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브와 하나된 국민의힘

[김민하 칼럼]

2025-01-21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테러를 감행한 것은 한국 사회 극우집단의 행태가 파시즘적인 것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집단의 행태가 그저 소수의 일탈로 규정되는 게 아니라 집권한 상태인 다수 기득권에 의해 뒷받침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테러의 씨앗은 윤석열 대통령 측이 뿌렸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없는 법원의 결정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난해왔다.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에 있는지, 판사가 체포영장에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 배제를 적을 수 있는지 등은 제도 개선 등을 위한 학술 논쟁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집행의 정당성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측은 마치 이러한 논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이 불가능한데 이게 가능한 것은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을 거리낌없이 해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치졸한 것이지만, 적어도 당사자라는 점을 고려할 여지는 있다. 교도소에 가면 억울하다고 하지 않는 수형자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측이 이런 주장을 하더라도 통치에 있어 중심을 잡고 대선도 치러야 하는 여당은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앞장서서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듯 행동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당이 이렇게 간다면 보수언론이라도 대한민국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제대로 바로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의 필두인 조선일보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판사가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최근 스탠스는 신문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냇물이 흘러 바다에서 만나듯, 이 모든 흐름이 극우 유튜브에서 하나가 됐다. 극우 유튜브의 논리는 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은 서울서부지법이 불순세력에 오염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여당 의원이 헌법재판소를 견제한다며 내놓은 ‘국민저항권’이라는 단어는 극우 유튜브로 건너가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수가 물리력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면 수사기관도 어쩌지 못하리라’는 식의 주장이 되었다. 초기 이를 실행하려 했던 일부 인원에 대해 윤상현 의원이 ‘훈방 조치’를 언급하면서 이들은 더욱 과격해졌다. 이게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연합뉴스)

여당은 뒤늦게야 ‘모든 폭력은 안 된다’는 등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알리바이에 불과한 메시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형평성을 언급하고 있는 게 그렇다. 이재명 대표와의 형평성은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이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체포영장 발부에도 관저를 요새화하고 버텼음에도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됐다면 논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상황, 다른 지위, 다른 혐의인데 여기서 형평성이 왜 나오나? 심지어 조선일보는 사법부가 밝힌 영장 발부 및 기각 사유의 글자 수까지 비교하며 형평성을 따지고 있는데,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사법부 테러 사건에까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이런 메시지로 일관한다는 것은 사실상 명확한 테러 반대 및 재발방지 요구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극우적 흐름으로부터 선을 긋기는커녕, 명절 선물을 보내면서 발송 명단에 극우 유튜브 운영자들까지 포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물 발송 대상인 극우 유튜브 운영자가 오히려 여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제대로 지키라며 호통을 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소수화됐던 부정선거론은 이제 여당 지지층 안에서 다수 담론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드러내놓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여당이 극우 지지층에 끌려가니 여당 지지층 전반이 극우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환경에서 대선은 치르나마나한 일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 확장력에 대한 이런저런 전망을 하지만, 범보수 후보가 경쟁력이 없거나 다자 구도가 되면 다 소용없는 얘기다. 정치공학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남긴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런 방식으로 파시즘적 주체를 양산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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