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IT 분야 7대 뉴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2024-12-31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정보사회학 박사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1. 계엄령, 가짜뉴스가 만든 가상공간의 비극 

내란사태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024년 12월 3일 밤에 벌어진 계엄령 사태는 정치적 사건인 동시에 정보사회학적 연구 테마이기도 하다. 계엄령 주동자들은 일부 유튜버들이 가상공간에 유통한 가짜뉴스를 사실이라 판단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부정선거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다. 현실 공간은 이미 상대방이 장악하고 있어 정상적 절차로는 회복시킬 수 없으니, 헌정을 일시 정지해서라도 가상공간의 진실을 현실 공간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번 계엄령 사태는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도 여전히 확증편향의 폐해가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 불행한 사례다. 

2. 일상이 된 딥페이크 성범죄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앞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동안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영상 조작 성범죄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미지·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의 발달로 사실상 일상적 범죄가 되었다. 가해자들은 주변 여성들의 사진을 훔쳐 기존 성인물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나체와 합성해 성범죄물을 만들어 불법 유통했다. 기술의 발달로 이런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는 초·중·고등학생 등 사실상 거의 모두가 관여돼 있고 피해 역시 미성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회는 10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를 개정했다. 개정법에서는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자뿐만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자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3.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AI

AI 활용(CG) [연합뉴스TV 제공]

2022년 하반기 선보인 ChatGPT가 가져온 충격은 2023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회 경제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AI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고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장 선점을 위해 전사적 노력과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AI는 의료분야에서 MRI, CT, X-ray 이미지 분석에서 뛰어난 정확도를 보여 조기 진단 및 치료 계획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AI가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예측 유지보수를 통해 공장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한다. AI가 소설, 음악, 영상편집 등 창작 활동에 사용되는 경우도 일상화 되면서 카메라·배우 없는 영화가 현실로 되고 있다. 

4.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쟁 

AI 디지털교과서(CG) [연합뉴스TV 제공]

교육부의 디지털교과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디지털교과서는 교육부가 지난해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 이후 같은 해 10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이 심의·의결되면서 디지털교과서가 법적 지위를 얻었고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 11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이번 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디지털교과서는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용할 수도 있는 '교육자료'로 규정됐다. 즉, 디지털교과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 선택 사항이 된 것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의 갈등 속에서 교육의 장기 계획이 표류하면서 교육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 사회적 압력을 받기 시작한 SNS 

SNS 앱(연합뉴스 자료사진)

SNS 이용 가능 연령을 법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주는 최소 14~16세는 돼야 SN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내 법 제정을 위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는 SNS 이용 최소 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5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통과된 법에 의거 15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 동의 없이 SNS를 이용할 수 없다. 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소셜 플랫폼 운영 기업에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의 힘 조정훈 의원이 16세 미만의 SNS 이용자에게는 SNS의 이용을 금지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미성년자들을 플랫폼 중독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6. 리걸테크, 계속되는 기술과 제도의 갈등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10월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법률서비스 'AI 대륙아주'와 관련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개시 청구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륙아주 제공=연합뉴스]

일단락될 줄 알았던 리걸테크 갈등이 재연됐다. 형량 예측 서비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와 변호사협회 간 8년간의 논쟁이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협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정해 사실상 리걸테크 로톡의 승리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올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인공지능 기반 무료 법률상담 챗봇 서비스 ‘AI 대륙아주’를 론칭하자 대한변협이 AI의 법률상담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대륙아주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고 변협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대표 변호사 5명, 소속 변호사 1명 등 총 6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이후 대륙아주의 대응에 따라 리걸테크를 둘러싼 두 번째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7. 성공적으로 정착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

ABS 시스템을 적용해 훈련 중인 KBO 심판위원. [한국야구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년 시즌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전 세계 프로리그 중 최초로 ABS를 도입했기 때문에 우려도 있었고 시즌 초 일부 선수와 감독의 불만도 있었지만 우선 공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고, 볼 판정에 대한 항의도 줄어들어 평균 경기 시간도 줄어들었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며 심판협회와 협상을 통해 2026년 본격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주심이 볼 판정을 하는 모습은 이전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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