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거짓말'보다 위험한 '2인체제 적법' 중계 보도
이재석 기자 "2인 체제 불법성은 행정법원 판단 몫" "언론, 이진숙 2인 체제의 'MBC 장악' 조명했어야" '2인 체제' 소송 당사자 "거짓말 그대로 옮기면 안 돼"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기각과 관련해 '2인 체제 방통위가 적법하다'는 중계식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법원의 위법성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을 간과하고 주장에 불과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옮긴 것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 '언론어때'에서 이재석 기자(전 KBS 기자)는 "이진숙 위원장 본인은 당사자이니까 (헌재에서)4 대 4로 갈렸다 할지라도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 이겼다' 광고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헌재 판단은 장르가 다른 것이다. 형사·민사·행정 재판이 있고 헌재 재판이 있는데, 이것(헌재 탄핵심판)은 공무원을 자를 거냐 말 거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이재석 기자는 "(헌재는)형사·민사 이런 것과 별개로 특정 공무원이 어떤 잘못을 범한 것으로 문제제기되고 있는데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 또 그 잘못이 이 사람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만큼 중한 잘못이냐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그 정도(파면)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머물러야지 2인 체제에 대한 판단과 이진숙 위원장이 방송장악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자 했는지, 이런 부분들은 완전히 별개로 놓여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2인 체제에 대해 4대4 의견이 엇갈렸다는 말은 (헌법재판관)4인은 2인 체제의 행위들이 큰 문제 없다고 판단하기는 한 것이다. 4인의 판단이 기존 법원의 판단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3일 헌재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가운데 8인의 재판관 중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4인이 기각을,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4인은 인용 의견을 냈다. 헌재법은 탄핵 결정의 기준을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정하고 있다. 심판 정족수에 미달해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가 기각된 것이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가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었다. 2인 체제는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은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은 방통위설치법 제13조 제2항 위반이자 방통위설치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는 것으로 방통위의 프로그램 제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이사 선임 효력 등이 취소·정지되고 있다.
이재석 기자는 "헌재 결정에 대한 보도를 봤는데 아쉽다. '헌재가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이진숙의 반응은 이렇다' 당연히 전해야 하지만 언론은 시민적 관점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석 기자는 "이진숙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무리하게 궁극적으로 하려했던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부각하고 조명해야 한다. 결국 KBS는 장악했으나 MBC는 장악을 못했기에 2인 체제로 뚝딱뚝딱 무리하게 추진하다 덜컥 걸린 것"이라며 "어제 보도는 헌재에서 이렇게 결정났는데, 반론은 어떻고, 그냥 중계하듯이 표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만 그쳐서 아쉽다"고 했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해 7월 31일 방문진 이사 6인을 임명하고 KBS 이사 7인을 추천했다. 약 2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태규 부위원장 호선 ▲이진숙 방통위원장 기피신청 각하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심사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KBS·방문진 이사 후보자 83명에 대한 심사가 약 1시간 만에 이뤄졌다. 법원이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이진숙 위원장이 주도한 MBC 지배구조 교체가 중단됐다.
지난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고, 현재 이진숙 위원장을 상대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 중인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은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진숙이 복귀하는 것은 방통위 2인 체제가 합법이라서가 아니다"라며 "합법과 불법은 재판관 4 대 4이다. 결국 헌재에서는 '결정유보'된 것"이라고 했다.
조능희 전 사장은 "불법여부는 현재 각종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각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고, 대법원이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저는 소송의 한 당사자로서 2인 체제가 불법임이 확정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능희 전 사장은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 기각 소식을 전한 YTN과 경향신문 보도를 비교하며 "YTN은 이진숙의 적법성 인정이라는 거짓말을 그대로 옮기고,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문제될 것이라고 썼다"고 지적했다. YTN은 <이진숙 "2인 체제 '적법성' 인정… 현안 처리할 것">기사를, 경향신문은 <헌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4 대 4' 기각… 즉시 복귀> 기사를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이 위원장이 복귀해 이뤄지는 각종 안건에 관한 심의·의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심의·의결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두고는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뤄진 심의·의결과 관련해선 각종 행정 소송이 제기돼 있고, 일부 법원에서는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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