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연봉 10% 반납" 면피…예산 삭감 후폭풍은 직원 몫

구성원 반발 속 '상임위원 연봉 10% 삭감' 강행 류희림 "국회 의견으로 연봉 삭감하면 누가 소신껏 일하냐" 구성원 "국회 의결 이행하라" "차관급 충분해" "류희림 돈벌레" 규탄 민주당 과방위 "류희림 예산, 청부 민원, 계엄 동조 등 책임 물을 것"

2025-01-1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원들의 반발 속에서 류 위원장 연봉 10% 삭감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회와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은 상임위원 연봉 30% 삭감을 요구해 왔다.

방통심의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원 3인 연봉’ 안건을 상정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상임위원 연봉 3% 인상안 ▲상임위원 연봉 10% 삭감안 ▲상임위원 연봉 33% 삭감안을 보고했다. 김영진 운영지원팀장은 “사무처 직원은 33% 삭감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삭감된 연봉) 금액만큼은 (직원들)처우 개선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국회 과방위의 부대의견에 따라 류희림 위원장 연봉 33% 삭감안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진행해 왔다.

류희림 방통신심의위원장이 2024년 10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기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류희림 위원장은 “국회 의견에 따라 독립된 기관장의 연봉을 삭감한다면 앞으로 독립 기관장이 누가 소신껏 일할 수 있겠냐”면서 “저를 포함한 간부들의 업무추진비가 전액 삭감됐는데, 사무실 이전을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다만 고통분담 차원에서 저는 자발적으로 10%를 반납하고, 사무총장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다만 아직 오지 않은 두 분(상임위원)은 본인들의 의견을 듣고 의결하는 것으로 수정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총 위원장, 부위원장 등 총 3인이다. 현재 류 위원장만, 상임위원이며 강경필·김정수 위원은 비상임위원이다. 이들 위원 모두 윤 대통령이 추천, 위촉했다.

김정수 위원은 “(10% 삭감안이)아직 부임하지 않은 상임위원들이 추후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따를 수밖에 없을) 우려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국회 의견을 따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의결보류”라고 말했다. 강경필 위원은 “부대의견은 부대의견에 불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따라야 하는지 여러 견해가 있을 것”이라면서 “유일한 상임위원인 위원장의 의견을 추인하겠다”고 했다.

방통심의위 구성원들은 해당 안건 보고 시작 때부터 의결 때까지 전체회의실 앞에서 “셀프 의결 반대한다” “차관급(연봉) 충분하다” “국회 의결 이행하라” “류희림 돈벌레다” “류희림은 사퇴하라” “김정수·강경필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쏟아냈다.

마무리 집회에서 김준희 방통심의위 노조 위원장은 “추후 국회 추경에서 류 위원장의 연봉이 반드시 차관급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모든 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방통위가 관리·운용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방통심의위 의결을 반영해 오는 15일까지 방통심의위 예산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전체회의 개최 전 과방위 소속 최민희·김현·정동영·노종면·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류 위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연봉 10% 삭감안을 고수했다. 김현 의원은 류 위원장과 간담회 이후 방통심의위 직원들 농성장에서 “(류 위원장과)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연봉 고수)본인의 생각을 접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간부들의 보직사퇴에 대한 책임도 부덕의 소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전체회의 결과가 구성원이 요구하는 30% 삭감안이 관철되지 않을지언정 국회가 지속적으로 류 위원장의 예산문제, 청부 민원 문제, 계엄 동조 의혹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희·김현·정동영·노종면·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13일 류희림 위원장과 간담회 진행 후 방통심의위 직원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류희림 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촉구했다. 한 직원은 “선후배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저렇게 자기 마음대로 심의하고, 직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책임마저 회피하는 체제는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깎은 예산을 전부 직원들이 고통분담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류희림 씨는 선심 쓰듯 자기 인건비 10%만 깎겠다고 이야기한다. 류희림 씨는 과방위 부대의견은 물론 직원들도 전혀 고려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직원은 눈물을 훔치며 “선후배는 경찰 수사로 고통받는데, 류 씨는 한두 번 받았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이 무도한 정권을 버티고 있다. 저희가 편파심의를 하지 않도록,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금이 가지 않도록 국회에서 사측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국회는 류 위원장의 편파 심의·월권심의·표적심의 등을 거론하며 방통심의위 운영 예산에서 약 36억 원(경상비 16억 원, 방송심의 예산 20억 원)을 감액했다. 국회 과방위는 류 위원장의 연봉 5000만 원과 상임위원, 사무총장 연봉 등 총 2억 4200만 원을 삭감해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으나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삭제됐다.

류 위원장은 자신의 연봉을 삭감해도 해당 그 금액을 타 직원 처우개선에 사용할 수 없다며 총리급 연봉을 고수했다. 류 위원장의 연봉 고수에 반발해 방통심의위 간부 40명 중 333명(82.5%)가 보직사퇴하자 류 위원장은 10% 임금 삭감안을 제안했다.

방통심의위는 국회의 예산 삭감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 2개 층 임차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계획을 내와 구성원들의 반발이 폭발했다. 임차 계약 해지 시 구성원 250여 명 중 100명가량의 인력이 재배치된다.

그러나 기재부는 최민희 의원실에 “방통심의위 내역간 사업비 조정은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승인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