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은 국힘에 '좀비' '민정당 유전자' '대선 포기' 꼬리표

헌재 8인 체제에 최상목 비난 나선 여권 '친윤 쌍권' 지도부, 국무회의 절차 운운 "강한 유감" 조선일보 주필 "국민에 대한 도리·책무 저버린 좀비" 한겨레 선임기자 "전두환의 민정당 유전자 깨어나" 동아일보 "윤석열이 헌법기관 유린할 때 어디서 뭐하다"

2025-01-0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탄핵·수사 지연에 팔을 걷어붙인 국민의힘이 언론에서 '좀비' '전두환의 민정당' '영남당' 소리를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음모론을 근거로 군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을 유린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이 내란을 부정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에 항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5선 의원 출신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 그리고 수석비서관 전원이 함께 사표를 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는 게 집단 사표의 이유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최상목 대행과 사표 수리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TV조선·채널A 등은 정진석 비서실장의 사표만 수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수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후 정진석 비서실장은 다시 언론에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식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을 오는 8일 증인으로 불러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묻는 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2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입장을 밝히자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국무회의 이후 간담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이완규 법제처장 등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 아무 상의도 없이 밀실에서 정하느냐" "한덕수 총리도 내리지 못한 결정을 최상목 대행이 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국무회의 참석자는 중앙일보에 "결국 기재부 마피아가 윤석열 정부를 팔아넘겼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이 아닌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그 자리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태규 대행은 "중요한 결정을 국무위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라며 "총리도 아닌 장관급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친윤 쌍권'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유감을 표명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유감이다. 그에 따른 책임과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무회의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독단적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칼럼 <이재명 막겠다는 국힘, 다 빗나가는 이유>에서 "국민의힘은 불행히도 '좀비'처럼 보인다. 할 말은 아니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국힘이 좀비가 된 순간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12월 3일 그날 밤"이라고 썼다. 

양상훈 주필은 "민주당이 과반수라 어차피 계엄 해제가 될 것이었으니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한다. 정당 소속 의원이 1명이었어도 그 1명은 계엄 해제 결의에 참여했어야 한다"며 "그게 국민에 대한 정당의 도리이고 의무다. 그 도리와 책무를 저버린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그 순간에 좀비가 된다"고 했다. 

양상훈 주필은 "국힘은 잘못 끼운 단추를 계속 끼워 내려가고 있다"며 ▲계엄 해제 결의에 참여한 당내 의원 적대시 ▲대통령 탄핵소추 당론 반대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김건희 특검법 거부 ▲새 지도부 '도로 친윤당'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양상훈 주필은 "계엄은 해제됐고, 탄핵소추는 의결됐으며, 헌법재판관은 임명됐고, 새 지도부는 국민에게 아무 감명도 주지 못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법도 통과될 것"이라며 "잘못된 첫 단추를 계속 끼워 내려가면 그 끝은 자명하다. 정공법이 아닌 꼼수로 조기 대선과 이재명 당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1월 2일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같은 날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칼럼 <계엄이 제대로 깨운, 국힘의 ‘민정당’ 유전자>에서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은 각각 4·19 혁명과 10·26 사건으로 무너졌지만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은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과 3당 합당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며 "이후 이른바 보수 정당의 법통은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성한용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감옥에 갔다. 이명박 대통령도 감옥에 갔다. 그래도 보수 정당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당원들이 대통령과 정당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이다.(중략)그랬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이후 급속히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한용 기자는 국민의힘이 '의원 이기주의'와 '민정당 유전자'로 집권을 포기하고 영남 중심의 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한용 기자는 "한나라당부터 국민의힘까지 보수 정당의 수도권 의석은 2008년 81석, 2012년 43석, 2016년 35석, 2020년 16석, 2024년 1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영남 의석은 2008년 46석에서 2024년 59석으로 늘었다"며 "의원들은 극우 세력에 의존해 어떻게든 버티다가 2028년 총선에서 나만 당선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몸속에는 아마도 민정당 유전자가 잠복해 있었을 것"이라며 "복종을 중시하는 군사문화, 영남 중심의 지역 패권주의,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색깔론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이성택 기자는 칼럼 <국민의힘은 대선을 포기했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 국민의힘의 대응을 두고 정치권 한편에서 '대선을 포기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여전히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다수 여론에 역행하며 오기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이성택 기자에게 "친윤석열계와 영남권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대선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는 "대선 승리를 포기하고 적당한 후보를 패전 처리 투수로 내세운 경우다. 대선에선 당연히 참패할 것이다. 하지만 쇄신은 건너뛸 수 있다"며 "이후 친윤계, 영남권 의원들은 똘똘 뭉쳐 당권을 장악해서 2026년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의 공천을 챙겨 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차기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2028년 총선에서는 지금처럼 텃밭에서 무난히 공천받아 재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을 '재적 과반'으로 정하자,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그 뒤로 투표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택 기자는 국민의힘의 '반이재명 전선' 전략에 대해 "말장난처럼 들린다. 탄핵 찬반은 성장과 분배처럼 절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친위 쿠데타는 어떤 경우에도 양립할 수 없다.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충성 지지층과 손잡은 채로 윤 대통령의 망동에 몸서리를 치는 합리적 보수와 중도를 품겠다는 것은 망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일괄 사의’ 항의… 軍 동원해 헌정 유린할 땐 뭐 했나>에서 "어처구니없다. 지금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몰지각이 정부 내에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그들은 그간 모시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입을 열었어야 했다. 한데 그때는 침묵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바깥에 대고 볼멘소리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년 반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대결적 정치 행보의 적지 않은 책임은 그저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나 몰라라 식 침묵으로 일관한 대통령실 참모와 비서, 나아가 국무위원들에게 있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과 혼자만의 망상에 빠진 윤 대통령이 급기야 군대를 동원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유린했을 때 참모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과연 누구라도 그 직을 걸고 막아선 이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