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상입법기구 쪽지' 거짓말 하루 만에 들통

"문건 준 적도 없고 만들 사람은 김용현" 주장 "김용현, 최상목 쪽지 받을 때 합참에 있어" SBS '최상목 문건에 숫자 8'…지시 문건 더 있었나

2025-01-2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12.3 내란’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문건을 전달한 적 없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최 장관이 예산 문건을 받을 당시 김 장관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을 촉구한 동아일보는 “만에 하나 계엄이 성사됐다면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국회를 해산한 뒤 만든 임시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초헌법적 기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철진 국방부 장관 보좌관에게 “최상목 장관이 예산 쪽지를 건네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김용현 전 장관은 합동참모본부에 있었다”면서 “12월 3일 저녁 10시 20분 안찬명 합참 작전부장이 엘리베이터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고 한다. 그 뒤 김 전 장관은 11시 10분까지 합참 전투 통제실에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보좌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최상목 장관이 예산 쪽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10시 43분으로 그 시간에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 대기실에 있지 않았다”며 “따라서 최상목은 대통령으로부터 (예산 문건을) 받았다는 것이 확실하고,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이 쪽지를 준 게 맞냐‘는 질문에 “맞다”며 기존 증언을 재확인했다. 앞서 조 장관은 “(12월 3일) 9시께 집무실에 가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계획이라며 종이 한 장을 전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종이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전날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해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23일 사설 <崔 “받았다”는데 尹 “준 적 없다”는 ‘계엄 쪽지’… 누가 뭘 숨기나>에서 “이 (비상입법 기구 예산)문건이 중요한 이유는 계엄 세력이 국회를 무력화하고 대체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핵심 증거이기 때문”이라며 “여야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국회 예산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침까지 내렸다면 이는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국회를 멈춰 세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장관이 12.3 내란 당시 받은 '비상입법기구 예산' 관련 문건(20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동아일보는 “김 전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내가 썼다’면서도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 입법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대통령이 (최 장관에게)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했다면서 “국회 무력화를 통한 국헌 문란 지적엔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 지시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만에 하나 계엄이 성사됐다면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국회를 해산한 뒤 만든 임시 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초헌법적 기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그럼에도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최 부총리(장관)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최 부총리(장관)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며 “대통령과 권한대행 간의 문제라는 점에서도 명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3 내란’ 당시 최상목·조태열 장관 외에 ‘바상계엄 지시사항’ 문건을 받은 장관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BS는 22일 [단독] 보도 <최상목 쪽지에 '숫자 8'…쪽수 적힌 문서 더 있나>에서 최 장관이 당시 받은 문건 하단에 숫자 8이라는 쪽수 표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SBS는 “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에 모인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장관 등 모두 10명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조 장관과 최 권한대행을 제외하고도 추가로 계엄 관련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은 국무위원들이 더 있을 수 있단 의혹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헌재는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기일을 개최한다. 이날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모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최상목 장관이 받은 ‘비상입법기구’ 문건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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