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KBS 계엄 방송 준비' 의혹 재소환

'윤석열, 22시 KBS 생방송 확정됐다' 경찰 진술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 '2시간 전 계엄 방송 준비 언질' 고발 의혹 당사자 "사실 아니다…대통령실 누구와도 통화 안 해"

2025-01-3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 '22시 KBS 생방송을 잡아놨다'고 말했다는 국무위원의 경찰 진술이 보도됐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보도국장이 계엄 발표 2시간 전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 언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KBS 뉴스 유튜브 12·3 비상계엄 중계영상 썸네일

30~31일 경찰 조사 내용을 근거로 한 MBC·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밤 8시 40분경 대통령집무실에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박성재·이상민·조태열·김영호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이 모여 있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에 일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자 윤 대통령이 "22시에 KBS 생방송이 이미 확정돼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할 의지가 확고했고, 생방송 대국민 담화도 계엄 선포 2시간 전에 미리 세팅해 놓았다는 얘기다.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 등은 윤 대통령의 의지를 꺾기 힘들다고 판단해 자리에 없던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했다. 더 많은 국무위원들이 만류하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재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같이 행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밤 10시가 다가오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2시에 내려가야 한다"며 생방송 대국민 담화 일정을 언급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중앙일보는 경찰이 이날 열린 국무회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 회의록, 서명, 선포 발언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는 계엄법상 계엄 선포의 요건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전 장관의 경찰 진술은 비상계엄 다음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의혹제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충격적인 건 최재현 보도국장이 계엄 발표 2시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소문"이라며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이 KBS의 편성에 명백히 개입해 방송법을 위반한 것이며, 최재현 국장은 사퇴는 물론이고 당장 사법처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6일 당시 최재현 보도국장은 KBS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계엄 방송 준비' 사전 언질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재현 국장은 "본인은 엄격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방송 편성과 편집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국회 과방위가 본인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는 방관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돼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최재현 국장은 "본인은 대통령의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따라서 실제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대통령의 발표 전에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이 결코 없었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했다. 최재현 국장은 "언론노조 KBS본부의 잘못된 성명 내용은 본인의 명예와 KBS뉴스의 신뢰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며 "이에 대해 정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이 관련 보도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2월 9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당시 박민 사장과 최재현 국장, 성명불상자(계엄 방송 지시 추정)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 등을 통해 의혹의 상당히 높은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해당 피고발인들의 휴대전화 수사 등 조속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선포는 위헌·위법한 조치로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부당한 방송편성 개입을 지시·이행한 행위는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망각한 행위이자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중대범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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