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박장범 신년사 "공영방송 수난사 끊어내야"
"내부 진영 갈등, 선배들의 잘못…반성한다" "수신료 통합징수,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으로 구성원들의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박장범 KBS 사장이 신년사에서 “우리는 국민이 가졌던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과거 선배들이 남긴 과오이자 잘못이다. 선배 중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2일 박 사장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신년사의 운을 떼었다. 그는 "우리는 따뜻하고 열정 가득했던 광주총국의 기자와 KBS에 오랜 세월 헌신하신 퇴직자 선배님들을 잃었다.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에 기여하고, 참사 유가족들에게 부족함 없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함께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는 굳건한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면서 “되풀이되는 공영방송의 수난사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내부의 진영 갈등이 극심해지는 사이 우리는 국민이 가졌던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이는 과거 선배들이 남긴 과오이자 잘못”이라며 “저도 선배 중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모두가 힘을 합쳐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영방송으로 다시 거듭나자”고 했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윤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에서 ‘김건희 명품백 수수’를 두고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해 사안을 축소·왜곡했다는 비판을 샀다.
KBS 내부에서 '박장범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다. 33년차 18기부터 막내인 50기까지 총 30개 기수, 495명의 기자들이 '박장범 반대' 기명 성명을 발표했으며 KBS 같이노조, 기자협회, 전국기자협회, PD협회도 '박장범 사장 임명'을 반대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민 사장이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전날(10월 22일) 대통령실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증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KBS 사장 선임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관련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소속 성명불상 고위공직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박 사장은 “극단적 개인주의로 흐른 KBS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회사의 생존 앞에 진영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후배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고, 업무 공간도 새로이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수신료 통합징수’법과 관련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목표로 ▲능력 중심 공정한 인사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제작 현장에서 AI 기술 접목 시도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박 사장은 “글로벌 OTT의 공격적인 행보로 국내 제작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고 지상파 광고시장의 어려움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모두의 단합된 노력이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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