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위치까지 꼼꼼하게 챙긴 '응원봉 집회' 안내서

[미디어스=노하연 인턴기자]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시위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청년층 문화와 결합, 외신의 주목받고 있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응원봉이 기존의 시위 아이템인 촛불을 대체하면서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 촉구 범국민촛불집회는 촛불 대신 각자가 응원하는 아이돌의 응원봉 물결로 휘황찬란하다. 

SNS 상에서 처음 집회에 참가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집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층이 추운 겨울밤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는 지난 6일 저녁 SNS에 게시됐다. 게시자는 “지인이 만든 집회 가이드인데 저장과 재배포가 자유라고 해서 가져온다”며 8장 전문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은 10일 오후 기준 101.4만 조회수와 1.9만회 재공유를 기록했다.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는 집회 참여를 위해 준비해야 할 준비물과 옷차림부터 집회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 집회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등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집회 도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유명한 깃발 근처로 가라며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노조, 화물연대, 화섬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이름을 들어본 집회 베테랑들의 보호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경찰 진압은 경험이 적은 개인 참가자들이 많은 곳부터 시작한다. 눈에 띄는 초보는 우선적으로 대피시키니 경험자의 도움을 받으라’고 설명했다. 

한파에 대비하기 위한 핫팩의 부착 방법도 물론이다. ‘(핫팩을)옷과 양말 위에 붙여야 한다. 내복, 얇은 옷을 꼭 '겹쳐입어' 달라고 안내했다. 수족냉증이 있는 참석자들을 위해 ‘양 무릎, 발볼 옆 (앉았을 때 땅에 닿는 곳), 발목, 등허리 아래에도 핫팩을 추가하라’고 전했다.  

집회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체포 및 연행, 불심검문에 대한 대처 요령도 설명했다. “본인과 주변에 위협이 있을 때 동영상을 촬영해 경찰 이름과 소속을 확인하라”며 “체포 시간을 기억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집회에 가기 전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방법’과 ‘집회 도중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합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화제가 되자 가이드를 작성한 사람이 등장했다. 본인을 30대라고 밝힌 익명의 작성자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친구들을 위해 휴식할 공간을 마련하고, 기부받는 물품을 나누고 참석 가이드를 뿌린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면 믿겠느냐”며 “이런 일들은 초심자인 나에게도 무척 할 만했다. 왜 이제껏 안 했나 하는 후회만 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이드 작성자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은 도로교통법과 집회시위법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수도 없이 다치고 끌려간다. 그게 내가 10대 때부터 보고 들은 시위다. 그래서 솔직히 (집회나 시위에)거의 안 나갔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실제로 현장으로 나선 건 고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다음이었다”며 “나라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거리로 나설 각오를 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안전하게 따뜻하게 귀가할 수 있었으면, 공권력에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며 “뭘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사람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됐다면 이 글은 소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공유자들은 재공유하며 “핫팩 위치까지 지정해줘서 너무 유용했다” “집회 가시는 분들 모두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준비물 꼭 잘 챙겨서 집회에서 만나자”는 글을 남겼다. 중장년층은 게시글을 재공유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 공유되고 있다는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라는 글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 30분 후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7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표결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14일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소추안을 재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