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법사위 통과

국회 본회의 남아…졸속 시행령 개정 1년 반 지나 방통위원장 직대 "분리징수 추이 지켜봐야" 반대

2024-12-17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TV수신료 통합징수’를 명문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7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TV수신료 통합징수 법안이 통과됐다. 최종 입법까지 국회 본회의 상정·처리만 남았다. 개정안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를 적시해 함께 징수하는 내용으로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다. 지난해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 찬반투표 3개월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완료돼 졸속처리, 재정압박을 통한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의결하자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찬반투표를 붙였다. 같은 해 6월 대통령실은 투표참여자의 97%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리징수’ 이행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민참여토론 투표는 중복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또 당시 극우 유튜버들이 분리징수 찬성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실의 권고 한 달여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소관 부처인 방통위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수신료 분리징수가)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도 합헌성을 인정한 한 바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수신료 징수율이)다소 떨어진 것은 맞지만 9월에는 89%, 11월에는 91%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직무대행은 “한전의 수신료 위탁 업무 역시 합법적인 거래 관계인데 이런 상황에서 징수에 동참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집행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7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KBS TV 방송 수신료 고지서가 놓여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분리징수, 결합징수보다 근본적인 것이 수신료 인상”이라며 “지금 수신료가 40년 전에 정한 것이다. 영국 BBC의 1년 수신료가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 물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다.) 금액이 높은 것은 안다”고 말했다. 

정 법사위원장은 “KBS 수신료는 다른 나라 공영방송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분리징수를 해도 85% 정도 수신료 걷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다. 분리징수를 해서 한전도 싫어하고, KBS도 싫어하고 시청자도 불편해하는데 이걸 왜 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로 KBS를 보지 않는 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으니 부지불식간에 내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KBS는 좀 편리하다 보니 방만 경영 문제가 계속 지적이 되지 않냐”고 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반대 의견이 있자 표결에 붙였고, 재석의원 찬성 16인 중 찬성 10인, 반대 6인으로 ‘TV수신료 통합징수’법이 가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 경영협회·기자협회·그래픽협회·방송기술인협회·아나운서협회·영상제작인협회·전국기자협회·PD협회 모두 ‘수신료 통합징수’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박장범 사장 본인이 인사청문회에서 ‘수신료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면 통합징수법안에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앞장서 국회를 설득하라.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박장범이나 박민이나 정권의 눈치만 볼 뿐 KBS의 존망 따위는 관심 없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장범 사장은 후보자 시절 ‘수신료 통합징수’와 관련해 “국회에서 통합징수법을 만들어주시면 따라야 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