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안건 4개 중 3개가 비공개…설명 책임은 어디로

'방송기본계획' 논의 공개 여부 놓고 설전 야권 이사들 "비공개가 기본되는 것 같다" 이사장, 표결 강행 '수의 힘' 비공개 전환 '추경 예산안' '수신료 진행사항도 비공개

2024-12-20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이사회가 ‘2025년도 방송기본계획’ 논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놓고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다. 결국 표결에 부쳐져 여권 추천 이사 7인의 찬성으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추경 예산안' '수신료 진행사항' 등의 안건 역시 비공개됐다. 이날 안건 4개 중 3개가 비공개 처리됐다. 

20일 KBS 이사회에 ‘2025년 방송기본계획’ ‘추가경정예산 편성’ ‘수신료 진행상황 보고’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박장범 사장은 “방송기본계획안의 경우 이사들의 말씀이 추가로 반영될 여지가 있고, 추가 경정 예산안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공개가 좋다”고 의견을 밝혔다. ‘방송기본계획안’의 경우, 이날 논의를 거쳐 차기 이사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KBS 이사회 (사진=KBS)

박 사장은 수신료 진행상황 보고와 관련해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30일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라며 “수신료 변화를 반영해 여러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과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고 연말에 어떤 형태로 계약할지 이런 부분은 비공개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방송기본계획’의 경우 2024년도는 비공개, 2023년도에는 비공개 논의 후 의결 때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야권 추천 이상요 이사는 “기본계획안은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공영방송 KBS는 다른 방송사들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실행계획은 공개돼야 한다. 방송기본계획조차 비공개로 논의한다면 앞으로 이사회 안건 90%는 비공개 사안”이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이사들에게는 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BBC에게도 설명 책임은 하나의 중요한 책무”라며 “이사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게 기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찬태 이사는 “경영진이 제출한 기본계획 보고서 내용이 작년, 재작년 것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며 “방송기본계획 안에 적혀 있는 드라마나 예능 등의 계획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그 부분만 비공개로 한다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사회가 어떤 논의를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권 이사는 “이 안건은 오는 30일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며 “만약 이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수정될 여지가 크다면 비공개에 동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을 안건이다. 오늘 논의 내용이 알려진다고 KBS 경영에 중대한 타격을 줄 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반면 여권 추천 이사들은 안건 논의 과정에서 경영 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회의를 요구했다. 여권 추천 이인철 이사는 “편성 관련된 부분이 많고 프로그램을 특정하는 내용도 있어서 경쟁사가 보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기 때문에 논의 과정은 비공개하고 최종 결정 때 공개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권순범 이사는 “경영 비밀이고 전략”이라며 “확정된다면 여러 채널을 통해 널리 알려야 한다. 현재는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공개 의견)”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는 “경영 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개 여부에 대한 표결을 결정한 서기석 이사장은 “법원에서 재판을 할 때도 결과는 공개를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는 공개를 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자연스러운 논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회의 상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것도 비공개 사유”라고 말했다. 여권 추천 이사 7인 전원의 요구로 비공개가 결정됐다. KBS 이사회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수신료 진행상황 보고’ 안건도 비공개로 논의하기로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