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에 딱 맞춘 듯한 '내란 선동의 확성기 되지 말라'
야당 비난,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채운 29분 담화 '뉴스9' "야당 헌정 질서 파괴" "대통령 권한 행사" "고도의 통치행위" 전두환식 논리 자체 검증 패싱 지상파·종편 대다수 '윤석열 망상' 보도 쏟아내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은 내란 선동의 확성기가 되지 말라"-12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성명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12일 긴급 대국민담화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12·3 내란을 정당화하는 궤변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 '뉴스9'의 톱보도는 "야당 헌정 질서 파괴" "부실한 선거 시스템" "끝까지 싸울 것" 등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채워졌다. 타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에서 시작과 함께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발언을 팩트체크하며 비판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KBS '뉴스9'의 12일 첫 번째 기사 제목은 <“거대 야당, 헌정 질서 파괴…부실한 선거시스템”>(방송용 제목 "야당이 헌정 질서 파괴… 선관위 상황 심각")이다. 최문종 앵커는 "침묵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거듭 주장했다"며 "국정 마비, 국헌 문란 세력은 바로 거대 야당이라고 지목했다. 또 선관위의 전산시스템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방장관에게 점검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KBS는 "윤석열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야말로 국헌 문란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장, 검사 탄핵에 이은 판사 겁박에, 범죄자가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특히,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이유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해 헌법 기관 등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는데, 선관위만 국정원의 시스템 점검을 완강히 거부했고, 이후 일부 시스템에 대해서만 점검이 이뤄졌는데,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내세운 것을 그대로 전달한 후 보도 마지막에 "하지만, 윤 대통령은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굳이 군이 점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 줄 덧붙였다.
두 번째 기사 제목은 <"헌법 틀 내에서 대통령 권한 행사… 끝까지 싸울 것">이다. 최문종 앵커는 "윤 대통령은 야당이 내란죄 선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며 "비상계엄은 통치 행위이자, 헌법 틀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이재명 대표의 유죄 선고를 피하기 위해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 전하는 데 그쳤다. 기사 말미에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특전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다수 저녁종합뉴스는 '내란 피의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격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지상파·종편 저녁종합뉴스의 톱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MBC '뉴스데스크' <윤석열 대통령, 네 번째 담화‥망상의 29분>
SBS '8뉴스' <반성 없이 정당성 항변…'하야 거부' 선전포고>
JTBC '뉴스룸' <28분 담화 내내 '계엄령 항변'…윤 대통령, 조기퇴진 거부>
TV조선 '뉴스9' <'거취 일임한다'던 尹 "탄핵·수사 당당히 맞설 것" 사퇴거부…29분간 '계엄' 강변>
채널A '뉴스A' <윤 대통령, 사실상 국정 운영 재개…42개 안건 재가>
MBN '뉴스7 ' <윤 대통령 "계엄은 통치행위…탄핵·수사 당당히 맞서겠다">
MBC 조현용 앵커는 "오늘도 대통령에게 사과와 반성의 태도는 없었고, 적반하장으로 국민 대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적개심만 가득했다"며 "게다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던 지난 담화 내용은 어디 갔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SBS 김현우 앵커는 "탄핵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예고에 없던 담화를 발표했다. 야당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다,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계엄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며 "이렇게 큰 혼란을 불러온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이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자진 사퇴도 거부했다"고 했다.
JTBC 한민용 앵커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조기퇴진을 거부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28분 20초 동안 이어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닷새 전 1분 50초 사과를 완전히 뒤집으면서다"라며 "담화에서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국회의 문을 부수고 의원을 끌어내리라고 직접 지시했던 증언들이 쏟아졌는데도 내란 의도 자체를 부인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비상계엄으로 혼란을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이 할 말이 아주 많았던 모양"이라며 "며칠 전 입장과는 판이하게 달랐고, 여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엔 갈등과 분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당의 존립 자체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채널A 동정민 앵커는 "2선 후퇴했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업무에 복귀했다. (중략)저희 단독 취재에 따르면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최대한 버티고 다투겠다고 한다"며 "야당은 빨리 시한폭탄을 제거해야 한다며 반발했다"고 말했다. MBN 김주하 앵커는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는 내란일 수 없다고 강변했는데, 가능성이 커진 탄핵 심판의 주요한 대응논리가 될 것"이라며 "담화에서 사과는 단 한 줄, 국민을 놀라게, 불안하게 한 것만 인정했다"고 했다.
