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구성원 "내란수괴 끄나풀이 3년 임기 채우겠나”

박장범, 취임식 불발되자 녹화영상서 "KBS,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 구성원 “더 강력한 투쟁으로 KBS 지키자"

2024-12-10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그마한 파우치’ 수식어가 따라붙는 박장범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0일 취임한 박 사장은 구성원의 출근저지 투쟁을 피해 새벽 4시 10분에 출근했다. 오전 예정됐던 현충원 참배도 취소했다. 박 사장은 오전 10시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이날 ‘단체협약 쟁취’ ‘민주주의·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일일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취임식장 입구에 진을 쳤다.

박장범 사장이 10일 녹화 방송으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박 사장은 예정된 취임식 시간보다 약 40분 뒤인 오전 10시 40분께 녹화 영상을 통해 취임사를 전했다. 취임사 녹화 장소는 사장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는 위협 받았다”면서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서 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시청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은 공영방송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가치를 방송의 영역에서 충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며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약속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신뢰와 공정, 품격,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지켜낼 것”이라며 “이런 가치를 훼손하는 어떤 도전에도 양보하지 않겠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정혼란 속에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보도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능력 중심 인사 ▲수신료 관련 입법 논의 적극 대응 ▲조직 내 갈등 극복 등을 입에 올렸다.  

KBS본부 쟁의대책위 조합원 7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사내에서 일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파우치' 사장 출근 저지를 위해 오전 4시 30분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이미 출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쫄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0일 일일 파업을 진행한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KBS 구성원들은 “내란수괴 낙점받은 박장범은 사퇴하라” “공영방송 사수하자 ,박장범은 물러나라” “내란수괴 사랑받는 박장범이 위헌이다” “우리가 KBS다 국민의방송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취임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신관 앞 계단에서 마무리 집회를 이어갔다. 

마무리 집회 사회자는 “박 사장이 비밀작전 하듯 새벽에 출근했다. 역시 내란 수괴의 낙점을 받은 ‘파우치 박’다운 졸렬한 행동 아니었냐”면서 “사장 얼굴도 못 보고 맞이하게 됐는데,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KBS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는 사장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이 아닌 사장에게 KBS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물어보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사장실 칩거를 선택했다”며 “박 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속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사장의) 도둑출근 인정할 수 없다”며 “박 사장은 구성원을 설득하지 않으면 취임식을 취소했듯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KBS를 지키자”며 “KBS를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어 어떤 현장에 나가든 국민으로부터 격려받고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10일 언론노조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회에서 계엄해제가 불발됐더라면 지금 KBS보도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겠나, ‘윤석열 계엄 구국의 결단’ 이런 헛소리가 전파를 타지 말라는 보장이 있었겠냐”면서 “윤석열이 적어도 이번 주 안에 떨어질 것 같은데,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내란수괴 낙점 받은 박장범이라는 내란 세력의 끄나풀이 공영방송 수장으로 있는 한 이 내란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박민 체제에서 무너진 공정방송 감시제도를 복원하는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국민의 신뢰 수신료 가치에 대한 믿음을 하나하나 복원해야 한다”며 “그 싸움에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사장은 즉각 인사를 단행했다. ▲콘텐츠전략부장(편성본부장) 최성민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보도본부장) ▲김민중 방송인프라본부장(기술본부장) ▲정국진 경영본부장 등으로 이들은 임명동의제 대상이 아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