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 늪', 경향·중앙 "코로나19 국면도 아닌데"

한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1.9%로 낮춰 "무역갈등 격화 땐 1.7%까지 떨어져"… 2026년 전망치도 1.8% 경향신문 "참담한 성적표에도 성과 자랑… 경제 파탄 시 탄핵감 " 동아일보 "식물 정부, 경제성장률 올릴 구조개혁 불가능" 조선일보도 건전재정 도마위에 "돈줄 조여 내수 위축'

2024-11-2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경제가 1%대 저성장의 늪에 진입하는 위기에 놓였다.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고육지책으로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으로 낮췄다.

외환위기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도 아닌데 저성장에 빠졌다는 진단이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에 성과나 자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로 인해 지켜지지 않는 '건전재정' 기조를 버리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윤석열 정부 임기반환점 성과 홍보 쇼츠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 페이스북)

28일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2026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4%에서 2.2%로 수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인하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렸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75%p로 벌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육박한다. 금리를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1400원대 환율을 뉴노멀로 봐야 하느냐'는 질의에 "현재 1400원은 과거 1400원과 다르게 봐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 상승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의 환율 대응 기조가 안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수출 증가세 둔화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0.07%p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경향신문은 사설 <내년 경제전망 1%대 추락, 정부 자화자찬 끝이 이건가>에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면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도 정부는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불과 보름 전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재정·복지·민생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자랑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실물과 금융 전역에 경고등이 커졌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며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무능과 무사안일로 국민 경제가 파탄 나면 이 자체로 탄핵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중략)올 3분기 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5% 늘었지만 하위 20%는 3.4% 줄었다"며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였다.(중략)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긴 경기침체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나라 살림은 쪽박 차기 직전이다. ‘부자 감세’ 정책과 경기 예측 실패로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도 증시는 죽을 쑤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한은 내년 1.9% 저성장 전망, 정부도 재정기조 바꿔야>에서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재정 기조를 전환해 경기 진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 방어에 나선 만큼 이제 정부의 재정정책도 발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고수해왔던 긴축재정 기조를 버리고 적극적은 재정정책을 펼침으로써 자칫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한겨레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시하면서 일부 예산을 확대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내년 상반기 추경 편성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 '건전재정'에 갇힌 재정정책의 방향을 빨리 돌려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겨레에 "고환율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처를 어느 정도 상쇄해 수출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물가와 내수엔 부정적 영향을 주고,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릴 우려가 있어 내수 회복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내수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대응하고, 수출은 기술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대미 협상 지렛대로 삼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금리 인하에 성장률도 낮춘 한은, 정부도 비상 대응을>에서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건전 재정’이란 고집에서 벗어나, 경제 비상 상황에 맞춰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은이 환율·부동산·물가 불안을 무릅쓰고 연속 금리인하를 결정한 만큼, 이제 공은 정부 경제팀에 넘어갔다"며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가 많은 가계의 상환 부담이 낮아진다. 이를 소비 확대와 내수 진작으로 끌어내려면, 정부도 자영업 지원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을 속히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저소득층 복지 확대,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내년 성장률 1%대… 깜짝 금리인하, 내수 살리기 총력을>에서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선 적극 재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경기 침체는 취약계층에 훨씬 더 가혹하다. 취약계층에 핀셋 지원을 강화하되 무분별한 퍼주기 씀씀이는 단속해야 한다. 정부는 막연한 낙관론을 접고 내수진작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사설 <연속 금리 인하, 1%대 저성장 예고… 경기에 두 손 든 한은>에서 경제성장률을 올릴 구조개혁과 산업정책을 주문하면서도 "'식물 정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무력한 지금의 모습으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제부터는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년 성장률이 0.07%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는데, 그것만으론 저성장 탈출이 요원한 것은 자명하다"며 "내수를 회복하고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 환율 불안 없게 잘 관리를>에서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고착된 외환시장과 가계부채·부동산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와 성장 전망이 그만큼 나쁘다는 방증"이라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도 아닌데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업계의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고 긁어주는 정부의 맞춤형 산업정책과 고통이 수반되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없이는 답답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내년 1.9% 성장”… 저성장 고착화 현실로>에서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하는 수출구조와 돈줄을 조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한국이 저성장을 피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는 "수출이 위축될 때 경제가 침체되지 않으려면 내수가 힘을 써줘야 한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로 가라앉은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에 "그간 정부 정책은 금융 당국이 대출을 막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기획재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형태였다"며 "개별 부처 입장에서는 바람직했을지 모르나, 정책 조합 관점에서는 돈줄을 꽉 조이고만 있었다는 점에서 내수를 더 위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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