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윤석열 체포 지시' 빗대 "그런 일 매일 하는 곳이 평양"

"대통령 좋아했고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다…근데 명단 보니 안되겠더라" "조태용에게 '방첩사, 이재명·한동훈 잡는다' 보고하니 '내일 얘기하자''" 한기호 "말 같지 않은 얘기"…홍장원 "말 같지 않은 얘기가 대통령 지시사항"

2025-01-22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12.3 내란’ 당시 판사, 정치인 체포 지시를 거부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그런 게 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은 어디? 북한 보위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 전 차장은 당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고했으나 ‘내일 아침 얘기하자’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정치인들 잡으러 다닌다는 게 말 같지도 않으니 ‘내일 얘기하자’는 게 정상 아니냐”고 지적하자 홍 전 차장은 “그 말 같지도 않은 얘기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받아쳤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전 차장은 22일 국회 ’내란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12·3 내란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53분께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적극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국내에 장기 암약하던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나, 그래서 긴급하게 (체포가)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후 11시 6분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되냐”고 묻자,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렀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뭔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에게 “방첩사에서 지금 이재명하고 한동훈 잡으러 다닌답니다”라고 말하니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그래도 최소한 업무 방향이나 지침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조 원장이)일어나서 가버려 더 이상 보고할 수 없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저 대통령 좋아했다. 시키는 거 다하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체포)명단을 보니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집에 가서 편안하게 가족들하고 저녁식사하고 TV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이 뛰어들어가서 수갑 채워 벙커에 갖다 놓는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홍 전 차장은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어디? 북한 보위부”라고 강조했다.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차장이 와서 국정원장한테 방첩사가 정치인들 잡으러 다닌다고 얘기하면 말 같지도 않으니까, ‘됐다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이게 정상이지 뭐가 비정상이냐”라고 따져 묻자, 홍 전 차장은 “그 말 같지 않은 얘기가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응수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조 원장에게 ‘홍 전 차장의 사퇴 사유’를 물었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 다음 날 홍 차장이 찾아 와 ’야당 대표하고 전화하면 어떻겠냐‘고 얘기했는데, 그 조언은 굉장히 부적절하고 정치 개입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 가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게 경질을)건의드렸다”고 했다. 조 원장은 “(홍 차장에게)정무직은 임기가 없는 자리라고, 이번에 정무직 교체가 있으니 사직서를 내라고 했고, 사직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은 “12월 5일 오후 4시경 원장이 집무실에서 안타깝다는 느낌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정무직이 다 그렇잖나,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하면서 사직서를 내달라고 했다”면서 “그때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했다. 왜냐하면 12월 3일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는데 비상계엄 현장에 국정원 직원들이 한 명도 출동하지 않았던 부분을 확인했을 테고, 지시가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경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직서를 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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