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의 밤, 농인들은 상황 파악조차 어려웠다

농인 자녀 모임 '코다', 정부·언론에 '정보접근권 보장' 촉구 각종 매체 생중계 수어·문자통역 제한… "부모에게 급박히 연락" 5·18 두 번째 희생자는 농인 김경철… "수어통역사 대동해 송출해야"

2024-12-1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수어·문자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농인들의 정보접근권이 제한됐다. 정부·언론사에 사회적 소수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적극적인 보완 조치가 요구된다. 

지난 6일 농인의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 CODA)들의 모임 '코다코리아'는 성명을 내어 "계엄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수자의 인권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며 "농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다코리아는 정부와 언론사에 ▲모든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현장 수어통역을 화자와 함께 그대로 송출할 것 ▲장애인과 언어적 소수자를 위해 문자통역을 필수로 송출할 것 ▲재난·참사·계엄 등 긴급 상황 시 전 사회구성원이 신속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점검·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코다코리아는 "12월 3일 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윤석열은 대통령실에서 긴급 발표를 하겠다고 했고, 기습적으로 특별 담화 생중계가 진행되었다"며 "이는 TV, 신문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히 퍼졌으나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인 코다는 급박히 농인 부모에게 연략해야 했다"고 밝혔다. 

코다코리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두 번째로 사망한 희생자 김경철 씨를 떠올렸다. 김경철 씨는 농인 제화공이었다. 그는 딸의 백일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공수부대원을 마주쳤다. 다른 비장애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지만 그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가 장애인증을 내밀자 공수부대는 '꾀를 쓴다'며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연행했다. 코다코리아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급하게 도망치는 이들 사이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얻어 맞는 농인과 각자의 농인 부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2일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제4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수화언어로 손뼉을 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다코리아는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반헌법적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둘러싸고 수어·문자통역 등의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고 했다. 

코다코리아는 "청인들이 비상계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고 행동에 옮길 때, 농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전히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난과 참사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계엄이라는 무게와 강도 역시 모두에게 같지 않다. 절차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라는 문제와 함께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 그의 가족이 처한 막막하고 참담한 현실을 함께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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