의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며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최상목 대행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최상목 대행은 지난달 31일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상목 대행은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내란 특검법 거부를 비롯해 총 7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게 나치가 벌인 짓이다>에서 "이런 조치는 시민을 학살하고 총칼로 권력을 탈취한 5공 군사정권도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은 지난 3일 서울구치소에 면회 온 여당 지도부에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한다면서 '나치 독재'에 빗댔다는데, 비판 언론을 압살하려 한 윤석열의 위헌적 행위야말로 나치나 벌일 법한 짓"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상민 전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국정조사특위에 참석해 증인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것을 두고 "시민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비상계엄이 실패해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런 조치를 계획한 것 자체가 내란이고, 중간 지시자인 자신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는 걸 법률가인 이 전 장관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권 내내 언론사·기자에 대한 압수수색과 기소가 이어졌다. 방통위·방심위를 통한 언론탄압은 일상이었다"며 "이런 조치는 비판 언론을 말살 대상으로 보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언론의 권력 감시·감독이 없는 전체주의를 꿈꿨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국군통수권자답게 계엄 진상 밝혀야>에서 "사태의 본질을 가리키는 고위 장성과 공직자들의 증언이 넘쳐나고 있다"며 "그들이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이 정부의 엘리트라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아무 일도 없었다”는 尹,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그대로 털어놓고 국민에게 사죄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2월 5일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반면 조선일보는 검찰 공소장이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의 부적절성에 대한 사설은 쓰지 않았고, '헌재에서 증언이 엇갈린다'는 기사 두 꼭지를 지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5일 <이진우 “대통령은 체포 지시도 국회 의결 저지 지시도 없었다”>(1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정치인 체포 지시’… 헌재선 증언 엇갈려>(3면) 등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헌재 증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지시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내란주요임무종사·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진우 전 사령관은 4일 헌재에서 국회 측 신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다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통화사실을 인정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부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세 번 통화했다고 밝혔다.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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