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진숙, 취임날 이사 선임 강행…'방송장악' 평가 소지"

이진숙 탄핵심판 2차 변론…24일 변론 종결 "위법 2인체제 사회적 비용 누가 지불해야 하나" "1600쪽 이사 지원서 검토할 시간적 여유 있었나"

2024-12-0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한 것은 '방송 장악 의도에서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차 변론에서 “이 위원장은 임기 만료를 근거로 이사 선임 의결이 시급하다 주장하지만 KBS,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두 기관 이사 임기가 만료되면 직무대행에 대한 규정이 있다”면서 “그렇다면 취임 당일 교체를 통해 공영방송 장악 의도 위험을 무릅쓴 거란 평가될 여지가 생긴다.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2회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이전 위원장 때부터 쭉 해오던 절차이기 때문에 시급하게 결정해야 될 사항이라고 생각했다”며 “굳이 현재 이사가 계속한다는 당위보다, 임기가 다 된 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권한대행은 2인 체제 방통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확인된 것만 3건이라며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은 누군가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문 권한대행은 국회 측 변호인에게 "2인 체제에는 방통위원 추천을 회피한 국회 책임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 잘못만을 들어 파면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묻기도 했다. 

국회 측 변호인은 "국회에도 책임이 있고 추천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면서 "다만 추천, 선출 등 원내 교섭단체간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이 보장한 자율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양측에 “합의제 행정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대부분 의사 정족수를 재적위원으로 하고 그 과반 또는 3분의 2 이상으로 정한다”며 “합의제 의결기관은 재적 위원 과반 출석을 의사정족수로 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냐”고 물었다. 

국회 측 변호인은 ”방통위도 처음 정부안에서는 대통령이 5명 모두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가 추천한 3명 위원이 결합해 운영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든 취지는 당연히 대통령 지명 2명만으로 행정을 하라는 것이 아닌, 국회가 추천한 사람과 같이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 변호인은 “특별히 방통위만 여야 또는 국회의장, 국회상임위 추천을 법에 명시한 것은 추천 권한을 존중하고 임명해 합의 형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의사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입법자들의 5명은 당연한 것을 전제했기 때문에 정족수 규정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위원장 측 변호인은 “2023년 8월부터는 방통위는 개점 휴업 상태고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2인만으로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재적이라는 것이다. 정원이 5인이라 하더라도 재적 과반수라는 의미를 둔 것은 국회가 추천하게 돼 있지만, 국회 추천이 없더라도 2인만으로라도 합의제 기구가 운영될 것으로 한 게 방통위법 제정 취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전임 위원장들은 탄핵소추안 발의 후 자진 사퇴했다”며 “그럼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7월 31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국회 추천 3인이 언제 올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며 “그동안 탄핵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위원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및 재판관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 2회 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사진=연합뉴스)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이진숙 위원장 취임 당일인 지난 7월 31일 공영방송 이사 지원 서류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통 당일 날 상임위원들에게 이사 지원서류를 제공하나’라는 질문에 김 기조관은 “이번에만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기획조정관은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서류가 모두 1600 페이지 정도인데, 사무처가 위원장과 위원에게 축약본을 제출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위원장 취임식 등 여러 절차가 있었는데, 그러면 위원들이 1600 페이지 분량의 지원서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김 기획조정관은 “그것은 제가 답변드리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기획조정관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포함한 40개 정당에서 이사 지원자들에 대한 당적 조회 답변을 받지 못했는데 결격사유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나’라는 질문에 “7월 31일 의결 당일까지 회신이 없었다”며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회신이 없다는 것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걸로 보여진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 변론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2시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양측에 "다음 기일에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음 기일에 양측이 최종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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