KBS의 자체 검증은 타 방송사와 비교에 질적·양적으로 떨어진다. KBS는 윤 대통령 발언을 전한 뒤 윤 대통령 주장과 엇갈리는 '반응'들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반응, 민주당의 반박,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 선관위의 입장 등이 이어졌다.
KBS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자체 분석·검증한 기사는 <거칠어진 대통령의 말 담화문 분석> 1개 정도다. 최문종 앵커는 "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네 번째인 오늘(12일) 담화는 더 자극적이고 거칠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던 직전 담화와는 180도 다른 강경한 태도로 조기 퇴진도 거부했다. 사실상 탄핵심판 대비란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KBS 보도는 "약 29분, 7천여 자 분량의 오늘 담화는 야당에 대한 거친 비난과 함께, 대부분 계엄이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라는 논리를 펴는 데 할애됐다"라고 전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일 뿐이라는 주장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내란죄 판결 등을 보면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KBS는 검증하지 않았다.
그러나 MBC는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무장도 하지 않은 소규모 병력을 국회로 보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거짓말'로 규정했다. 중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계엄군의 규모와 부대속성, 배치 장소, 무장 정도 등이 국회와 언론을 통해 거의 드러난 상황이다. MBC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 '철 지난 내란수괴 전두환식 논리'라고 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주장들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SBS도 <"끌어내라 직접 지시" 증언에도… 거짓 변명>, <국회 출입 안 막았다?… 경찰 무전 기록 "모두 통제">, <'극우 음모론' 신뢰… "대선 당선, 자기 부정">, <자기 합리화·변명… 탄핵 심판 방어권 행사>, <[사실은] "비상계엄=통치행위" 면죄부?… 판례는 정반대> 등의 보도를 쏟아내며 윤 대통령의 주장을 검증했다.
이어 SBS는 ▲윤 대통령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새로 지명했다는 사실 ▲4일 새벽 1시경 국방부 지하 합참 결심실에 대통령실 인성환 안보실 2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 신원식 안보실장, 정진석 비서실장이 있었던 사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계엄 해제 후 체포명단 폐기를 지시했다는 의혹 등을 [단독] 보도했다.
JTBC는 '12·12 담화 속 5대 거짓말'을 주제로 [팩트체크] 기사 5개를 보도했다. JTBC 팩트체크 대상이 된 윤 대통령 발언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무장 하지 않은 병력으로 국회 장악 ▲계엄 헌법 틀 내 대통령 권한 행사 ▲선관위 전산시스템 엉터리 어떻게 신뢰하나 등이다.
JTBC는 이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의 정예 병력만 이동시켰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거짓"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JTBC 취재 결과 당시 국회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사병 61명이 출동했다.
대다수 방송사에서 앵커들의 비판 발언이 이어졌다. KBS는 별다른 클로징 멘트가 없었다. MBC 조현용 앵커는 클로징 멘트에서 "변명은 비겁했다. 태도는 비루했다. 표현마저 저열했다"며 "망상에 빠진 채 이대로 혼자 퇴장하진 않겠다며 국민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볼모로 붙잡고 허우적대는 듯 보이는 내란 수괴로 지목된 피의자의 반복되는 파렴치한 거짓말에 제정신이 아니란 표현조차 부족할 지경"이라고 했다.
MBC 김수지 앵커는 "대통령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도 담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과연 적절한가 싶게 만드는 29분"이라며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이 왜 그 긴 시간을, 앞으론 또 얼만큼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듣는 데 써야 할까"라고 했다.
SBS 김현우 앵커는 "비상계엄은 우리 일상을 헤집어놨고, 사람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오늘 담화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놀랐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만 말했다"며 "그러면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도 했는데, 그 2시간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앵커칼럼 오늘' 코너에서 "'싸고 매화타령 한다.' 제가 한 짓은 금세 잊어 버리고 비위 좋게 떠든다는 뜻"이라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 '사람', 지금은 '국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정호 앵커는 "듣는 내내 무언가에 호되게 얹힌 듯 가슴이 답답했다"며 윤 대통령이 반헌법 비상계엄을 국헌을 지키는 것이라 말하고, 모든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고,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일도 까맣게 잊었다고 질타했다.
채널A 동정민 앵커는 "이해 못 할 계엄, 싸우겠다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앵커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한 이유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야당에 경고를 하려한 것이고, 선관위에 대해선 점검을 한 거다"라며 "그러면서 탄핵이든, 수사든 끝까지 싸우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일을 시작했다. 30분 가까운 담화에서 사과는 딱 한 번이었다"고 비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