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변호인단 기자회견 취재 제한 속 누가 질문했을까
MBC·JTBC·KBS·뉴스타파·오마이뉴스 기자 등 취재 불허 보수단체·유튜버 취재 허용…대다수 질문 보수언론 편중 부정선거론자 "탄핵 기각되면 군·경찰 지휘부 석방해야" 변호인단, 불편한 기자 질문에 "데스크와 모의하고 왔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MBC, JTBC 등 특정 언론의 취재를 막은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이 보수단체에게 기자회견 출입을 허가하고 질문기회를 부여했다. 기자회견 질문은 대부분 보수언론 기자들에게 돌아갔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사전에 준비해놓은 명단을 대조, 특정 언론사의 출입을 막았다. KBS, MBC, JTBC,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MBN, OBS 기자들은 입장하지 못했다. SBS는 자발적으로 기자회견 취재를 거부했다.
언론 취재 제한에 항의하는 기자들과 주최 측 사이에서 고성이 오고 갔으며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대신 이봉규TV, 신의한수 등 보수 유튜브 채널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수 있었으며 현장 생중계를 진행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이)헌재에서 기각되면, 구속되거나 직무가 정지된 군 지휘부, 경찰 수뇌부 이런 모든 사람은 다 자유인으로 석방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약 45분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인 ▲부정선거 의혹 해소 ▲종북 주사파·반국가 세력 정리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성 ▲계엄 투입 병력 최소화 등을 되풀이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질의응답은 보수언론 기자들에게 상당 부분 할애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도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질문순서는 ▲뉴데일리 ▲조선일보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스카이데일리 ▲경향신문 ▲닛케이 ▲자유일보 ▲선관위 서버 까 국민운동본부 ▲뉴데일리 ▲뉴스1 등이다.
뉴데일리 기자는 ‘민주당과 국수본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을 근거로, 계엄을 위한 북풍을 기획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확인을 부탁한다’ ‘경찰이 내란죄뿐 아니라 외환죄로 몰아가는데, 정보사령관의 범죄 혐의가 사실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뉴데일리 기자는 ‘현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문재인 정부의 적폐몰이 광풍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떤 입장인가’ ‘이번 사태에 중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변호인단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조선일보 기자 질문은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 준비 지시를 받거나, 계엄을 건의한 구체적인 시점이 언제인가’ 등이다. 아시아경제는 ‘김 전 장관이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인지’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과 소통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자유일보,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각각 ‘계엄 이후 팩트체크가 완벽하지 않은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김 전 장관의 심정이 궁금하다’, ‘지금 경찰이나 언론이 노상원 수첩을 안종범 수첩과 같이 스모킹건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수첩에 적힌 내용과 김 전 장관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라고 물었다.
경향신문 기자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삐라를 살포했다는 의혹 제기 당시 김 전 장관이 명확하게 대답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사실관계가 궁금하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할 때 국무총리를 거치게 돼 있는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계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변호인단은 질문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아주경제 기자가 “비상계엄 당일 김 전 장관이 국회에 5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니까, 윤 대통령이 1000명은 보냈어야 한다고 반응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뭘 자꾸 최소 병력만 투입했다고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이 보도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변호인단은 “뭘 자꾸 그렇게 말한다는 말씀은 조금 그렇다”면서 “어떤 사실이 정해져 있는데, 그와 다르게 우리가 얘기해서 화가 난다 이런 뜻이냐”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 지휘통제실에 한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면서 "시점상 더 이상 병력 추가 투입지시나 이런 것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 김 전 장관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뉴스1 기자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의 계엄 사전 모의 정황을 일체 알지 못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변호인단은 “모의라는 말은 수긍할 수 없다. 적절하지 않다”며 “기자분들이 여기 오는데, 데스크와 모의하고 왔냐”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특정 매체에 대한 취재 불허를 비판한 전날 언론현업단체의 성명을 두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수사 절차가 진행 중인 김 전 장관을 내란범으로 확정했다”며 “명예나 자긍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표현이다. 저희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는데, 저희가 받은 상처에 대해 어떻게 할지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는 긴급 공동성명을 내어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반란군의 스피커 노릇을 했던 대한민국의 언론의 역사적 과오가 2024년에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언론을 향해 취재 거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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