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수신료통합징수법' 거부권 행사…KBS·EBS "유감"

최상목 "분리징수 안착, 결합징수는 오히려 혼란" KBS "현장 혼란 없어…오히려 시청자 불편 해소" EBS "분리징수, 제작 차질 빚을 만큼 치명적"

2025-01-21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가 안착돼 결합징수를 강제하면 국민선택권이 저해된다고 주장하며 국회를 통과한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KBS, EBS는 일제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현장의 혼란은 없고, 오히려 분리징수에 따른 시청자 불편과 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되어 이미 1,500만 가구에서 분리 납부를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수신료 과오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다시 수신료 결합징수를 강제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는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국민들께서 분리징수와 통합징수 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수신료 분리고지가 시행되지 않아 또 다시 제도가 변경된다면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통합징수법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 찬반투표 3개월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완료돼 졸속처리, 재정압박을 통한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22대 국회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를 적시해 함께 징수하는 수신료통합징수법이 통과됐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약 1년 6개월 만이다.

KBS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최 권한대행의 수신료통합징수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KBS는 “지난해 시행된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는 재정 위기가 심화 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로 성실히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은 불편을 겪었고, 소중한 수신료의 상당 부분을 징수 비용으로 써야 했다”고 토로했다.

7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KBS TV 방송 수신료 고지서가 놓여 있다. (서울=연합뉴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에 따라 한전이 전기요금 고지서 외에 수신료 고지서를 발송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지난 8월 기준으로 한전의 수신료 징수 위탁수수료는 약 6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년 동월(37억 원) 대비 약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KBS의 수신료 징수 관련 인력도 크게 늘었다. 분리징수 시행 전인 지난해 6월 79명이었던 수신료국 소속 인력은 188명으로 증가했으며 지역 방송촉국 수신료 업무 담당자도 89명에서 171명으로 늘었다. 특히 보도본부와 제작본부 등에서 근무하던 기자와 PD, 방송기술 인력 68명이 수신료 업무에 투입됐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현장의 혼란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분리징수에 따른 시청자 불편과 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최 권한대행과 김 직무대행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KBS는 “국회에서 이어질 법안 재논의 과정을 겸허하면서도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면서 “공공성 높은 방송과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 또한 수신료의 가치를 높이는 데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KBS·EBS 사옥

EBS는 “수신료통합징수법이 공포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국회로 다시 넘어간 방송법 개정안이 재의결 단계에서 원안대로 처리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TV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존립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필수 재원으로, 징수논의에 발목잡혀 수신료 현실화 제도 개선 논의로 나아가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EBS는 “공영방송은 민주주의 발전과 미디어 보편성 실현의 보루”라며 “글로벌 OTT 시대, 국내 공영방송이 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EBS는 “수신료통합징수법 공포를 통해 교육공영방송 역할 수행을 위한 재원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EBS는 월 2500원의 TV수신료 중 70원을 배분받아왔지만, 이마저도 분리징수 시행 이후 66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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