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KBS 앵커 "대만처럼 수개표 안 이뤄져"
송영석 앵커 '사사건건' 방송 진행서 "선거 투명성 문제 어떻게 매듭 지어질지 관심" "판사가 선관위 맡아 부정선거 확인 제한적" 2020년 민경욱 "송영석 기자 글로 숨통 트여" KBS 보도-시청자 청원 답변과 딴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 송영석 앵커가 '부정선거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방송을 진행했다. 송 앵커는 '대만처럼 완전한 수개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관위에 계엄군을 왜 보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는데 그 부분을 들여다 볼 필요는 없냐'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1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전 KBS 기자)은 송영석 KBS 기자의 글을 SNS에 공유하며 "이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송영석 기자의 글은 부정선거론자들을 지지·응원하는 내용으로 당시 한국과 미국의 보수진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사사건건>은 21일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에 출석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탄핵심판의 쟁점을 '국헌 문란' 내란 행위에서 부정선거로 전환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 측은 지난 2차 변론에서부터 다양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와 증인도 신청했다"면서 "하지만 대법원 및 사법기관을 통해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된 사항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 탄핵심판 쟁점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사사건건> 송영석 앵커는 "국회 측에서는 탄핵 심판의 쟁점이 될 수 없다고 했다"며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것이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야당도 하면서 탄핵 사유에 들어가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검증할 필요는 없을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패널인 이승훈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부정선거 사건 무혐의 처분 등을 거론하고 "아무 의혹도 없는데 수사를 한다? 그걸 쟁점 삼아 헌재로 계속 끌고 간다?"라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걸 끌고 간다는 건 굉장히 무리한 시간 끌기"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송영석 앵커는 "그런데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것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왜 보냈는지에 대한, 부정선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어쨌든 헌재에서도 왜 그랬는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냐는 질문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 변호사는 "살인을 저질렀는데 부정선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해서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진 않는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다시 송영석 앵커는 "윤 대통령 측에서 추가로 신청한 증인들의 목록을 쭉 보면, 투표관리관 그리고 투표 사무원, 아마도 이 부분이 이제 선거와 관련된 그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또 선거 관리 시스템의 부실 관리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기로 했다니까 이 부분 좀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패널인 최진녕 변호사는 "그렇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보낸 글을 보면, 부정선거 의혹이라 표현하지 않고 선거 관리 부실이라고 얘기를 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얘기하고 있는 부정선거보다는 선거 관리 자체의 부실에 대해 얘기하면서 선거 관리에 대한 적정한 검증과 관리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 부분에 대해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개한 자필 입장문에서 "부정선거 증거는 너무나 많다" "총체적 부정선거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1일 탄핵심판 변론에서는 "사실을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아무 증거 없이 중대한 주장을 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송영석 앵커는 22일 <사사건건> 방송에서도 부정선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송영석 앵커는 "선거라는 것은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사소한 실수라고 얘기하는데, 시청자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중앙선관위부터 시작해 전국 각급의 모든 선관위의 위원장을 판사들이 맡고 있다. 사법적 영역에서 확인하기 제한적이다, 이 얘기를 자꾸 대통령 측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영석 앵커는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국민들도 이제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은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입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우리나라는 기계적으로도 하지만 수개표도 한다. 그리고 사전투표의 경우 문제제기가..."라고 하자 송영석 앵커는 말을 끊고 "타이완 같은 완전한 수개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수개표를 그 자리에서 서로가 함께 후보자들이 보낸 사람들을 복수로 보내서 거기서 다 확인을 하지 않나"라며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 5천만 명을 속인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문제가 있다면 후보자 측에서 얼마든지 제소를 통해 끝까지 확인하지 않나. 특히나 200표 차이로 왔다갔다, 서로가 이걸 인정할 수 없다고 그러면 소송을 통해 그걸 다 확인까지 한다"며 "그렇게 몇 표 차 정도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하는 건 있지만 이걸 대한민국 전체의 선거를 가지고 모두를 속일 수 있다? 굉장히 환상"이라고 했다.
송영석 앵커는 "선거 투명성 문제는 좌우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이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어떻게든 매듭지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겠다"고 했다.
"한국 정치 취약점은 모두 중국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민경욱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1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송영석 기자의 이 글로 이제 숨통이 트였다"며 "앞으로는 그동안 숨죽이던 올바른 기자들의 기개 있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썼다.
