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피의자' 체포 안 된다는 조선일보
조사·체포 안 받는다는 윤석열, '불구속기소·구속영장' 제안 조선일보 '나라 체면' '국격' 거론하며 윤석열 체포 반대 "직무정지 대통령 꼭 끌어내야 속 시원하냐" 주장 동아일보 "'영장 존중' 상식, 대법관이 말로 해야 하냐" 중앙일보 "법원 쇼핑하냐" 한겨레 "어떤 피의자가 영장 선택하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반대하고 나섰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인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 '국격'이 실추될 것이고, 사법부가 발부한 체포영장에 문제가 있다는 윤석열·국민의힘 측 사법시스템 파괴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2차 체포 시도가 임박하자 불구속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피의자 조사, 체포영장 집행을 일체 거부해놓고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받겠다는 '궤변'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영장을 존중하라'는 상식까지 사법부가 말로 해야 되느냐고 한탄했다.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다음 날인 8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원의 영장 발부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조사·체포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이들은 소환조사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한 데 대해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사전에 협의를 안 했다며 위법한 소환이라고 주장했다. 체포영장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했다는 이유로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앞서 윤 대통령의 체포·수색영장 집행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불구속 기소하거나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조사를 받더라도 불법 수사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체포를 포기하고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를 하거나,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윤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올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경호·신변 문제가 사전에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조선일보는 기사·사설·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반대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 입장을 담은 기사 <尹 측 “구속영장 청구하거나 기소하면 출석”>를 1면 톱기사로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공수처와 대통령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문제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尹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찬성 54% vs 44% 반대>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체포 찬성’이 54.4%, ‘체포 반대’가 44.5%로 8일 나타났다"며 "일주일여 전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MBC 조사 때는 체포 찬성 64%, 반대 32%였다. 조사 회사와 방법 등에 차이가 있지만 윤 대통령 체포 문제를 둘러싼 찬반 여론 추세에 변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썼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는 지난 7일 18세 이상 511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MBC 조사는 지난해 12월 29~30일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조선일보는 사설 <尹측 “불구속 기소나 구속 영장 청구하라” 공수처도 검토를>에서 "체포는 소환에 불응하는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피의자가 구속에도 응하겠다는 상황에서 체포에 집착하는 것은 법보다는 대통령 망신 주기라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 정치적 효과를 위해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돼 경호처와 충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적으로 옳지 않고 국격에도 타격이 된다"며 "이미 내란 혐의 관련자들이 상당수 구속됐고,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돼 있다. 그렇다면 이젠 윤 대통령 체포에 집착하지 말고 보강 조사를 통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든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른바 '친윤 쌍권'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격을 고려해 윤 대통령을 임의수사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은 칼럼 <직무정지된 대통령 꼭 끌어내서 수사해야 하나>에서 "윤 대통령을 감쌀 생각은 깃털만큼도 없다"면서도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에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다는 대통령 측 주장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대통령이 정당한 수사에는 응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이렇게 극단적인 충돌을 무릅써야 하느냐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어제까지 자신이 지휘하던 수사기관에 끌려가는 장면을 당장 수용하기 힘든 대통령의 심리 상태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나라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수사를 안 받겠다고 경호처를 앞세워 숨고, 그런 대통령을 끌어내고야 말겠다고 공권력이 진입하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고 했다. 김창균 주간은 "대통령을 꼭 물리적 힘으로 끌어내 수사받게 해야 하나"라며 "그래야 민주당 사람들과 그 지지층의 속이 시원하겠나"라고 글을 맺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 <“영장 존중해야”… 이런 상식까지 大法이 말로 해야 하는 나라>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에 대해 "영장 집행 차원을 넘어 법치의 훼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법과 법원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확신되면 무법과 탈법이 횡행하는 사회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에 대해 한 발언을 전했다. 천대엽 처장은 "적법하게 절차에 따라 이뤄진 (영장)재판에 대해서는 일단 존중해야 한다"면서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모든 다툼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법원행정처장에게 누구나 알 만한 원칙들을 묻고 확인받아야 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변호인은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의 신청이 기각된 뒤에도 '영장이 적법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며 "경호처는 '편법·위법 논란'이 있다며 체포를 막았다. 이런 식이라면 법 절차를 통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불구속기소·구속영장' 주장에 대해서도 "먼저 피의자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는 게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아일보는 "공수처의 거듭된 출석 요구를 묵살했고 체포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하라는 건가"라며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게 관할 위반이라는 주장도 반복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법원 쇼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영장 쇼핑’ 비난하던 윤 대통령, 자신들이 ‘법원 쇼핑’하나>에서 "우리 현행법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대해 별도의 항고 절차를 두지 않고 있다. 일단 승복하고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 등에서 다투도록 돼 있다"며 "피의자가 누구든지 편의대로 고를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주장을 지속하는 사이 체포영장 재집행을 두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칫 공권력 사이에 위험한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윤 대통령 스스로 관저에서 나와 조사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중앙일보는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특공대가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를 진행한다는 것은 반란이고 내란'이라고 주장한다"며 "내란 피의자로서 적반하장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은 거부하면서 법원 재판은 받겠다니, 이 무슨 궤변인가"라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지지자들이 결집해 자기를 지켜주기를 고대하는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나라야 어찌 되든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미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거부해 온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고, 같이 지내온 경호처 직원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으면서, 공수처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발부하면 거기엔 응하겠다고 한다"며 "체포영장이 공수처 관할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됐다는 이유로 불법 영장이라고 우긴다. 그런데 어떤 피의자가 이처럼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선택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또 불구속 기소하면 재판에는 응하겠다는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내란죄 피의자"라며 "그의 명령에 따라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은 전원 구속기소됐다. 이들보다 더 혐의가 무거운 ‘내란 우두머리(수괴)’를 구속하지 않으면 법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영장 집행 때 불상사 우려… 윤 대통령, 조건 없이 출석해야>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기관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입맛에 맞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나가겠다는 것인데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시간을 끌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윤 대통령 측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尹 체포영장 재집행 초읽기, 무력 충돌은 절대 안 돼>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주장에 대해 "각종 궤변과 법적 수단을 동원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건 반법치 행태"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총장 출신이고 ‘헌법주의자’를 자처하던 윤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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