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앞두고 김태규 "'수신료 통합징수법' 일대 혼란"

1인 체제 방통위, '거부권 건의' 못한다면서 반대 입장 공표 "분리고지·징수 중인 1480만 가구에 일대 혼란 발생" 21일 국무회의 앞서 전기요금·수신료 통합징수 혼란 주장 KBS·EBS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 악화" 한목소리

2025-01-20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TV수신료 통합징수법(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바꾸는 것은 일대 혼란을 일으킨다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시청자의 납부 의무는 그대로 두면서 공영방송의 재원을 악화시키고, 아파트 주민은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혼란을 빚어왔다.

김태규 대행은 1인 체제이기 때문에 거부권(재의요구권) 건의를 하지 못한다면서도 방통위가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널리 공표한 셈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KBS, EBS 모두 수신료 통합징수법의 공포를 희망하고 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20일 김태규 대행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수신료 결합징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주요 경과 및 방통위 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일정은 당일 기자들에게 공지됐다. 김태규 대행은 "수신료 결합징수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문의가 많아 방통위 입장을 간단하게 설명드리겠다"며 브리핑 경위를 설명했다. 

김태규 대행은 "수신료 결합징수 방송법 개정안은 내일(21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라며 "방통위가 정상적 체제라면 법안을 충분히 논의해서 재의요구 여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 방통위는 1인 구조 하에 있기 때문에 재의요구 여부에 대해서도 심의·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규 대행은 "동 개정안은 방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수방식을 법률로 상향한 것이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분리고지가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며 "또다시 제도가 변경된다면 이미 분리고지 중인 1480여만 가구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회의의 재의요구를 건의할 자격이 없는 방통위가 수신료 통합징수법 공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방통위의 법안 공포 반대 입장을 전달 받은 셈이다. 

김태규 대행은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방통위도 꾸준히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로 수신료의 효율적인 징수방식을 포함해 공영방송 재원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이 본격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김태규 대행은 "요구는 권리가 있어서 권리행사 일환으로 (방통위가 대통령에게)뭔가 해달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데, 다들 알고 있듯 1인 체제에서 결정할 수 없는 상태다. 제가 (거부권 행사를)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면서 "다만 이와 관련한 정보는 (최상목 대행이)필요할 수 있고, 그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 선에서 이해해주시면 되지 제가 나서서 요구했다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에서 "1인 체제 방통위에서 김태규 대행이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주장한다는 소문"이라며 "2인 체제 불법 의결 판결을 넘어 이제는 김태규 대행 1인의 마음대로 방통위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게다가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방통위는 공식 의견을 내지 않을테니, 최상목 대행이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가 반대의견을 내는 모양새로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수신료 항목을 빼내 따로 고지·징수하게 했다. TV수상기를 가진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 남고,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KBS·EBS의 재정은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KBS·EBS 사옥

EBS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공포를 기대하며 교육공영방송 역할 수행을 위한 재원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신료의 3%를 배분 받는 EBS는 "2024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분리징수로 인해 수신료의 규모가 더욱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책무 수행을 위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EBS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신료 통합징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했다. 

KBS는 20일 입장문을 내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TV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KBS는 "지난해 시행된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KBS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으며 재난방송 등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큰 애로를 겪었다"며 "KBS는 이번 법안이 공포돼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KBS가 수신료 분리징수의 폐해와 통합징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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