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민 예의' 아니라더니 "수신료 통합징수 찬성"
'내란수괴' 피의자 구속되자 수신료 분리징수 폐해 인정한 듯 "분리징수로 심각한 재정 위기… 통합징수법 공포되길 희망" "분리징수 과정서 공정성 비판 절감하고 겸허히 수용"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신뢰도 조사 2위→5위로 내려 앉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장범 사장 체제의 KBS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TV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해 "공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KBS가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야 수신료 분리징수의 폐해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은 KBS 사장 임면권자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한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
20일 KBS는 입장문을 내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TV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그동안 정부의 관련 부처들에 수신료 통합 징수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국무회의의 심의 의결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을 맞아 보다 명확히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BS는 "지난해 시행된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KBS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으며 재난방송 등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큰 애로를 겪었다"며 "KBS는 이번 법안이 공포돼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KBS는 "국가기간방송 KBS의 재원 위기는 곧바로 공적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분리 징수로 인해 수신료를 성실히 납부하던 시청자들은 불편을 겪었고, 수신료 징수 비용이 크게 늘면서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신료 통합 징수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경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절감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며 "공정성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을 실시했고, 뉴스와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국 매체별 신뢰도 조사에서 2위였던 KBS는 2024년 5위로 내려 앉았다. KBS의 신뢰도는 55%에서 51%가 됐다. KBS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23년에 비해 6%p 올랐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본인 소속사를 제외하고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물은 결과 KBS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KBS는 해당 정례 조사에서 2018년 2위, 2019년 5위, 2020년 7위, 2021·2022·2023년 각각 3위를 기록했다.(조사기간 2024년 7월 19일~28일,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9%p)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수신료 항목을 빼내 따로 고지·징수하게 했다. TV수상기를 가진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 남고,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KBS·EBS의 재정은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신청하고 돈을 내지 않는 국민이 늘어난데다 징수 위탁 비용이 2배가량 늘어났다.
그동안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국민 90%가 찬성했다'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결과를 앞세워 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시스템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 투표가 가능한 구조로 파악됐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가 국민참여 토론 투표를 독려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KBS는 "국민의 경고와 질책을 받은 KBS가 충분한 반성과 혁신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 결합징수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20일 방통위는 기자들에게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수신료 통합징수법과 관련한 주요 경과와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위원장마저 탄핵돼 1인 체제인 방통위에서 김태규 직무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주장한다는 소문이 나온다"며 "방통위의 거부권 행사 요청이 사실이라면, 이는 2인체제 불법 의결 판결을 넘어 이제는 김태규 대행 1인의 마음대로 방통위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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