민경욱 전 의원이 공유한 글에서 송영석 앵커는 ▲한국 정치의 취약점은 모두 중국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 ▲미국 상황이나 한국 총선에 대해 진심을 다해 얘기해봐야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 선거장비의 문제점 등 부정선거에 대한 심각한 인식을 드러내왔다 ▲한국 국회 선언과 한국 총선에 이은 미국 대선의 혼돈 상황은 트럼프 진영이 준비한 그림 속에 이미 다 녹여져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 그와 그의 팀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3일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트럼프 완승'으로 머쓱해진 '트럼프 음모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김창균 주간은 "2020년 한 해 한·미 동맹이 차례로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다. (중략)트럼프는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라는 구호를 내걸고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며 "(불복의)모든 시도가 무산되자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최종 승인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 날 열혈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습격해 회의 진행을 막으라고 선동했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1월 6일 미 의회 폭동이었다"고 설명했다. 'Stop the steal'은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극우 세력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김창균 주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2020년 대선에선 선거인단 232 대 306으로 패배했는데, 이번 대선에선 312 대 226으로 승리했다"며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2020년 선거를 조작으로 뒤집었다면 집권 세력으로서 손놓고 패배를 방치했을 리가 없다. 트럼프가 취임식 후 즉흥 연설에서 '부정선거 때문에 더 큰 표 차로 이기지 못했다'라고 강조한 것은 머쓱해진 자신의 음모론에 대한 변명 내지 합리화였을 것"이라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윤 대통령 지지층의 부정선거 확신은 워낙 강고하다. 전국 단위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톰 크루즈도 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설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다만 윤 대통령이 정권을 손에 쥐고 있던 2년 반 동안도 못 해낸 부정선거 규명을 이제 와서 무슨 수로 하겠냐고 묻고 싶어진다"고 했다.
KBS 보도, 시청자 청원 답변과 딴판
2024년 4월 11일 KBS는 <30년 만에 수검표 도입… "개표 지연됐지만 신뢰성 높아져> 리포트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모든 투표지를 개표 사무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가 도입됐다"며 "개표 시간이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개표 과정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관위는 2020년 투표·개표 시연회에 이어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수개표를 부활시켰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투표의 경우 분류기를 쓰지 않는 '완전 수개표'를 진행했다. KBS는 2024년 3월 23일 <[총선] 이번 총선 비례 개표도 100% 수개표로…비례 투표용지 길이 51.7㎝>에서 선관위가 21대 총선에 이어 비례대표 용지 모두 수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KBS는 <부정선거 논란에 ‘수검표’ 도입…CCTV 화면도 공개>(2024년 1월 31일), <4월 총선 도입 ‘수검표’ 절차 시연…현장 가 보니>(2024년 2월 1일), <30년 만에 ‘수검표’ 부활…부산 투표소 곳곳 소란>(2024년 4월 11일) 등의 보도를 했다.
KBS는 22일 '뉴스9' <법원·수사기관·선관위 모두 “부정선거 없다”> 리포트에서 "지난 2021년 6월, 법원에 전자개표기가 설치되고 투표용지 검표가 진행됐다. 민경욱 전 의원이 21대 총선 낙선 뒤 제기한 부정선거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며 "투표용지 12만 장을 재검표하는 등 2년여 동안의 재판 끝에 대법원은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21대 총선과 관련해 제기된 부정선거 관련 소송은 126건, 이 가운데 부정선거를 인정한 판결은 없다"고 했다.
KBS는 "22대 총선에 대해서도 전산 조작이 있었다며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경찰은 지난해 8월 사건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며 "선관위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지난 5년 동안 선관위 압수수색은 181차례 있었고 이 가운데 약 90%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에 이뤄졌다. 심지어 비상계엄에 관여한 방첩사 내부 문건에서도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정선거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대법원 판결로 정리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부정선거 다큐 다큐멘터리 <왜 : 더 카르텔>을 방영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2023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왜 : 더 카르텔>을 방영해달라는 총 5번 시청자청원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KBS는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의 동의하는 청원에 한해 답변을 하고 있다.
KBS는 2024년 5월 답변에서 "KBS는 선거 여부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불편부당한 콘텐츠를 제작, 방송함으로써 시청자 여러분의 밝은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은 영상에서도 나오듯이 2022년 7월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적 판단이 종결된 사안임을 감안하자면 KBS에서 영상을 방영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KBS는 "이미 몇 차례 시청자 청원을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요청을 들어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며 "공정선거에 대한 여러분의 많은 관심 덕분에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개표 제도가 최초로 도입, 실시되는 등 어떠한 부정의 여지도 없이 무탈히 치러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KBS는 지난 1월 답변에서도 "주지하다시피 이미 앞서 여러 차례 같은 내용으로 제기돼 온 청원이다. 이번에도 내부적으로 편성 여부를 심사숙고했다"며 "2022년 7월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적 판단이 종결된 사안임을 감안하자면 KBS에서 영상을 방영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미 기 차례 시청자 청원을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요청을 들어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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