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차지철' 거론되는 대통령 경호처 방치

한겨레·국민일보 논설위원, 유신독재정권 '차지철 경호실' 소환 '윤석열 사병' 자처… 사법체계 훼손하는 체포영장 육탄방어 중앙일보, 경호처 지휘권 쥔 최상목에 "국가 위해 결단하라" 한국일보 "윤석열 체포는 민주국가 입증이란 사실 명심해야" 현직 대통령 체포 '모양새' 안 좋다는 조선일보

2025-01-06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력을 동원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막아서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언론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차지철 경호실'이 거론될 만큼 초법적인 대통령 경호처의 육탄 방어를 두고만 볼 것이냐는 비판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 대통령에게 '경찰이 수사하면 응할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최상목 대행에게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협조 지휘를 요청했다. 최상목 대행은 공수처의 요청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일 최상목 대행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1차 공문을 발송했다. 최상목 대행은 공수처에 회신하지 않은 채 "법과 원칙에 따라 관계기관들이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행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던 지난 3일 경찰 경호 인력을 대통령 관저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채널A의 여권 관계자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상목 대행은 경찰청 최고위급 간부에게 경찰 101·202 경비단과 22경호단을 관저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청 고위 간부는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상목 대행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대통령 경호처의 협조 요청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호영 직무대행은 거부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도 경호처로부터 군 병력을 투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불법이라며 관계자 150명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영 직무대행과 김선호 직무대행은 경호처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공수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 경호처는 언론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 '차치절 경호실'에 빗대고 있다.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은 6일 칼럼 <독재의 잔재, 통제불능 경호처>에서 "현재의 경호처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산물"이라며 "최고 권력자의 위세를 업은 경호기관의 권력남용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권력자의 ‘선의’에 기댈 뿐 견제 장치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논설위원은 "언제든 권력자의 사적·정치적 문제에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경호수장인 차지철·장세동은 대통령을 뒷배 삼아 정권의 2인자로 행세할 수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김용현의 경호처’는 ‘차지철의 경호실’과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중략) 내란죄 피의자를 육탄 방어한 대통령경호처의 초법적 행태는 ‘대통령의 사병’으로 변질된 경호처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최혜정 논설위원은 2022년 11월 경호처가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군·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하는 대통령 경호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한 사례, 2023년 10월 경호처장에게 신원조사 권한을 추가하는 방향의 법령 개정을 시도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권과 유신정권은 '판박이'라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일보 김준동 논설위원은 칼럼 <대통령 경호처>에서 "곽영주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지금의 대통령 경호처장 격인 경무대 경찰서장을 지낸 인물이다. 4·19혁명 때 경무대 앞 발포 사건 책임자로 1961년 12월 사형이 집행됐다"면서 "차지철 경호실장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실세였다. ‘각하를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방에 써놨다는 그는 1979년 10·26사태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썼다.

김준동 논설위원은 "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했다"며 "영장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국민의 편이 아닌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할 경우 어떤 역사적 비극이 따르는지 되새길 때"라고 했다. 

1월 6일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 국민일보 김준동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네이버 뉴스)

중앙일보는 6일 사설 <경호처는 대통령 사병이 아니다… 영장 방해 멈춰야>에서 "최상목 대행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둘 다 국가기관인 공수처와 경호처가 협조는커녕 날카롭게 대립하는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게 아니다"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경호처가 협조하도록 명확한 지시를 내려줘야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경호처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최 대행에게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더욱 깊어지도록 방치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론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국가를 위해 결단이 필요할 땐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행위에 대해 "경호처는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적인 병력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원이 합법적으로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며 "누구라도 그런 명령을 내릴 수 없고 그런 명령을 따라서도 안 된다. 경호처 직원들은 단순히 상급자의 명령을 따랐다는 것만으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고발에 대해서도 "누가 누구를 고발한다는 건지 적반하장"이라며 "윤 대통령 측은 보안시설 압수수색에 대한 형사소송법(110조와 111조) 적용을 배제한다는 영장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 측은 무리한 주장을 거두고 정당한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0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박종준 신임 경호처장(왼쪽)의 경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최 대행, 경호처 지휘권 행사로 단호한 지도력 보여야>에서 "최 대행의 긴 침묵은 자신의 결정이 또 다른 정쟁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를 둘러싼 정부 기관 간의 대치가 장기화할수록 대내외 불확실성만 커질 뿐이란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평생을 경제관료로 살아온 최상목 대행을 향해 "공수처의 윤 대통령 영장 집행 과정을 전 세계가 생중계로 보도하고, 영장 집행 시도 소식에 큰 폭으로 상승하던 증시가 집행 중단 직후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한 것은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가 윤 대통령이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법치주의 회복과 불확실성 해소라는 책임을 되새겨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앞서 여권의 압박에도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하며 정국의 물꼬를 튼 것처럼 이번에도 경호처에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주의 국가임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국격 실추와 정국 혼란 더는 계속돼선 안 된다>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수사나 체포의 부당성은 추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을 통해 다투면 될 것"이라며 "영장이 순조롭게 집행되려면 최상목 대행 부총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했다 .

국민일보는 "최 대행도 경호처의 영장 집행 거부로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아슬아슬한 충돌이 빚어진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런 충돌이 나라를 불안하게 하고,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 대행이 경호처에 영장 집행을 막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최상목은 윤석열 체포 불응 사태 방관만 할 건가>에서 "외신들은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대치를 생중계하면서 '한국의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는 이례적인 전개'라고 부정적으로 보도했다"며 "대한민국 국정의 최우선 순위가 내란 수괴의 체포·격리임을 국제사회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최 대행이 지휘권 행사를 머뭇거린다면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내란세력에 힘을 싣는 꼴이 될 것이다. 여권 눈치를 보느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가뜨릴 작정인가"라며 "최 대행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파면하고 경호처에 윤석열 체포 협조를 분명하게 명령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나온 기업인들의 발언을 전했다. 기업인들은 "경제에 가장 큰 공포인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여파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국가 위기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내란 수괴 윤석열의 체포·격리라는 메시지를 기업인들이 강조한 것이고, 이를 최 대행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 도로를 대통령 경호 인원들이 차량으로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최 대행, ‘윤 사병’ 경호처장 등 책임 묻고 협조 지시하라>에서 "‘내란 수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국가 수사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그 피의자의 사병 노릇을 자처한 경호처가 무력으로 가로막는 모습을 온 국민이 봤다. 최 대행도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국가 공무원인 경호처 직원들이 대명천지에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현장을 목도했을 것"이라며 "이런데도 경호처에 대한 지휘 책임을 계속 방기한다면, 최 권한대행도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내란 세력을 방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최 대행이 오히려 체포영장 집행 당일 경호처의 요청을 받고 202경비단 등 경찰 추가 배치를 검토하라고 경찰에 지시한 정황도 짙어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단지 경호처의 불법 행위를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최 대행 자신도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자금 완전 차단, 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지시가 적힌 쪽지를 받고도 즉각 공개하지 않아, 내란 관여 의혹을 자초한 바 있다. 더는 무책임한 행태로 국민의 의구심을 증폭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법시스템의 정상 가동을 촉구하지 않고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에게 수사받을 기관을 선택해보라는 취지의 질문을 건넸다. 조선일보는 6일 사설 <尹, 경찰이 수사하면 응할 것인지 입장 밝혀야>에서 "직무가 정지됐다고는 하나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서 수사 받게 하는 모양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게 된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불법 수사라서 거부하는 것이라면, 경찰이 수사할 경우 약속대로 응할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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