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위원회가 KBS를 내란사태 옹호로 이끄나

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위원 "내란 법적 요건 따져봐야" 기자협회 추천위원 "군심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 준비해야"

2024-12-3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비상계엄 내란 사태 옹호,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을 강변하는 극우 집회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와 같은 분량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가족의 다양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동성애 조장 프로그램'이라고 낙인찍었다. 

"좌파집회 1분 45초, 우파집회 25초 보도"

지난 19일 열린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자유언론국민연합 추천 노현숙 위원(건국대 글로벌캠퍼스 교수)은 "요즘 워낙 집회가 많이 있었다. 좌파·우파 집회가 있었는데, 좌파집회의 경우에는 성실하게 보도하는 편인가 하면 인원도 축소하지 않고 전달하는 편"이라며 "우파집회의 경우 보도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 위원이 거론한 '좌파집회'란 국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 '우파집회'는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말한다. 

KBS '뉴스9' 12월 7일 서울 광화문 일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보도화면. '부정선거 사형'이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

노현숙 위원은 "예를 들어 좌파집회가 1분 45초, 우파집회 25초 정도 전달한다. 단신과 리포트 차이라고 하지만 단신과 리포트로 그렇게 차별하게  보도하는 것 자체도 조금 문제가 있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라며 "좌파집회에 있어서 '국민들의 집회'라고 하는 바람에 우파집회에서 '일부 시민단체 집회' 이렇게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편파적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노현숙 위원은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표결하는 과정에서 보면 '퇴진집회 인파에' 국회 주변 교통이 정체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나갔는데, (윤석열)퇴진반대집회가 여의도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자막으로 해서 달아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며 "언론이 기본적으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KBS '뉴스9'은 지난 7일 단신 보도 <서울 광화문 일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과 자유통일당 등은 오늘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며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탄핵소추안 부결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의 주축은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다. 이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부정선거 증거 차고 넘친다' '비상계엄은 통치행위' '내란수괴 이재명', '더불어종북당' '광란의 칼춤을 끊어버리자'고 주장했다. KBS '뉴스9' 보도 화면에서 '부정선거 사형' 깃발이 휘날렸다. 

노현숙 위원은 '내란'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노현숙 위원은 "내란죄 적용과 관련해 약간의 찬반이 있기도 하고, 사실은 '내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조금 더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며 "내란죄 요건에 관해서 그걸 다 여기에서 얘기할 부분은 아니고, 한쪽에서는 내란죄로 가고 있지만 또 그것이 전혀 아니라는 법적인 해석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냥 감정적이고 주관적·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인 요건들을 정확하게 따져 양쪽에 그런 것들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뉴스9'은 비상계엄 사태 하루 만인 지난 4일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발언을 다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출판과 관련해서는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냐, 그렇게 보기는 또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계엄사 포고령 제1호'는 언론·출판에 대한 통제 등을 규정하면서 포고령 위반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밝혔다.   

장영수 교수는 지난 5일  아주경제 기명 칼럼 <尹대통령 비상계엄선포 내란죄 성립되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의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교수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올라 인사검증을 받았다. 

4일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형법상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 적용된다. 국헌 문란이란 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지난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하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행위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형법상 내란죄의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기구를 만드려고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인성 보도국장은 "내란죄 관련 보도는 계엄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당시에 궁금해하는 그런 주제를 다뤘다"며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양쪽의 입장을 담아서 중립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시청자들한테 궁금한 내용을 설명하는 그런 식으로 저희가 제작했다"고 말했다. 

정인성 국장은 집회 보도에 대해 "좌파', '우파' 하셨지만 저희는 그런 차원이라기보다는 '찬성하는 집회' '반대하는 집회' 이렇게 봤다"며 "집회의 규모를 어느정도 본 다음 뉴스 길이도 제작하고, 리포트 반영하거나 단신으로 하거나 그런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추천 이상기 위원(온라인 매체 ‘THE AsiaN’ 발행인)은 "지금 우리 군의 사기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며 "군심을 잡아줄 수있는 프로그램도 하나 준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 장관부터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전·현직 정보사령관,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에 이르기까지 군 핵심 수뇌부가 '내란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와 달리 반헌법적 행위에 저항한 군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군에 대해 언론의 감시가 아닌 사기 충전 프로그램 제작을 주문한 것이다. 

"동성애 찬양·조장" 비난

목사인 홍승철 위원(사단법인 행복을 나누는 복지법인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KBS1TV에서 방영된 <다큐 인사이트-이웃집 아이들>을 동성애 조장 방송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날 KBS는 지난 3월 미국 뉴욕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열린 동성 커플의 4살 쌍둥이 세례식을 다뤘다. 지난해 교황청은 동성 커플의 자녀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했다. 

KBS는 제작 의도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통계를 보면 혼인, 혈연, 입양을 기준으로 한 ‘전통적 핵가족’은 전체 가족의 28%뿐 한부모 가족, 1인 가족, 자녀가 없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증가해 왔다"며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시대,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열어줘야 할까.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KBS <다큐 인사이트 : 이웃집 아이들>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홍승철 위원은 "동성애 커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되고, 남자와 남자끼리, 여자와 여자끼리 결혼해도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그런 인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영방송 KBS가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성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혹은 거기에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차별을 통해서 동성애 커플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조장을 했다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홍승철 위원은 "4~5분을 남겨놓고는 방송 속에서 무지개를 띄워서 마치 동성애를 예찬하고 차별금지법과 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는 그런 인식을 심어서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불쾌감을 주었던 프로그램"이라며 "오히려 다문화 가정이라든지 탈북자 가정이라든지 이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더 이렇게 관심을 가져야 되지 동성애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굉장히 공영방송으로 해서는 안 될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공인노무사회 추천 배동희 위원(노무법인 하이랩 대표 노무사)은 "다양성이라는 것은 말씀하신 다문화 가정, 이주민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형태가 있다면 이걸 언제까지 숨겨놓고 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드러난 다양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존중하고 이해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철 위원은 배동희 위원이 "홍 목사님"이라고 말하자 "(목사가 아닌)위원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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