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EBS! 건강한 견제 통해 노사 상생의 길 찾겠습니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

2025-02-06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으로 김성관 EBS 융합기술본부 네트워크기술부 차장이 선출되었다. 지난 12월 26일 언론노조 EBS지부 26대 집행부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 단독 출마한 김성관 지부장, 김연희 사무처장 후보자가 86.18%(투표율 70.83%)를 얻어 당선됐다.

2013년 편성기획센터 콘텐츠관리부로 EBS에 입사한 김성관 지부장은 직전 25대 집행부에서 수석 부지부장을 맡았다. 출마 동기와 계획, 포부를 들어보고자 1월 31일 김 지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BS 사옥 (EBS)

언론노조 EBS지부장 취임 한 달이 되었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작년 연말부터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언론노조 EBS지부장 출마를 결심하고 사무처장과 선거 준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마치 직업을 바꾼 것처럼 하루하루 적응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1월 마지막 주에 연휴가 있어서 푹 쉬고 나왔습니다.”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셨나요?

“지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전임 지부장에게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연중에 노사 간 진행해야 하는 업무 계획을 수립해서 조합 업무에 적응하려고 합니다.”

지부장은 어떻게 출마하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지부장 출마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막연하게 언젠가 조합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는 있었거든요. 그런데 작년 연말 EBS지부장 선거가 여러 차례 연기되면서 조합이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을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한다면 이때라고 판단했고,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조합을 위해서 제 역할을 다하고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

왜 지금이라고 판단하셨을까요?

“그 부분이 제일 고민이 됐습니다. 말씀드렸듯, 작년 연말에 EBS 노동조합 임원 선거가 여러 차례 연기됐어요. 저 역시 누군가 조합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요즘은 조합원들이 노조 집행부 일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갖는 듯합니다. EBS를 위해서 누군가 나서서 봉사해야 한다면 지금 제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부장 출마 전 가장 큰 고민은 뭐였나요?

“지부장의 자리가 과연 제 옷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맞는 옷인가도 중요했지만 그 옷을 입기 위해서 ‘준비’가 돼 있느냐가 사실 제일 고민이었습니다. 임원 후보로 같이 출마한 사무처장도 저와 생각이 비슷했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결심을 다잡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부장 선거에서 86.18% 득표하셨던데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합원들의 기대와 응원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BS지부장이 조합원들을 위한 자리인 만큼, EBS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합으로서 역할을 열심히 다해주고 또한 봉사해달라는 조합원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EBS의 가장 큰 현안은 어떤 문제일까요?

“수년째 EBS의 위기 요소로 거론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 문제인데 광고 수익, 출판 수익 등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년간의 지속된 적자로 인한 자본 잠식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EBS는 매년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혜롭게 헤쳐왔다고 생각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광고 수익, 출판 수익의 감소는 이제 변수가 아닌 고정값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고정된 값 안에서도 공영 교육방송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고품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새롭게 사업을 찾아내야 EBS의 미래 비전이 확보될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V수신료 (E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해 노사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몇 년간 노사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갈등 상황이 지속됐습니다. 하여 새로 출범한 26대 EBS지부는 노사의 신뢰 회복과 갈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세웠던 날카로운 칼날을 거두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을까 찾고 있습니다.”

노사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생각이에요?

“노사가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간 어떤 부분에서 노사의 신뢰가 깨졌는지 찾아보고, 서로 간의 오해나 비난으로 세웠던 날을 어떻게 거둘 수 있는지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그 방안은 지금부터 찾아야 합니다만, 노사가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나가려고 합니다.”

노사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좋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견제와 비판은 마땅히 해야 합니다. EBS가 세운 방향, 미래 비전, 미션 수립에 대해서는 건강하게 견제할 것이고, 실패와 같은 일에 대해서는 비판도 할 것입니다. 다만 견제와 비판, 소통과 화합의 균형이 깨지면 노사 상생의 길은 더 멀어질 것입니다. 질문처럼 가까워도 문제고 멀어져도 문제니까요.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격려와 지지를 표하고, 조합이 같이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묻고 또 찾아보기도 하겠습니다.”

김유열 사장 신년사를 보면 AI 혁신에 방점이 찍힌 것 같던데.

“회사가 새로운 기술이나 트랜드를 좇아 신사업을 발굴하는 건 미래 EBS의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방향성이나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시도로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실행되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자칫 전시행정의 구태로 남지 않도록 조합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방향성이 올바르고 회사가 미래 비전을 충분히 제시한다면 AI 혁신이든 어떤 신사업이 됐든 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부장 출마하며 내놓은 공약이 있을 텐데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은 뭘까요?

“출마 공약을 다양하게 내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공약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제일 먼저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서 EBS가 좀 더 건강해지도록 하는 게 제일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의 역할이라면?

“과거에 비해 노동 시장, 환경이 달라졌고 노동 관련된 법도 강화되면서 노동조합의 역할도 변화해 왔습니다. 구성원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려면 기업문화가 중요합니다. EBS 기업문화를 주도하는 게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올바르고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고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도 조합의 역할일 것입니다.”

조합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할 생각이에요?

“사실 조합원들과 소통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전체 조합원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직접 대면하는 방식을 지향하면서 관리가 편한 SNS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직간접적인 소통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상무집행위원회가 약 30명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부위원장단과 국 단위로 활발한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너무 딱딱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 회의만 하는 위원회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위원회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전 집행부와 차별점이 있다면 뭘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듯합니다. EBS 노동조합의 정신은 늘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EBS 직원과 조합원으로서 EBS를 사랑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이 EBS 노동조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대 집행부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고 단점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6대 집행부의 캐치프레이즈가 있나요?

“‘함께 EBS’가 캐치프레이즈입니다. EBS는 다년간의 적자와 노사 갈등, 내부 갈등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입니다. 갈등과 그로 인한 피로감을 함께 해소해 보자는 마음으로 ‘함께 EBS’를 캐치프레이즈로 잡았습니다.”

TV수신료 (E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재의요구권 행사한 것에 대해 EBS지부가 비판 성명을 냈던데?

“TV수신료는 공영방송 미디어로서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EBS는 오랜 시간 교육 서비스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때문에 TV수신료의 의미, 특히 교육 공영방송의 가치는 또 다르게 정의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이 공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분리징수로 공적재원 시스템이 훼손됐습니다. 그런데 최상목 권한대행이 그 시스템을 바로잡을 법안인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죠.”

EBS도 방송법 개정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입법 시도 중인 방송 3법에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BS는 KBS와 다르게 방통위에서 이사회나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교육방송법을 포함해 방송 3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동일한 잣대로 이사회나 사장 선임이 돼야 한다고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 3사 [각 방송사 제공=연합뉴스]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심판 기각으로 복귀했는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EB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직접적인 영향 받는 조직이다 보니 방통위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위법 판단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돌아와 똑같은 구조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에서 2인 체제를 합법이라 판단한 거라고 주장했어요.

“방통위 2인 체제의 의사결정 구조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영역입니다. 다만 헌재는 2인 체제에서 의사결정한 것 그 자체로 위원장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임기 2년 동안 EBS지부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요?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사측에 대한 건강한 견제와 비판, 그리고 화합과 상생의 관계가 되도록 부단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조합이 조합원들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부장 임기 시작하고 딱 한 달 되는 날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올 1년, 전체 2년을 잘 계획해서 조합에 좀 더 이익이 되고 조직문화가 보다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아직 시국이 어수선하지만 올 한 해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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