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로 반박되는 한덕수 탄핵하면 외환위기 설레발
문 정부 환율 1160원 난리법석…4월에 "1400원, 오히려 좋아" 현재 "한덕수 탄핵 땐 환율 1500원" "한덕수 체제 자리잡아" 권영세, 조선일보 논리 답습 "제2외환위기, 민주당 책임" 한덕수, 한국경제 최대리스크 '윤석열' 탄핵 지연 전술 한 몫 동아일보 "소수 여당 반대하면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한덕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언론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을 탄핵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놓은 1400원 고환율을 별 문제 없다는 듯 중계했던 조선일보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에 한덕수 대행 탄핵 반대 논리를 제공하는 데 앞장선 모양새다. 보수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한국경제 최대 리스크의 제거는 뒷전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대행이 탄핵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내정자는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다가 조금 멈췄고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엊그제 총리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서 1450원, 1460원을 뚫고 있고 이것(탄핵)이 구체화된다면 거의 1500원도 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영세 내정자는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고, 대한민국 신인도도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히려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영세 내정자는 "그 전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이런 말도 안 되는 탄핵은 거둬들여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내정자의 주장은 조선일보 최근 보도 내용과 유사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 <한미·한중 외교 재개… 자리 잡아가는 韓대행 체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26일 기사<“韓 탄핵 땐 환율 1500원 넘을 수도”>에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을 추진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고, 외환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원-달러 환율 보도 논조는 정권과 상황에 따라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2년 3개월만에 1160원 돌파, 환율도 심상찮다>(2019년 4월 26일), <1200원 턱 밑, 고삐풀린 환율…"정부 뭐 하나" 외환시장 아우성>(2019년 5월 19일), <환율 1200원 돌파 눈앞… 당국은 느긋하다?>(2019년 5월 20일), <[사설] 어느새 환율 1200원 눈앞, 경제 체력 자만 말아야>(2019년 5월 21일), <원·달러 환율 1200원 위협받는데 외환당국 ‘정중동’…”시장 상황 예의주시”>(2021년 10월 13일), <환율 10원 오르면 한전 2900억원 손실… 항공도 악영향>(2022년 1월 7일), <25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1250원 터치했다>(2022년 4월 25일) 등의 기사와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 들어 <“高환율,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2022년 9월 8일)라는 기사를 썼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이던 시기였다. 조선일보는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지만, 외환 당국은 환율이 큰 문제가 생겨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세계적인 강(强)달러 상황이라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 데다, 외환보유액 세계 9위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부채보다 대외 자산이 더 많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고 했다. 2024년 4월 16일 조선일보에 실린 조선비즈 기사는 <환율 1400원, 오히려 좋아… 코스피 내릴 때 현대차·기아는 역주행>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뉴노멀'로 정의해 논란을 빚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22일 미국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1400원대 환율을 뉴노멀로 봐야 하느냐'는 질의에 "현재 1400원은 과거 1400원과 다르게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 상승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의 환율 대응 기조가 안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부 매체가 최상목 부총리의 '뉴노멀' 발언을 보도하자 기재부가 항의, 관련 기사들이 삭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영세 내정자의 발언 이후 주요 보수언론은 경제위기를 앞세워 야당의 한덕수 대행 탄핵을 비판하고 나섰다. 석간 문화일보는 26일 사설 <韓대행 체제까지 흔들리면 경제에 더 큰 쓰나미 덮친다>에서 "외환 전문가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소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야당이 한 대행 체제까지 흔들면 국가 신인도는 급락한다. 더 큰 쓰나미가 경제를 강타하기 전에 환율 방어막부터 쳐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 <대통령 ‘대행의 대행’까지 가면 우리 경제 어떻게 되나>에서 "계엄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이제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다. 미·일 등 주요국이 한덕수 대행과 직접 통화하며 신뢰를 표시한 것이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됐다"며 "그런데 한국에 '대행의 대행'까지 들어선다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계엄 이후 한국 경제는 외국인의 주식 투매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소비 심리, 투자 심리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1차 충격’을 받았다"며 "한 대행 중심의 정부 노력으로 국가 신용등급은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대행의 대행' 체제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韓 권한대행 탄핵안 표결, 경제·국가신인도에 직격탄 될 것>에서 "12·3 계엄 당시 의결권도 없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고 해서 내란 가담자로 몰아가는 건 억지"라며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이 몰고 올 정치적 파국과 우리 경제 및 국가신인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자제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韓대행 탄핵에 경제충격 불 보듯, 野 뒷감당하겠나>에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치달아 어제는 장중 1460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았다. 이러다 1500원을 뚫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판"이라며 "한 대행 탄핵이 가시화되는 정치 혼란이 기름을 붓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가의 대외 신인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피치·S&P 등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27년 만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 대행 탄핵이 현실화하면 외국 자본 유출로 주가는 더 떨어지고, 투자가 줄어들면 경제는 연쇄적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중략)겨우 한 대행 체제에 호흡을 맞추려던 해외 주요국들은 다시 황당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한덕수 대행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한덕수 대행이 '여야 합의'를 앞세워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 국정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비현실적 ‘합의’ 핑계로 헌재 재판관 임명 피한 韓의 무책임>에서 "야당의 탄핵 공세에도 ‘여야 합의 우선’을 내세워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 대행의 태도는 소극적인 미루기를 넘어 적극적인 버티기에 들어선 모양새"라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여야 합의'를 핑계로 내건 그의 권한 행사 자제론은 결국 책임 회피이자 소수 여당이 반대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행이 주장하는 여야 합의는 듣기엔 그럴듯한 얘기지만 그런 합의가 우리 정치권에 기대하기 어려운 비현실적 희망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 정치 현실을 한 대행이 모를 리 없는데도 여야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간 대화와 타협은 거부한 채 야당에 책임을 미루다 결국 극단적 위헌 행위까지 벌인 윤석열 대통령식 행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파국 몰아가는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에서 "헌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의 국회 선출 권한을 명시했다.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만큼 임명 거부로 국회 추천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한 대행의 선택은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내란 동조자'라는 우려를 일축하고 권위를 바로세우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하는 격이라 유감"이라며 "국론 분열을 막고, 국가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대행이 재판관 3명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끝내 국민 뜻 배신하고 탄핵 자초하는 한덕수 대행>에서 "국회 본회의 표결은 여야가 치열한 협의와 협상 끝에 사안을 확정짓는 민주적 결정 방식이다. 만약 여야가 기계적으로 합의한 내용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면, 국회 입법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며 "그런데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를 모두 통과한 임명동의안에 대해 ‘다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대통령 추천 몫도 아닌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은 형식적·소극적 인사권 행사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지체 없이 국회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헌법 전문가와 법률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헌재 6인 체제에선 1명만 생각이 다르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도 심리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중략)나라야 어찌 되든 말든 아랑곳 않는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 세력이 가장 반기는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헌법재판관 임명도 거부, ‘내란 피의자 한덕수’ 탄핵하라>에서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권한대행의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 대행은 어느 나라 ‘헌법과 법률’을 근거로 반대로 가는 것인가"라며 "국회는 한 총리를 탄핵해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고, 본회의 표결에도 불참한 것을 두고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술책임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한 대행이 '내란 잔당' 소리 듣는 국민의힘과 합의하라는 것은 자신도 한통속임을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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